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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아 Jan 07. 2024

앎과 감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 더 알아가며...

나는 평소에

국내 영화보단 해외 영화를,

한국어 가사의 음악보단

잘 알아듣지 못하는 가사가 있는 해외 음악 듣는 걸 선호한다. -물론 가사가 없으면 더 좋다-


그것은 마치

집 보다 카페를

작업하기에 더 좋은 환경으로,

동네보다 해외 휴양지에서

평화로움을 더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차원으로 가야 할 때

나에겐

익숙한 언어가

익숙한 배경이

익숙한 환경이

매우 거슬린다.


왜,

기차에서 만난 사람처럼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더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는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Stranger on a Train)’도 있다 하지 않는가..


알던 것,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에서 더 느껴지는 편안한 느낌이 있다.


나의 외국어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내 그림실력이 늘지 않는 것도, 내가 디테일하지 않은 것도

‘생긴 대로 논다’는 말처럼

디테일하게 알고 싶지 않은 나의 취향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나의 애정은 양과 깊이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난 이제껏 돋보기를 들이대었을 때, 무엇도 더 아름답게 보았던 경험이 없다.

더군다나 나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공식은 몰라도, 불협화음만은 귀신같이 찾아내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무언가에 깊이 빠져 생각할 때 생긴 집착은

보통 징그럽고 구역질 나는 곳으로 나를 인도했고,

그 끝엔 늘 피로와 권태, 진절머리 나는 지겨움이 있었다.

-특히나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선 굳이 줌을 해서 당겨 보지 않아도..-

내가 무언갈 깊이 알고자 한다면 셋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감흥이 없어서거나

불편함 때문이거나

분노 때문이거나..


나에게 앎은 ‘필요’지 ‘취향‘이 아니다.

나에게 앎은 어떤 소유물일 뿐이고

나에게는 앎은 감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알아야 하기에 알려고 하는 거지

나에게 세상은 딱히 알고 싶지 않은 것들 천지다.

-따라서 나는 포털사이트 뉴스라던지 소품 배치라던지 웬만한 건 다 없애버리는 걸로 세팅하고, 웬만한 알람도 다 꺼 놓는다.-


‘류이치사카모토’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음악을 매우 좋아했기에

그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존경스러운 마음이 우러났다.

그래서 더 알고 싶지 않았다.

존경스런 뮤지션의 느낌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러다 작년,

그의 마지막 새앨범을 줄기차게 듣던 중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게 작년 봄은 매일 그의 마지막 앨범과 그가 장례식에서 틀었으면 좋을 거 같다 꼽은 플레이 리스트들을 들으며 보낸 것 같다.

그러면서 매스컴 등등에서 그의 이야기가 빈번히 듣게 되어,

1년 사이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서 주워 들어 아는 게 더 늘어나게 되었는데,

그에 대해 알아가는 게 쌓일수록 더 좋아지고 있어,

-그의 자서전까지 대출 함-


어제 영화관에서 러닝타임 내내

연달아 그의 흑백 연주 영상을 보면서..

그리고 오늘도 그전에 상영했던 다큐를 돌려보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무언가 내 안에서 싹트는 것이 느껴진다.

눈 내리는 풍경을 보는 마음과 같은..


연출 여부를 떠나,

카메라에 담긴 그의 모습 한컷한컷이 다 영감이고 가르침이었다.


아..

나도 큰 불씨가 되어 마구마구 활활 타올라보고 싶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도

한 번쯤은 류이치사카모토 같은 작업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지만

어제오늘

이것도 불씬가 긴가민가 하는

아주 작은 불씨를 본 나는

지금 그저 아주 조심스럽게 있을 뿐이다.

방치해도, 마구 나대도

자칫하면 쉽게 꺼질 것 같아서..


그래서

아주 조금씩 천천히..

차근차근...

가 보려한다.



류이치사카모토에겐 여러 타이틀이 있다.

피아니스트, 작곡가, 음악프로듀서 뿐만아니라

심지어 사회운동가, 환경운동가로도 활동 했다.

영화에서 연기도 했다.

그는 여러가지에 관심도 많았다.

피아노 연주나 작곡 하나만 집중해서 해내기도 힘든데

그는 음악을 잘 하는 것 뿐 아니라 잘하지 않는 것.

그렇게 음악을 자연상태에 놓거나 다른 장르의 예술과 콜라보를 하거나

일상의 소리나 노이즈를 음악으로 끌어 오는 등...

음악을 실험하는 것에도 열심하였고 또 잘 하였다.

-그는 전자음악 밴드의 결성멤버로, 전세계의 일렉트릭팝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미술, 영화 ..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도 원만히 잘 어울린것 같고,

유희열님의 표절 이슈에 대한 이메일에도

문제 없다는 쿨한 내용으로 섬세하게 답변을 남겼다 고 하는 부분을 봐도 ‘작은것에 연연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쫌생이 영감탱이’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곳에

반전 없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같이 통이 넓은- 분 같단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작권을 챙기는건 쪼잔한 일이 아닌 당연한 권리는 키는 굉장히 민감한 일이다.

그렇다고 유희열님이 유죄란 말도 아니다.

나는 희열님의 팬이고, 예술이란건 사실 또 시시비비를 가리려 따지고 들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분야란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세대에 걸쳐 다양한 기술 매체들이 융복합되어 얼키고 설켜있는 현대 시대에 어느 분야가 오리지널리티의 시비에서 자유롭겠느냐만은..

좌우지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 외모 또한 훌륭하시단 걸, 젊은 시절부터 익히 보아와서 알았다만은..

세상 어디에

암투병중인 고령의 환자가 저런 비주얼를 뽐낼까 싶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지만, 내 눈엔 완벽해 보이는 류이치사카모토.

진정 그에게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할지라도

겨우 불씨가 짚혀진 지금 만큼은 굳이 알고 싶지 않다.

지금은 가능한한 그의 좋은 점만 보고 그 불씨를 크게 일으키고 싶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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