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일기 1>
2018년 12월.
약 6년 전, 큰 교통사고를 당해 두 무릎이 심하게 부러진 일이 있다.
왼쪽 무릎은 부상이 너무 심해서 곧 바로 수술을 하고 깁스를 했다. 오른쪽 무릎도 골절이 되어 깁스를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두 무릎 모두 깁스를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오른쪽 무릎은 그대로 두었다. 어차피 걷지도 못하기 때문에 골절 부분이 자연스럽게 붙을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왼쪽 다리만 깁스를 한 상태로 약 4달 가까이 병원 생활을 했다.
물론 집에 와서도 몇 달 동안은 휠체어 생활을 했고, 차츰 차츰 목발을 사용해서 두 발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고, 또 목발을 떼고 어설프지만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평지를 걸을 때는 그나마 편안하게 걸을 수 있지만, 계단이나 비탈길을 걸을 때는 누가 봐도 한눈에 불편해 보일 정도다. 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불편함을 넘어 아플 때도 있다.
그래서 아직은 혼자서 집을 나선다는 것이, 더욱이 먼 길을 전철을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 올 때는 잔뜩 긴장을 하곤 한다. 버스는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예전에는 아무 문제없이 자유롭게 혼자서 훨~훨~ 돌아다녔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전시회도 영화관도 쇼핑도 자유롭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 한 번 나서려면 먼저 동선을 살피고 그곳의 상황들이 어떤 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알아본 뒤 길을 나선다.
예전에는 계단도 비탈길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젠 내게는 너무 어려운 길이 되어 버렸다.
그 길들을 힘겹게 걸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두 발로 성큼성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
두 발로 펄쩍펄쩍 뛰는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
이 모두가 기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뻔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말할 수 있는 것, 걸을 수 있는 것, 숨쉴 수 있는 것, 볼 수 있는 것, 하다못해 눈꺼풀이 움직이는 것,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 등등……이 모두 당연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을 다리를 다치고 나서야 가슴 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배고파 할 때에 하나님께서는 매일같이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 주셨다.
처음에 그들은 하나님께서 내려 주시는 만나와 매추라기를 먹으며 벅찬 심정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맛나게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 40년이 되는 동안에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매일 변함없이 내려 주시는 만나와 메추라기에 점점 신물이 날 정도로 지겨워졌을 것이다. 더 이상 먹고 싶지도 바라보기도 싫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라도 40년 동안 매일 똑같은 것을 그것도 삼시세끼 똑같은 것을 먹으라고 한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매일같이 내려 주시지 않았다면 그들은 분명 광야에서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을 매일 먹여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또한 사람이다. 사람의 본성이란 것이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처음에는 귀중하다고 여기던 것에 대해 하찮게 여기게 되고 감사할 줄을 모르게 된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다.
입으로 말할 수 있고, 두 귀로 들을 수 있고, 두 눈으로 볼 수 있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손가락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굶어 죽을까 봐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 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였음을 두 다리를 다친 뒤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비록 계단은 서툴게 오르내리지만 두 다리로 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누구의 도움 없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살아 있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의 원망함을 들었노라 그들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너희가 해 질 때에는 고기를 먹고 아침에는 떡으로 배부르리니 내가 여호와 너희의 하나님인 줄 알리라 하라 하시니라(출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