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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Dec 11. 2022

가격이 곧 브랜딩,
'딱 좋은 값'을 만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격이 하는 말' 무인양품과 유니클로 





요즘 배달 음식엔 배보다 더 큰 ‘배꼽 요금’이 따라붙는다. 대충 거리에 비례할 거라 생각하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고, 때로는 바로 옆집도 동이 바뀐다는 이유 만으로 1천원 정도가 추가된다. 좀, 아깝다. 심지어 배달료를 포함해 이미 선결제를 했음에도 막상 음식을 받을 때면 천원이나 5백원 남짓 더 지불해야 할 때가 있는데, 말하자면 접촉을 피하자고 시킨 배달 접촉을 매개해 비로소 완료되는 셈이다. 좀, 많이 아깝다. 옛말에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지출은 택시비와 술값이라 했는데, 난 이제 코로나 시절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의 배달료라 당당히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700원짜리 핫도그 하나를 위한 배달료 4천원. 이 얼마나 재앙같은 소비일까. 배보다 더 큰 ‘배꼽료’를 내는 시절, 배달 한 끼는 그렇게 좀 불편한 식사가 된다. 

물론 난 이에 대해 코로나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배달 업체의 중구난방 요금 체계가 문제라고 성토할 마음은 별로 없다. 다만 마음이 편해지는 가격이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좀 많이 심드렁해졌을 뿐이다. 배달료에 대한 재화의 교환 가치, 그것부터가 일다 명확하지 않다. 문밖에 발 한짝도 움직이지 않고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는 건, 이 겨울 더할나위 없이 따뜻한 축복, 복받은 테크놀로지라 생각하지만, 햄버거보다 비싼 배달료를 소비햐아 하는 일상에, 나의 식생활 전표는 어떻게든 재구성되어야할 것이다. 배달이 어쩌다 소비에 최우선 변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와중, 일본의 생활 브랜드 ‘무인양품’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왕좌왕 가격을 내렸다 올렸다 하는 식의 가격 조정은 하지 않습니다.” 우왕좌왕 사는 시절, 가격도 그냥저냥 그를 따랐던 걸까. 지금은 너나나나 물가를 올리는 초인플레 시대, 일본에선 지난 상반기 8월까지만 약 8만 종 이상의 가격이 올랐다고 하던데, 변하지 않는 가격이 있다. 지난 9월 ‘무인양품’은 ‘가격의 반성(値段の見直し)’을 선언하며 이용 빈도가 높은 2백 개의 상품에 대한 가격을 조정했다. 또 하나의 인상인까 싶지만 그렇지 않고, 반성하는 가격, 즉 ‘내리다’ 오히려 가격의 인하였다. 초고물가 시대 값을 내리는 가격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물가 상승은 곧 가격의 인상이 아니었던걸까. 코로나 1년, 2020년에 새로 취임한 도우젠 노리오 회장의 말은 이러하다. 

"우왕자왕 가격을 내렸다 올렸다 하는 것은 사는 사람 입장에서 좋지 않아요. 베이직한 상품에 관해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 이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정한 것들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모두 1100개의 상품이, 가격 '인하'되었다.


인플레 시대,

변하지 않는 가격이 있다


가격은 참 민감하다. 단순히 비싸거나 싸서가 아니라, 비싸졌을 때 참 민감하다. 동시에 가격은 참 익숙하다고도 말해볼 수 있는데, 특히나 일본에서 근래 가격 인상 뉴스가 들려올 때면 따라붙는 말들은, '30년 만의, 창업 이래 처음', 아니면 '경제 위기 이래 처음으로'와 같은 ‘오랜만’을 암시하는 수식어들이다. 물론 이는 극히 일부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모름지기 가격이란 상품의 라이프사이클과 직접 연동되어있고, 기업 입장에서 가격을 그리 쉽게 자주 바꾸지는 않는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렸을 때 그건 곧 시장 내 상품의 포지션 변화를 드러내는 사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적으로 별로 그럴 수 없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잘못 움직였다가 시장 밖으로 fade out, 이탈해버리는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자본이란, 참으로 냉정하다.

