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
이 책은 1950년대 비트세대와 1960년대 히피세대를 연결하는 작가인 켄 키지가 1962년도에 발표한 소설이다. 한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권력에 맞서 싸우는 맥머피를 필두로 등장인물들이 연대하여 절대 권력에 저항하고 결국 맥머피는 힘에 굴복하지만 그가 심어준 희망의 씨앗이 싹트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어, 거대한 구조 아래에서 소외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오늘날까지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넘치고 신선한 자극을 안겨 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에는 정신병동 입원 자체부터 부조리가 만연했고, 정신장애 진단 범주에 동성애가 있을 정도로 편협했으며, 치료 방식도 전두엽절제술 같이 현대 의학에서 경악할 만큼 야만적인 방식이 성행하였으니, 정신병원에서 야간보조인으로 일한 짧은 경험을 통해 작가가 ‘정신질환은 장애가 아닌 단지 사회가 강요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따르지 않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질 만도 하다. 그러나 환자의 치료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봤을 때, 통제력을 상실하여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수 있는 고위험 환자들을 격리시켜 놓은 폐쇄병동 특성상 치료 목적으로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제한과 통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신병동의 통제를 부조리한 절대 권력으로 표상하여 개인의 억압된 자유와 강요된 삶과 대치시킨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러나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필요에 의해 병원에 존재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가운데 서로를 통제하고 조종한다. 맥머피는 범죄자로 교도소 노역을 피하고자 미친 척하고 정신병원에 들어왔다. 근본적으로 반항기 있는 그가 보기에 수간호사가 병동을 부당하게 통제한다고 느끼고 그녀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고 선을 넘나들며 자유를 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다른 환자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기도 하고 금전적 보상도 챙긴다. 한편 맥머피가 ‘당신들은 미치지 않았다’고 여기는 이 책의 1인칭 서술자인 인디언-아메리칸 브롬든을 비롯한 몇몇의 입원 환자들은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이유를 가졌지만, 결국은 세상의 위협에 맞서 살아가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선택했거나 혹은 세상과 맞설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재하여 대부분 자발적으로 안전하고 통제된 병원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다. 필요에 의해 입원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압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상태에 대한 양가감정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통합하지 못하고 불행의 원인을 병원에서 찾아내고 남 탓만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그들이 맥머피를 병동 권위에 저항하는 영웅이 되도록 조종하여 그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절대 권력자로 표상되는 수간호사 랫치드는 자신의 관할 병동을 최대한 안정적인 환경으로 유지하는 것을 우선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부적절한 방식으로 치료를 처벌 도구로써 이용하면서 환자를 과도하게 통제하고 조종한다.
이들 모두 서로 자신의 필요에 의해 복잡하게 엮여 있어서 그 누구도 절대악 혹은 절대선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다만 각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선을 넘나드는데 그 과정에서 결국 가장 취약한 인간부터 다치거나 죽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각자의 몫만큼 삶의 경험을 남겨 누군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전보다 더 깊은 동굴 속으로 숨어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절대 악에 반하는 한 명의 대단한 영웅도, 절대악의 폭력이나 억압도 아니다. 무감각해진 삶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겼을 때 두려워 매몰되거나, 도태된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 있게 변화를 직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수용할 때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좌절도 행복도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괴롭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노력과 시도를 하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길이 틀렸다면 멈춰 있기도 하고, 길을 잃고 방황도 해보는 것이다. 이 미친 세상이 나를 미치게 만들지 않도록 웃음으로 정신의 균형을 유지해 가며 내 삶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 남들이 정의해 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가면서 내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발견해 내고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