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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pr 02. 2021

삼십이이 (三十而已)

누구의 서른 살이 더 공감되시나요?


■ 제목: 삼십이이 (三十而已, 싼스얼이)

■ 장르 : 드라마 / 가정 / 도시 / 멜로

■ 년도 : 2020

■ 감독 : 张晓波

■ 주요 배우 : 江疏影,童瑶,毛晓彤,杨玏,李泽锋 등



오늘 소개해드릴 드라마는 2020년 하반기 중국에서 꽤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삼십이이(三十而已)>입니다. 판권 계약이 빨리 진행되었는지 방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겨우, 서른>이라는 제목으로 볼 수 있게 되었죠. 중국 드라마치고 꽤 빠른 속도로 한국에 들어온 케이스입니다.


이 드라마가 한참 방송될 무렵 또우빤에는 비슷한 제목의 드라마 두 작품이 함께 랭킹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 드라마 <삼십이이(三十而已)>이고, 다른 하나는 <이십불혹(二十不惑)>이었어요. 두 드라마는 같은 제작사에서 제작된 드라마인데, 딱 보니 하나는 20대 얘기고 다른 하나는 30대 얘기인 것을 알겠더군요. 그런데 20대 드라마의 썸네일을 보니 너무 청춘드라마 느낌이 나는 거예요. 청춘드라마를 볼 나이는 지난지라, 30대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를 보기로 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감독은 이전에 리뷰한 적 있는 드라마 <호선생(好先生)>의 감독, 장샤오보(张晓波) 감독입니다. <이십불혹(二十不惑)>은 다른 감독의 작품이긴 한데,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왕만니(王漫妮)를 연기한 배우 쟝슈잉(江疏影)과 <이십불혹>의 주인공인 량솽(梁爽)을 연기한 배우 관샤오통(关晓彤)은 모두 <호선생>에 나왔던 배우들입니다. 전작의 인연으로 캐스팅한 걸까요?


이 드라마는 만 30세를 맞이한 세 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30대 중국 여성들의 삶과 이들이 직면한 각종 어려움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주인공은 그 배경도 다르고, 살고 있는 환경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나 성격도 다른 여성들입니다. 단순히 혼인 여부나 아이가 있는지 여부로만 구분한다고 하면, 크게 기혼에 자녀가 있는 사람, 기혼인데 자녀는 없는 사람, 미혼에 자녀도 없는 사람,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좀 거친 분류법이지만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 여자의 대표, 구쟈(顾佳)는 그야말로 모든 것에 진심인 사람입니다. 부모님의 딸, 한 남자의 아내, 시부모님의 며느리, 아이의 엄마 등 그녀에게 주어진 모든 사회적 역할에 진심이죠. 열심히 해도 결과가 좋지 못한 사람도 많은데, 그녀는 열심히 하고 그 결과도 항상 좋습니다. 그녀는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숙일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녀가 서른 살이 되던 해, 그녀가 항상 '열심히' 했던 이유인 가정에 위기가 찾아오죠.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는 여자의 대표, 중샤오친(钟小芹)은 그냥 귀여운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어릴 때부터 부족한 것 없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여자 캐릭터죠. 상해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단순하고, 모든 일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요? 그녀의 결혼생활은 왠지 모르게 자꾸 삐걱거립니다. 평생 주관이라고는 별로 갖지 않고 살아왔던 그녀는 어느 순간, 더 이상 주관 없이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른 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죠.


결혼도 아직이고 아이도 없는 여자의 대표, 왕만니(王漫妮)는 그야말로 사전에 '안주'라는 단어가 없는 사람입니다. 고향에 남아 안정된 직장 생활하며 편하게 살라는 부모님의 바람을 뿌리치고 대도시 상해로 온 그녀는 돈 아끼려고 저녁마다 컵라면을 먹더라도 상해가 좋은 그런 여자죠. 각종 기회가 많은 상해라는 땅을 떠나 고향으로 간다는 건 그녀에겐 마치 감옥에서 생활하라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서른 살,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드디어 상해에서 뿌리를 내리나 싶었던 그녀의 인생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기죠.


