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으뜸음을 찾게 되다.
얼마 전부터 음대에 재학중인 전공생이자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에게 화성학을 배우고 있다.
레슨 5회차이던 오늘,
동생은 내게 테스트차 몇 문제를 내며 풀어보라고 했다.
자신있게 도전했으나,
문제를 푸는 나는 점점 초라해져갔다.
내가 몰랐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만 깨달았을 뿐..
역시 전체적인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래도 초반에 화음 인터벌 열문제서는
만점을 받았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체르니 50까지 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상식을 거행할만큼
꽤 큰 규모의 피아노 대회에도 나가
입상 한 경험이 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경력이 있음에도...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왜냐... 그 때 실력은 온데 간데 없고
지금은 악보도 읽지 못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세어가며 읽는 수준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손가락도 안 굴러 간다.
그러나 더 부끄러운 사실은
그 동안 한번도 도레미파솔라시도 를..... 이해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동안엔 어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쳤느냐 하시면...소자 그냥 도레미파솔라시도라 하여 도레미파솔라시도인줄 알았고,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치라고 하여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쳤을 뿐이었습니다만...
여하튼 그간
몇 번의 망각과 되새김질 끝에
이제야 간신히 음의 주제를 파악하고,
으뜸음을 만들고, 간격을 잴 수 있게 되었다.
-음악하는 사람들에겐 도레미파솔라시도 겨우 안거 가지고 주제파악이니 하는게 웃긴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래도
내가 닿는 곳.
그곳을 기준으로 만들고 으뜸으로 삼는 것.
대과업처럼 느껴지는 이런 일을
그래도 이제는 피아노 건반이나 기타 지판 위에서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이 나는 크게 나아간 느낌이 든다.
며칠 전에
동생이 말했다.
”누나, 실제로 뛰는 게 중요한 거야.
축구의 룰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서 나아가
그걸 실제로 실행시켜 필드에서 뛰는 건 다른 얘기인 거야..
그렇게 필드에서 뛰면 선수고, 룰만 읊어대면 방구석 선수 되는 거지.. “
내가 알게 된 스케일들을 적용시켜 활용하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 가능한 걸까?
.
.
이제는 밥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따지는 것도 지쳤고..
어차피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따져 물어봤자 밥도 쌀도 안나 오고..
나는 그런 걸 따져 물을 때가 아닌 아직 미성숙한 아기란 걸 깨달았다.
아기에겐 부끄러움도 수치심도 사치다.
아기는 주제도 분수도 모른 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밥 먹고 쌀 먹고 자라는 게 먼저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미성숙한 아기로,
또 내 안의 아기를 양육하는 양육자로 하루를 보냈다.
언젠가는 으뜸음으로 자라나,
나만의 스케일을 이끌며 살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