언제부턴가 MBTI가 유행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번지기 시작했다.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구별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렵겠지만 너무 편리하고 간편한 분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중 한 명이 된 나는 P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애매한 인간으로서 P와 J 사이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한 달 동안 유럽에 갔을 때에는 극 J의 친구의 영향으로 엑셀에 모든 일정과 비용을 정리했다. 이미 들어간 비용과 나갈 비용에 몰입해서 모든 에너지를 다 끌어모아서 최대치로 돌아다녔다.
미션클리어를 하느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몸무게까지 빠진 여행 다이어트 끝에는 여행에 대한 낭만보다는 끝냈다는 목표달성으로 지쳐버린 내가 있었다. 여행 기간만큼 남은 대학교 여름방학을 잠으로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그리운 어린 22살.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우연히 만났던 언니들은 관광지 도장 깨기보다는 인생샷을 남기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뽕을 뽑아야 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여유보다는 풍경, 미술관, 박물관 사진을 채우는 데에 급급했다. 그곳에 있는 나를 찍지 못했던 아쉬움을 잊어버리고 이번 여행은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구멍이 쑹쑹 나있는 여행 계획을 가지고 비행기를 타고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새벽 12시가 넘어버린 밤에 첫 여행 일정을 기다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