그리고 비싸진 가격에 유독 민감한 것 역시, 달리 말하면 가격이 가진 익숙함에 대한 반발, 그런 반응이라 볼 수 있다. 가령 1천원 하던 새우깡이 12백원이 되었을 때, 지폐 한 장에 딱 떨어지지 않는 이 가격 인상은 실제 2백원보다 크게 체감된다. 일본의 대표 군것질 과자 ‘우마이봉(うまい棒)’이 창업 이래 42년간 가격 인상 한 번 없이 10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동전 하나로 사먹을 수 있다는 간편함, 동시에 ‘안심감’을 정확히 충족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12엔에 판매되고 있다. 

더불어 그와 비슷한 이유로 일본에선 198, 한국에서 끝자리 990원 등 소위 ‘시각적 가격’, '아끼고 있다는 착각으로 성립하는' 즉 싸게 파는 장사의 프라이싱 법칙이 있다면, 맘 편해지는 가격이란 끝자리 없이 말끔하게 떨어지는 10엔이거나 1만엔. 부담없어서거나 반대로 뿌듯하니까. 어찌됐든 안심감을 전해주는 가격이다. 그러니까 가격이란, 다분히 감정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일상 용품의 경우, 자주 쓰는(시는) 물건인 만큼 ‘습관 가격’이 가장 유효하게 작동하고, 그를 가리켜 ‘심리적 가격의 공감대를 형성한다’고도 말한다. 말하자면 가격도, 우리와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 물가 상승 시대, 가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함께 오르지만, 동시에 그를 억제하고 싶은 반발심이 여지없이 따라붙는다. 그렇게 주관적이고 또 모호하다. 말하자면 가격의 ‘지각 가치(知覚価値) 상태’, 즉 ‘더 싼 건 없을까, 나중에 살까, 혹은 사는 걸 포기할까’ 고민하는 소비자를 고민하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럴 때면 가격은 좀, 사람같기도 하다. ‘무인양품’이 이야기하는 '기분이 편해지는 가격', 그 착하게만 들리는 값이란 아마 이런 '셈법'에 더 가깝고, 그렇게 보다 더 물건과 사람 사이 '순가치'에 다가서 있다. 인플레 시절, 우리가 너무나 쉽게 망각해버리는 바로 그 순가치. 그런데 그건 누구의 망각인지, 이 역시 닭과 계란의 문제일까. 

내가 종종 사먹는 ‘무인양품’ 레토르토 치킨 카레는 22년 10월 1일자, 290엔에서 250엔이 되어 있었다. '맘 편한 가격'이란, 아마 이런 여유의 40엔일지 모른다.


유니클로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


지금은 끝을 모르는 인플레가 눈앞의 석자이지만, 인플레 만이 꼭 가격을 가격이게 하는 건 아니다. 2019년 10월 일본에선 물가 시장을 들썩이게 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소비세의 8%에서 10%로의 인상인데, 우리와 달리 가격을 소비세 별도로 표기하는 그곳에서 이는 실질적 가격의 인상에 다름없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의 1990엔짜리 히트텍은, 소비세 인상과 함께 +8%의 159엔이 아닌, +10%, 199엔이 붙어 2180엔이 되어버렸다. 비록 근소한 차이지만 2천엔을 넘겨버린 사건으로서의 인상이다. 그리고 이는 '최선을 다해 가격을 줄였습니다'라고, 읍소할 수 있는 소위 ‘끝자리 가격’도 더이상 아니다. 체감의 문제, 천원 대의 히트택과 2천원대의 히트텍은 결코 10엔 차이가 아니다. 

