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볕이드는창가 Mar 31. 2021

평범적영요 (平凡的荣耀)

중국판 <미생>


■ 제목: 평범적영요 (平凡的荣耀, 핑판더롱야오)

■ 장르 : 드라마 / 도시 / 직장

■ 년도 : 2020

■ 감독 : 吕行

■ 주요 배우 : 赵又廷,白敬亭,乔欣,魏大勋,刘畅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한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 리메이크한 <평범적영요(平凡的荣耀)>입니다. 2020년에 방영되었고, 상해의 CBD, 루쟈주이(陆家嘴)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우빤 평점은 7점대.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썩 좋지도 않네요.


이 드라마는 웨이보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환락송(欢乐颂)>을 통해 알게 된 배우 챠오신(乔欣, 교흔)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이 배우가 본인 웨이보에 썸네일 영상을 띄운 것을 보고 말이죠. 처음엔 그냥 직장 배경의 드라마구나, 업무 관련된 용어가 좀 나올 수도 있겠네, 하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익숙한 한국 드라마 <미생>의 리메이크가 아니겠어요?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가 한국판 <미생>을 안 봤어요. 정확히 얘기하면 초반 몇 편만 봤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와 정면 비교는 불가능할 것 같네요. 제가 아는 선에서만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전반적인 스토리는 한국판 <미생>에서처럼, 이렇다 할 배경도, 스펙도 없는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잘 나가는 회사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고 결국은 훌륭한 업계 인사로 거듭난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그 배경이 되는 업계가 좀 다른데, 한국판에서는 무역회사였다면, 중국판은 투자회사입니다. 진천 캐피탈(金晨资本)이라는 회사죠. 생각해보면 중국은 확실히 우리나라처럼 무역업이 발달하진 않았죠. 그래서 현지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투자회사로 바꾼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쑨이치우(孙奕秋)는 역시 바둑을 배웠던 사람이고, 어머니의 어떤 선행을 계기로 루쟈주이 빌딩 숲으로 출근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상해 루쟈주이에 있는 한 오피스 빌딩을 빌려 촬영을 진행했고, 주인공은 상해의 주택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옵니다. 덕분에 드라마 곳곳에서 상해의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그의 괴팍한(?) 상사는 대만 배우 조우정(赵又廷)이 맡았는데, 분명 대륙 사람을 연기하는데 가끔 튀어나오는 그의 대만식 어투가 재밌습니다. 한국판의 배우와 비교하면 그 연령대나 모습이나 좀 싱크로율이 안 맞는 느낌이긴 한데, 중국 기업 임원들의 연령대가 생각보다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또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합니다. 배우 본인도 그걸 의식했는지 일부러 추레한 느낌을 주려고 면도를 안 한다거나 머리에 까치집을 지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연출을 하는데, 좀 부족하네요.


우리의 강소라 언니의 역할은 앞서 말한 것처럼 챠오신(乔欣)이 맡았습니다. 강소라 언니만큼 당차거나 몸매가 엄청 좋거나 한 역할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엘리트 출신에 노력파 인물을 잘 살려냈죠. 그 외에도 드라마에는 다양한 직장 내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한국판과는 업종이 달라져서 감독이 직접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물 설정과 관련된 힌트를 얻곤 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드라마 속에서 각종 차별에 시달리는 여자 주인공을 보며 이 인물에 감정이입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히려 가장 감정이입이   캐릭터는 까오스총(高思聪)이라는 캐릭터였습니다. 한국판의 장백기 역할인데, 완벽한 캐릭터인가 싶지만 만만치 않은 상사를 만나 각종 좌절을 겪고 퇴사를 시도하죠. 하지만 나중에는 상사의 그런 행동들이 결국 자신을 성장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회사에 남게 됩니다. 저도 회사에 막 들어왔을 때 비슷하게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좀 더 이입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드라마에 대한 중국인 시청자들의 평가는 사실 별로 좋지 않습니다. 상해 루쟈주이의, 그것도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중국인 청년들에게는 꿈같은 일입니다. 대학을 졸업해서 석사까지 나와도 비슷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 널리고 널린 중국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런 회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이 드라마 주인공은 어떻게 됐죠? 어머니 덕에 단숨에 낙하산처럼 들어갑니다. 일단 이 부분이 시청자들의 역린을 건드렸고, 개연성은 밥 말아먹은 드라마로 간주되게 됩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 작품이 웹툰 원작의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고 봤을 때, 저는 나쁘지 않은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캐스팅을 칭찬해주고 싶은데요.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바이징팅(白敬亭)은 이 드라마가 잘 되기 전까지 이래저래 오랜 기간 고생했던 배우라서 그런지 주인공이 가진 약간의 짠내(..)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또 금융업 고증을 통해서 드라마 여기저기서 나오는 현업의 느낌이 중국어 학습자인 저 같은 시청자에게는 또 나름의 셀링 포인트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에서는 티빙에서 볼 수 있는 <평범적영요(平凡的荣耀)>. 회사에 발을 들인 신입사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잘 드러난 드라마이고, 상사로서 부하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사회 초년생께도, 현업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께도 추천드리는 드라마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리뷰를 끝내고자 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몇 년 전 한국에서 굉장히 인기 있었던 드라마 <미생>의 중국판 리메이크작. 아쉽게도 한국판을 보지 않아서 직접 비교는 어려울 것 같다. 비록 또우빤의 평점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내가 보기엔 괜찮은 드라마인 것 같다. 각 등장인물의 이야기도 잘 풀어냈고. 아마 중국인들이 생각하기에 "고졸 학력인 사람이 루쟈주이(陆家嘴)의 투자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심지어 재계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평점을 낮게 준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원작이 만화인걸? 이 전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 외에는 내 생각엔 이 드라마는 회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사건들을 꽤 현실적으로 표현해낸 것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내가 제일 감정이입이 잘 된 인물이 샤오란(小兰)이 아니라 가오스총(高思聪)일 줄은 몰랐다. 특히 가오스총이 그의 상사인 쟝 경리와 함께 나오는 씬들이 모두 공감됐다. 4명의 신입들이 회사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각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내가 막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한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후반부 몇 회차를 보면서는 어떤 상사가 진짜 좋은 상사라고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회사생활에서 내가 자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처신을 해서, 상사나 후배들이 모두 "자그마한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전 17화 계모비상천 (鸡毛飞上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