드라마의 스토리는 이미 넷플릭스를 통해 이 드라마를 접한 많은 시청자분들이 브런치에 올려주셔서 자세히 언급하진 않겠습니다만, 이 세 명의 이야기만을 가지고 이 드라마는 중국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가는 데 있어 겪을 수밖에 없는 각종 문제들을 두루두루 터치합니다. 직장에서의 승진 문제나 성차별, 아이 양육과 관련된 고민 등 여성으로서의 고민은 물론이고, 상해라는 대도시에 뿌리를 내리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외지인 이슈도 다루죠. 물론 중국이라는 사회의 특수성도 존재는 하겠습니다만, 한국인이 보아도 공감이 되는 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에도 빨리 들어올 수 있었겠죠.


결국 드라마의 주제는 제목에 있는 '이이(而已)'라는 표현에 담겨있습니다. '~일 뿐이다(Nothing but)'의 뜻을 가진 이 단어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서른이 뭐 어때서? 겨우 서른일뿐인걸! 지금이 20세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살자, 뭐 이런 주제의식이죠. 실제로 등장인물들의 서른 살은 너무 잔혹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위기를 통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죠.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빛을 본 배우는 구쟈(顾佳) 역을 맡은 배우 통야오(童瑶)입니다. 이전에 리뷰했던 드라마 <대강대하(大江大河)> 1에도 나왔던 배우인데, 사실 이 두 작품을 찍기 전까지는 포스트 장쯔이(章子怡), 장쯔이 닮은꼴 뭐 이 정도로만 대중들에게 인식되던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이 두 드라마, 특히 <삼십이이(三十而已)>를 통해서 내면이 강하고 추진력과 근성을 갖춘 여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그 이미지를 각인시켰죠. 원래 구쟈 역을 맡을 배우는 통리야(佟丽娅)라는 배우였다는데, 여건이 되지 않아 참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많았으니 좀 후회될 것 같아요.


드라마는 중국 상해를 배경으로 하고, 회차 마지막에 한 총요우빙(葱油饼) 가게가 등장합니다. 상해라는 도시의 소울푸드죠. 이 총요우빙 가게 이야기가 어찌나 따뜻한지 막판에는 이 이야기를 보려고 드라마를 챙겨볼 정도였습니다. 스토리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고 일부 막장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상해라는 도시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 메시지도 나쁘지 않은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극이라 사용되는 중국어도 쉬운 편이고요.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넷플릭스를 통해서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현재 40대의 이야기를 담은 <사십정호(四十正好)>도 제작 중에 있는 모양이니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요즘 꽤 잘 나가는 드라마, 광속으로 다 봤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 자기도 모르게 <환락송(欢乐颂)>을 떠올릴 것 같은데, 배경이나 인물 설정 등이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더 현실적인 것 같다. 아마 드라마도 시대에 발맞춰 변해가기 때문이겠지.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 명은 모든 일에 열심이고, 한 명은 도전할 줄 알고, 한 명은 귀엽다. 개인적으로 존경심이 든 사람은 구쟈(顾佳)인데, 그녀는 자신이 맡은 모든 사회적 역할에서 열심이고, 심지어 바람피운 남편이 벌여놓은 일들까지 자기가 수습해줄 정도다. 하지만 아마 나 같은 보통 사람은 평생 이런 일들을 실제로 겪어보기 힘들겠지.. 중샤오친(钟小芹)과 왕만니(王漫妮)의 이야기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기 쉬운 얘기일 것이다. 특히 단순하고 쾌활한 현지 아가씨 중샤오친^^ 비록 또우빤의 평점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스토리상 일부 개연성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래도 최근에 나온 도시극 중에는 손에 꼽을만한 드라마인 것 같다. 스토리 외에, 회차 마지막에 항상 나오는 총요우빙 가게 이야기도 볼만하다. 그 이야기가 있어서 드라마 자체가 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듯.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도시, 상하이. 상해 곳곳에 있는 촬영 장소로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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