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역학과 원인의 그물망: 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에서 크리거 교수는 우리가 오늘날 질병의 원인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1960년대부터 역학 교과서에 등장한 '원인의 그물망'은 질병의 원인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제2형 당뇨병을 생각해보지요. 당뇨병의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노화와 가족력은 물론이고, 고혈압과 과체중도 원인입니다. 여러 원들이 서로 엉켜 함께 당뇨병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는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역학 연구들은 '원인의 그물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습니다. 크리거 교수는 그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그 '원인의 그물망'이 마치 처음부터 주어진 것인 양 생각하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사회적 환경은 주어진 고정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토대 위에서 형성된 것인데도, 왜 질병의 원인이 항상 개인 차원의 고정된 요인으로만 가정하는지 질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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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처럼 얽힌 여러 원인들로 인해서 사람들이 아프다면, 그 그물망을 만든 거미는 무엇이고 누구일까요? 우리는 그 그물망을 엮어낸 역사와 권력과 정치에 대해 물어야 하고, 좀 더 간결하게 말하자면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을 탐구해야 한다고 크리거 교수는 말합니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김승섭/동아시아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