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볕이드는창가 Nov 15. 2020

도정호 (都挺好)

나를 울린 2019년 1분기 화제의 중국 드라마


■ 제목: 도정호 (都挺好, 또우팅하오)

■ 장르 : 드라마 / 도시극 / 현대극 / 가정

■ 년도 : 2019

■ 제작사 : 正午阳光

■ 주요 배우 : 倪大红,高鑫,郭京飞,姚晨,李念,杨佑宁 등



이번에 소개드릴 드라마는 지난번에 소개드린 <따쟝따허(大江大河)> 이후 2019년 정오양광(正午阳光)의 대박행진을 도운 또 다른 드라마인 현대극 <또우팅하오>입니다. 지난번에 <따쟝따허>가 2019년 1분기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고 소개드린 바 있는데, 이 드라마는 바로 그 뒤에 연달아 방영이 되어 바통터치를 하였습니다. 豆瓣 평점으로 보면 <따쟝따허>보다 평점은 1점 낮지만, 봤다는 사람은 약 4만 명이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낮은 현대극이라 시청자는 훨씬 많았지만, 주제가 다소 올드하고 내용 중 너무 현실적인 요소가 섞여있어 최종 평점은 낮았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이 드라마는 약간 운명처럼 제게 왔습니다. 좀 오글거리죠? 사실은 제가 상해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TV를 틀 때마다 항상 하고 있던 드라마가 바로 이겁니다. 그게 본방이든 재방이든 말이죠. 노출도가 이렇게 높으니 왠지 대작의 냄새가 났습니다. ‘날 좀 봐줘~'하며 따라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때 마침 웨이보(微博)에서는 이상한 드립(중국어로는 梗이라고 합니다)이 돌기 시작합니다. 


“나 드립 커피 마시고 싶어(我想喝手磨咖啡)~"라는 이 드립은 약간의 엄살과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섞인 드림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드립 커피 드립에 궁금해진 저는 검색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나온 것이 바로 이 드라마 <또우팅하오>지요. 이 대사는 그 드라마에서 아버지 역할을 한 배우가 한 대사였더라구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이 드립을 치고 있다니! 궁금해진 저는 iQiYi(爱奇艺)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합니다.



이 드라마는 아나이(阿耐)라는 작가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사실 이 작가의 소설이 드라마화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소개드린 <환러쏭>, <따쟝따허> 모두 이 사람이 지은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이죠. 이 모든 작품이 다 정오양광(正午阳光) 제작사를 통해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니 정오양광과 아나이는  매일 서로에게 절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 간의 정으로의 회귀'입니다. 조금 올드한 개념이기도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개념이기도 하죠. 중국에서 드라마 방영을 허가할 땐 항상 어떤 정치적인 배경이 작용하는데, 이 드라마가 2019년 중국에 방영된 것도 어쩌면 지금 중국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이것이라고 여기는 중국 정부의 생각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드라마의 제목인 "都挺好(또우팅하오)"라는 말은 영어로 "All is well"로 번역이 되어 있지만, 사실 중국어의 어감은 '(별로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라고 말하는 느낌의 어감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취직 준비 중인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서 '잘 되어 가니?'라고 물었을 때, 자식은 사실 면접을 실패했지만 '네, 별일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느낌의 어감이죠. 중국 정부는 현대 중국 사회의 많은 가정들이 이렇게 '별일 없는' 상태라고 보았고, 사실은 그저 '소통이 되지 않아서 별일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점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드라마는 소(苏)씨 집안 삼 남매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별 소통 없이(老死不相往来) 살다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아버지의 부양 문제를 직면하게 되면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결국 가족 간의 정을 되찾아간다는 따사로운 이야기입니다. 네, 물론 따사로운 결말을 맞이하기까지 아주 많은 고비와 고구마 100만 개 먹은 것 같은 답답함과 등장인물을 죽이고 싶은 살인충동을 여러 번 겪어야 합니다. 또 여자 주인공이 가족(중국어로는 原生家庭)의 일을 맡아서 해결하면서 그렇게나 고생을 하는데 결국 그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점이 중국 젊은 시청자층 중 일부를 납득시키지 못했고, 그 이유로 평점이 좀 낮아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 역시 드라마를 보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좀 화가 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매력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현대 중국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꽤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여자 주인공인 쑤밍위(苏明玉, 배우: 姚晨)는 거의 중국판 <82년생 김지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차별이 일상화된 삶을 살았죠. 이 인물을 통해 중국 부모세대의 남존여비 사상과 직장에서의 유리천장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부모의 재산을 야금야금 갉아먹던 캥거루족(啃老族) 둘째 아들이 정작 부모 부양 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시사점이 크죠. 다른 하나는 가정에서 소외된 아버지가 외로움을 못 이겨 자신을 정서적으로 알아주는 가정부와 재혼하지만 사기결혼을 당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 안에서 노인이 느끼는 고독감과 노인 사기 등을 조명합니다.