하지만 이 인상 내역을 살펴보면, 159엔이 199엔이 되어버린 그 사연을 들어보면, 여기엔 사실 좀 억울한 기업의 사정이 섞여있다. 히트텍의 최종 가격은 사실상 약 2% 올랐지만, 그건 전혀 기업의 의지가 아니고, 전적으로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상승분에 대해 기업은 할말은 많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물론 소비세 인상과 같은 건 국민적 뉴스이니 모두 다 알지 못할,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겠지만, 2천엔을 넘긴 히트텍은 지금 새삼, 시장 내 가격의 정당성을 재구축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았다. 게다가 소비세 포함 1990엔 짜리 히트텍과 2180엔짜리 히트텍을 팔기 위한 비즈니스 또한 결코 2백엔 차이가 아닌지라, 이건 생각보다 더 얄궂은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가의 품질 좋은 상품'이란 자사의 광고 카피를, 조금은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고 말하는 법. 



브랜드는 돌연 가격에 대해 숫자가 아닌 이유, 즉 말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져버린 건데, 정부의 소비세 방침까지 나서서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가격은 또 다시 소통을 포기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그 무렵 유니클로가 보여준, 그들이 제시한 일종의 실질적 가격 인상에 대한 호소글, 즉 광고는 그야말로 크리에이티브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소비세가 10%로 인상되고, 전과 달리 소비세를 포함 가격을 표기하는 '총합표기제'도 시행되고(2021년 5월) 그렇게 갈 곳을 잃은 +α의 자리에 그들은 웬걸 THANKS라 적어 넣었다. 그대로 적어보면 1990엔 + THANKS. 기존 가격표의 +소비세 자리에 159엔도 199엔도 아닌 그들이 붙인 건 바로 감사의 말, 영어로 THANKS였던 것이다. 그리고 카피는 ‘고객님의 생활을 계속 응원하자고 마음 굳게 결심한 한 해였습니다(客さまを支えていくと、強く誓った一年でした。).’ 광고 게시 시점이 2021년 3월 4일, 코로나가 시작되고 첫번째 봄이니, 이들은 소비세 인상을 2020년, 코로나 1년을 함께 열심히 버텨온 고객에 대한 답례의 시점으로 삼은 것이다. 같은 하루도 해석하기 나름. 시절을 함께 하면서도 오늘을 극본한다. 

사실 가격이란, 특히나 가격의 인상이란 서로가 불편한 말임을 고려할 때, 이 시기적절한 감사의 메시지는 자연스레 네거티브한 커뮤니케이션을 피해간다. 동시에 소비세 통합 표기로 이제는 사라질 +tax 자리에 대한 의미를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굳이 없어질 택스 표기 자리를 빌려 THANKS라 적는 마음은, 과연 어떤 셈이 풀어낼 수 있을까. 광고를 제작한 ‘덴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시하시 사치는 “생활 브랜드로서 가장 필요한 건 변하지 않음을 변하지 않고 전하는 것”이라 말했는데, 맘 편한 가격, 그리고 생활 브랜드. 이럴 때 가격은 크리에이티브의 도움을 받고, 태그의 숫자는 이런 이야기도 한다. 



무인양품의,

좋은 가격을 '발견하다'



유니클로의 이와 같이 선량한 크리에이티브는 사실상 9%의 가격 인하를 가져왔다고 한다. 8%에서 10%, 소비세 인상분을 오롯이 자사 부담으로 충당한 유니클로의 이 새로운 가격 체계는 그만큼 손해를 각오하는 일이다. 하지만, 밑지는 장사 없다고, 생활이란 지속하는 것. 의식주 망라하며 상품을 전개하는 유니클로에게 그 -9%를 떼우고 남은 여분의 ‘생활 자재’는 이미 충분하다. 한 해가 지나 2022년 가을, ‘유니클로’는 히트텍 2종과 후리스, 그리고 기본 패딩 상품에 대해 각각 1천엔 씩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더이상 5990엔이 아닌 6990엔의 다운을, 난 사게될까. 결국 소비란 행위를 통해 의미를 드러내는 게 곧 가격이라 할 때, 그건 어김없이 나의 생활과 관계하고, 다방면의 작용과 반작용을 거쳐 구매이거나 샀다가도 환불, 혹은 사지 않는 소비로 남고만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뛰는 물가만큼 나의 생활이 중요하다. 



