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슈퍼마켓, 이우(义乌)의 이야기
■ 제목: 계모비상천 (鸡毛飞上天, 지마오페이샹톈)
■ 장르 : 드라마 / 도시 / 상업
■ 년도 : 2017
■ 감독 : 余丁
■ 주요 배우 : 张译,殷桃,陶泽如 등
오늘 소개드릴 드라마 역시 2020년에 제가 본 드라마 중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마음에 들었던 드라마입니다. 2017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계모비상천(鸡毛飞上天)>인데요. 2017년은 물론이고 종영 이후 2년이 지난 2019년까지 각종 상을 받았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인기도 좋고 평점도 좋았던 드라마입니다.
중국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온 후 저는 매일 또우빤 플랫폼에 들어가서 이래저래 서핑을 하며 평점이 좋고 랭킹이 좋은 드라마나 영화가 없는지 찾아보곤 했는데요. 이 드라마는 그런 웹서핑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장이(张译, 장역)라는 배우를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의 주연으로 나와서 시간이 되면 꼭 보려고 했는데, 어째 영 시간이 안 나더군요. 그러던 중, 재미있는 신작이 없는 시기가 찾아왔고 그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역시 또우빤은 믿을만해요.
중국 드라마나 영화는 종종 중국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촬영해 그 도시의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환러쏭(欢乐颂)>의 상하이가, <도정호(都挺好)>의 쑤저우가, <렵장(猎场)>의 베이징이, <호우시절(好雨时节)>의 청두가 그렇죠. 이 드라마 역시 그런 류의 드라마인데요. 드라마에서 다루는 도시는 중국 절강성의 한 도시 이우(义乌, 의오)입니다.
이우라는 도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혹시 중국 관련 뉴스를 좀 보신 분이시라면,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승리를 이우에서 맞췄다, 월드컵 우승 국가를 이우에서 맞췄다, 뭐 이런 뉴스 한 번쯤은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우는 중국의 소상품(小商品) 판매 시장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이 도시에서 어떤 물건의 수주가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보고 앞서 말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죠. 이우에 가면 정말 없는 것이 없다고, 온갖 소매품이 모두 있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 중국에 있을 때 정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상해에서 막상 기차를 타고 가보려니 은근히 번잡스러워서 가보질 못했네요.
이우라는 도시가 이렇게 소상품 집산지로 유명해지기 전에는, 사실 비교적 가난한 도시 중 한 곳이었습니다. 도시를 대표할만한 이렇다 할 산업이 없어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 때, 지마오환탕(鸡毛换糖)이라는 것을 하곤 했습니다. 지마오환탕이 뭔고 하니, 마을에서 설탕을 녹여 엿을 만들어서 그것을 판 돈으로 닭털(鸡毛)을 사는 것입니다. 닭털을 산 뒤에는 그것으로 부채를 만들어 팔고, 부채를 만들어 판 돈으로 또 뭔가 다른 것을 사고... 이우 사람들은 이런 일종의 물물교환 방식으로 생활 속 부족한 물건들을 구하곤 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쳔쟝허(陈江河)는 이런 이우의 한 마을 길바닥에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그런 그가 이우 사람으로서 '지마오환탕'의 정신은 살리면서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이우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드라마는 수많은 이우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이우가 '세계의 슈퍼마켓(世界超市)'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립니다. 말은 비교적 간단하게 했지만, 드라마는 주인공 쳔쟝허가 아기일 때부터, 청년기를 거쳐, 중년, 노인이 될 때까지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고군분투하는지 그 일대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이 일대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한 배우가 연기합니다. 그럼에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천상 배우들이죠.
쳔쟝허의 삶에는 열정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를 보고 있으면 마음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죠. 또 그와 주변 인물들이 자신의 사업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인과 비즈니스 할 때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하는지, 중국인이 비즈니스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마 저만 이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이 드라마는 방영된 이후로 중국 각지의 방송국에서 방영이 되었습니다. 강소, 절강위시는 물론이고 심천, 귀주, 길림, 동남, 운남, 중경, 안휘, 내몽고, 청해, 호북위시, 거기에 CCTV까지 그야말로 중국 전역에 이 드라마가 방영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재밌는 건, 극 중에 한국으로 출장을 오는 씬이 있습니다. 무려 한국인 배우도 썼더군요. 이 드라마를 촬영할 당시 알았다면 어쩌면...?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소용없겠죠..ㅎㅎ
저는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장이(张译)를 참 좋아합니다. 그를 처음 본 건, 드라마 <생사선(生死线)>에서였는데, 그 드라마에서는 해외 유학에서 돌아왔지만 뭔가 좀 생활 감각이 부족한 사람을 연기해서 원래 이런 류의 역할만 맡는 줄 알았더랬죠. 그러다가 <추흉자야(追凶者也)>에서의 날티나는 연기에 한 번 놀라고, <사병돌격(士兵突击)>에서 고문관 왕바오챵(王宝强)의 사수로서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두 번 놀라고, 이 드라마에서 세 번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되죠.
솔직히 얼굴이 잘생긴 배우는 아닙니다. 한국에 온 뒤 지인들에게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이 배우가 좋아졌다며 사진을 보여주니 다들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더군요. 아마 그래서겠죠? 한국에서 이 배우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말이에요. 하지만 확실한 건 중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배우라는 점입니다. 그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나면, 그의 그 '덜 잘생긴' 얼굴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이 사람이 연기하는 인물에게 어떤 애틋한 감정이 생기실 겁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배우지 스타가 아니다(我是演员,不是明星)'라는 말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예능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는데요. 맡은 작품과 배역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개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장이라는 배우를 알아가셨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장이(张译), 인타오(殷桃)의 <계모비상천(鸡毛飞上天)>. 평이 좋아서 예전부터 보고 싶은 드라마 리스트 안에 두었는데,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극황(剧荒, 재미있는 드라마가 적은 시기)이 와서 소장 목록을 보다가 이 드라마를 발견! 그 결과는? 대만족! 절강성 이우(义乌) 사람 "쳔쟝허(陈江河)"의 인생을 통해 이우의 역사와 한 기업의 발전사를 볼 수 있다. 이 드라마 정말 묘하다. 어떤 때는 <대강대하(大江大河)> 같고, 어떤 때는 <재원방(在远方)> 같고, 또 어떤 때는 <교가대원(乔家大院)> 같다. 세 드라마의 장점을 이 드라마는 모두 갖추고 있고, 그에 더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연기가 또 엄청나다. 주연 배우들이 해당 인물의 모든 연령대를 빈틈없이 연기해냈다. 듣기로는 이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많은 상을 탔었다고 하는데, 역시나..! 쳔쟝허의 뤄위쥬(骆玉珠)에 대한 사랑이 정말 감동적이다. 다만 후반부에 왕쉬(王旭)의 스토리가 좀 불필요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