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아큐정전>
■ 제목: 아시여환수 (我是余欢水, 워스위환수이)
■ 장르 : 드라마 / 도시
■ 년도 : 2020
■ 감독 : 孙墨龙
■ 주요 배우 : 郭京飞,苗苗,高露,岳旸 등
오늘 소개해드릴 드라마는 정오양광(正午阳光)에서 제작된 2020년 웹드라마, <아시여환수(我是余欢水)>입니다. 드라마 제목에서부터 주인공 이름을 소개하는 드라마인데, 일단 제작사가 <랑야방(琅琊榜>, <환락송(欢乐颂)>에 빛나는 정오양광인데다가, 중국 드라마답지 않은 12회라는 짧은 분량, 그리고 궈징페이(郭京飞)라는 실력파 배우를 주인공으로 세워 방영 전부터 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입니다.
궈징페이라는 배우를 저는 <도정호(都挺好)>라는 현대극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때려주고 싶은 마마보이, 둘째 아들 쑤밍청(苏明成)을 연기한 이 배우가 정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너무 밉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론 악역을 악역답게 잘 연기했다는 점에서 연기력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도정호(都挺好)>의 배우진들이 나오는 예능을 보니 이 배우, 참 재밌더군요. 그래서 그의 웨이보를 팔로우하기 시작했죠.
오늘 소개드리는 이 드라마도 그의 웨이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새 드라마가 나올 때쯤이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신작 홍보를 진행하곤 하는데, 궈징페이 역시 본인의 웨이보에 이 드라마를 홍보하는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드라마가 거의 궈징페이의, 궈징페이를 위한, 궈징페이에 의한 드라마인데 12화밖에 안 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끼고, 일단 1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는 위겅(余耕)이라는 작가의 딱 8만 자 정도 되는 단편소설 <만약 내일이 없다면(如果没有明天)>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의 길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도 12화 분량 정도만 제작했고, 거의 2달 만에 촬영이 모두 끝날 정도로 제작 과정도 굉장히 간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짧은 분량 안에도 그 주제 의식은 확실히 담겼고, 중간중간 생각거리를 제시하는 장면들이 많아 꽤 볼만한 작품입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여환수(余欢水)는 부모님께서 '물 만난 듯(欢水)' 순탄하게 살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이름과는 반대로 그야말로 되는 일이 없는 삶을 삽니다. 중년이 되어가는 남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즉 건강, 직장, 가정 이 모든 요소에서 불행을 겪게 되죠. 직장에서는 영 잘 안 풀리고, 설상가상 배우자는 이혼을 하자고 하고, 병원에서는 그에게 암 선고를 내립니다. 드라마는 주인공에게 닥친 각종 시련들과 그를 둘러싼 각종 사건들 속에서 주인공은 물론이고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오늘날의 중국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터치합니다.
'웃프다'는 말 많이들 하죠? 웃기면서 슬프다는 말인데, 이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여환수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딱 그렇습니다. 풍자적이고 너무나도 현실적인 상황이 웃기면서도, 그 상황에 처해 있는 여환수를 보면 안타깝기도 한 그런 마음이죠. 사실 같은 배우가 연기한 <도정호(都挺好)>에서 그가 얼마나 얄미웠습니까. 부모님 등골 빼먹고 여동생에 대한 부모님의 차별을 본체만체하고, 옆에 있으면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캐릭터였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같은 배우가 이렇게 못난, 어찌 보면 불쌍한 역할을 맡았으니 혹자는 쑤밍청(苏明成, <도정호>에서 그가 연기한 역할 이름)이 드디어 이렇게 벌을 받는다고 쌤통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여환수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안타까운 이유는, 그의 소시민적 삶이 실제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면 돌파하기보다 일단 숨고 보고, 배우자에게서 체면을 잃지 않으려고 본인을 포장하고, 우연히 행운이 찾아오면 일희일비하는 그런 모습들은 여환수가 곧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드라마를 본 누군가가 "모두가 여환수를 비웃지만, 사실은 모두가 여환수다(人人皆笑余欢水,人人皆是余欢水)"라는 평을 남겼는데, 그 말이 딱 맞습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겠죠.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가 현대판 <아큐정전>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짧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 분량이 워낙 짧다 보니 일부 떡밥은 회수되지 않은 채로 끝나긴 했습니다만, 여환수를 통해 현대 중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면을 가지고 있는지, 중국 사회의 어떤 면을 이 드라마가 풍자하고자 했는지 등을 주목하고 본다면 얻어가는 것이 있을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12회밖에 안 되니 일반적인 한국 드라마보다도 더 짧은 길이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예전에 <도정호(都挺好)>를 볼 때부터 궈징페이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는 굉장히 못난 남자를 연기했다. 혹자는 이걸 보고 쑤밍청(苏明成)이 벌받았다고 표현하던데..ㅋㅋ 이 드라마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블랙코미디 드라마로, 특히 마지막 회에 누가누가 더 비열한지 대결하는 장면이 그렇다. 하지만 왠지 후반부가 전반부보다 못한 것 같다. 전반부에 나온 떡밥들 중에 후반부에 회수되지 않은 것도 많고..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