그래서 또 하나의 생활 인프라 브랜드 ‘무인양품’ 역시 최근 널뛰는 초超고물가에 ‘직접’ 반응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들은 ‘가격의 재검토’, 자신들만의 가격 체계를 갖고있고, 곧 시행한다. 지난 9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제시했던 ‘반성하는 가격’을 통해 그들은 결국 해당 품목 200여 개 상품에 평균 20~30% 가격을 할인한 꼴이 되었다. 소위 마약 소파 ‘몸에 핏하는 소파’는 9990에서 7990엔, 깃털 베개는 무려 40%가 할인된 1190에서 690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카레는 290에서 250엔. 원가 자체가 폭등이라는 시절 어떻게 가능한 계산일까 싶다. 하지만, ‘무인양품’은 말 그대로 ‘다시보기(見直し)', 상품 공정 곳곳에 ‘다시보기’를 작동하며 필요없는 과정은 생략, 혹은 개선을 통해 제작 원가의 절감을 이뤄냈다. ‘먹다’, ‘자가/쉬다’, ‘꾸미다’ 일상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카테고리 2백개의 상품에 대해, 40년 전부터 변하지 않게 지켜왔던 ‘소재 선택’, ‘공정의 점검’, ‘포장의 간소화’ 등을 새삼 돌아보며, 그러니까 생산 파트너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더 절감할 수 있는 실은 불필요한 비용을 덜어낸 것이다. 

“성실한 품질과 논리적인 의미를 가진, 생활에 빠질 수 없는 기본 상품군, 서비스군의 상품을 누구든 쉽게 가질 수 있는 가격으로 정하다.” 이번 가격의 개정을 설명하는 그들의 논리이다. 시대를 함께하지만, 보다 다른 관점에 서있다. 코로나 이후 물가가 상승했으니까, 동의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로인해 가정 살림 살이는 더 힘들어졌으니까, 그를 보조할 가격을 찾아낸다. 이게 바로 ‘무인양품’의 셈법이다. ‘늘 기분 좋은 생활’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는 초물가 시대, 이런 생각을 한다. 


광고의 너와 나

1과 2 사이의 화법



2019년 10월, 보다 5년 만에 소비세가 인상되었을 때, '무인양품'의 광고는 웬 기린이 장식했다. 이후 최근까지도 '무인양품'이 소비세를 거론할 때면 기린에 이어 하마, 해파리, 코끼리 등 왜인지 늘 동물이 등장한다. 그만큼 친숙한 말걸기를 시도한다. 그들은 소비세가 인상된 사실을, 그리고 그를 총합 표기로 기재한다는 사실을 목이 길어 기린, 기린을 등장시켜 이야기했다. 카피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소비세포함 가격(これまでも、これからも、ずっと消費税込み価格). 별 멋은 없지만, 이럴 때 필요한 건 확실한 전달성이다. 그리고 그를 사람이 아닌 동물이 이야기한다.’ 결국 사람이 결정하고야 마는 가격이란 이슈에 대해, ‘무인양품’의 크리에이티브 그 첫 발은, 아마 가장 중립의 포지션일 동물의 입을 빌리는 일이다. 가격이 비싸다고 사람에게 성을 내는 사람은 있어도, 하마 앞에서, 목이 길어 기린 기린에게 목청을 높이는 이는 아마도, 없다. 각각 8%, 10%란 숫자를 몸에 품고 있는 기린, 그리고 하마를 보면 ‘어찌됐든 변하지 않았구나’라고, 납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최소한으로 말하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할 이야기.  일상을 일상이게 하는 조건을 '변하지 않'음이라 할 때, 소비세 인상이란 가장 위협적 외부 요인이고, 그래서 ‘무인양품’은 철저히 변하지 않음의 크리에이티브를 수행한다. 광고 이미지의 일러스트를 자사의 식품 관련 포스터를 작업하는 ‘일본디자인센터’ 마츠노 카오루 씨가 담당한 것 역시 별 거 아니지만 그런 ‘불변함’의 실천에 해당한다. 특히나 이번 10% 인상안의 경우, 테이크인과 아웃, 소모성이냐 지속성이냐 등에 따라 8%를 유지해주는 기준이 그야말로 애매했는데, ‘무인양품 ‘광고에서 달라진 건 동물 한 마리가 그저 더 등장했다는 사실 뿐이다. 그들은 정부가 제시한 복잡오묘함, 그러니까 그 불편함을 마치 시사하듯 지금까지와는 달리 두 마리의 동물, 2% 정도 더 큰 해파리를 한 마리 더 등장시킨 뒤,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무인양품 쇼핑에 어려운 계산은 필요없습니다.’ 

변하지 않은 메시지를 통해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부담을 덜어주고, 최소한의 변화로 정부의 오묘복잡한 정책의 골치 아픔도 말끔히 해소해준다. 이만큼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표현을 넘어 메시지의 전달 방식이 있을까. 광고를 주도한 건 하라 켄야 씨. 오직 그래픽에 의존한 이 비주얼의 메시지는, 어쩌면 말로도 하지 못할 이야기를 한다. 그런 말하기의 성공. 늘 좋은 크리에이티브란, 철저히 소비자의 관점에 서보는 일일까. 그렇게 함께하는 삶. ‘무인양품’을 사는 하루라면, 그런 내일을 함께 살아가는 일인지 모르겠다. 



배달료라는 허수를

다시 생활의 상수로 Reset



유니클로도, 무인양품도 배달 음식이 아니지만, 맘 편한 소비엔 찜찜함이 남지 않는다. 종종 온라인 주문을 하고 받아보는 두 브랜드의 박스 속엔 형식상 겉치레에 불과해도 고객에 대한 감사의 한 줄이 적혀있다. 물론, 종종 배달 음식을 시킬 때에도 그와 같은 포스트잇이 붙어 오기도 한다. 어쩌면 배달이 이 시절에 쓰는 편지.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 무언가를 사고 판다는 건 늘 이렇게 마음이 오가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근래의 배달료는 상수보다 더한 변수가 되어, 일상 구석구석을 어지른다. 과도한 배달료에 기가 차 가게에 말하면 자기 탓이 아니라하고, 배달이 늦어져 배달업체에 이야기하면 가게 문제라 이야기한다. 너도 나도, 누구의 것도 아닌 배달과 배달 시간과 배달 요금. 그저 코로나의 탓일까. 아니면 배달료란 이미 가격이 아닌 걸까. 

지금의 배달료에 대해, 경우와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는 변동형 요금에 대해 난 무엇 하나 말할 수 없지만, 반대로 모두를 편하게 하는 가격이라면 조금은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건 아마 가장 미니멀의, 포장이 없고, 서로에게 최소함만을 요구하고, 누구도 힘들게 하지 않는 적정선의, 서로의 생활이 만나는 접점이거나 바로 그와 같은 합의의 숫자는 아닐까. 그러니까 잘 눈에 띄지 않는 가격. 그렇다면 배달료는 얼마일까. 근래 식재료의 배달을 시작한 '무인양품' 도우젠 회장은, 그럼에도 계속 '늘 좋은 가격’을 이야기했다. 가격은 어쩌면, 늘 진행형이다.


‘무인양품’이 계속 좋은 가격일 수 있는 건, 1980년 창업 이래 ‘안티 소비사회’, ‘안티 브랜드’ ‘안티 낭비 사회’를 주창하며 의식주란 생활 기반 영역에서 ‘기분 좋은 삶’을 탐색해온 결과로서 찾아낸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만드는 것이 아닌, 너와 나 사이 가장 기분 좋은 자리에 이미 정해진 숫자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소비세가 올랐다 해도 어려운 계산 없이 계속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줄곧 ‘소비세를 포함한 총액 표시’를 유지하며, ‘적정 가격’을 찾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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