또 다른 매력이라 하면 역시 배우들입니다.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드라마인지라 각자의 역할을 정말 충실히 수행합니다. 아버지 쑤따챵(苏大强) 역할을 맡은 배우 예대홍(倪大红, 니따홍)은 아마 중국 드라마를 좀 보신 분이라면 "엇 이 사람!"하고 알아보실 수 있을 만한 대배우죠. <신삼국>을 보신 분이라면 사마의가 바로 이 사람입니다. 장이모우 감독 영화 <인생>을 보신 분도 아마 이 얼굴은 기억하실 겁니다. 니따홍은 이 드라마를 통해 위에서 보신 이모티콘도 만들어지고, 쑤따챵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각인시켰습니다. 


삼 남매 역할을 하는 배우들도 다 연기파 배우들이죠. 첫째 쑤밍져(苏明哲) 역의 까오씬(高鑫)은 우유부단한 첫째 아들 역할을 잘 소화해냈고, 둘째 쑤밍청(苏明成) 역을 맡은 궈징페이(郭京飞)는 망나니 캥거루족 둘째 역할을 역시 잘 소화했고, 셋째 쑤밍위(苏明玉) 역을 맡은 야오천(姚晨)은 커리어우먼 그 자체입니다. 특히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궈징페이(郭京飞)와 야오천(姚晨)의 매력에 빠져서 이후 그들이 나오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많이 봤습니다. 쑤밍위(苏明玉, 배우: 姚晨)의 썸 타는 대상으로 나오는 스텐동(石天冬) 역의 배우 양요우닝(杨佑宁)도 재미있습니다. 모두가 대륙식 얼화음을 팍팍 써주는데 혼자만 대만 말투를 고집하는 점이요. 물론 대만 출신 배우니까 당연한 말이지만요.


마지막으로 매력 포인트를 말하자면 드라마의 배경, 쑤저우(苏州, 소주)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주인공 집안이 소(苏) 씨 집안인 것이 혹시 쑤저우가 배경이어서가 아닐까 싶을 만큼 드라마는 쑤저우, 나아가 강남 일대(江南一带)의 매력을 한껏 담아냈습니다. 주인공들이 나고 자란 곳도 쑤저우의 옛 마을입니다. 아버지 쑤따챵은 종종 찻집에 가서 평탄(评弹)을 듣곤 하는데, 평탄은 쑤저우 지역의 전통 공연이죠. 드라마 중간중간 평탄 노래가 마치 삽입곡처럼 쓰이는데, 이 역시 쑤저우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드라마의 촬영지도 쑤저우라서, 이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서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동네와 가게들이 인터넷에 모두 공개되어 버리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소송을 거는 일도 있었죠. 소송 때문인지 그 후에는 성지 순례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잘 반영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 등이 탄탄한 나쁘지 않은 드라마! 덕분에 2019년 3월엔 매일 저녁마다 플랫폼에 이 드라마가 업데이트되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네요. 한국에서도 <도정호 : 가족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월까지 중화 TV에서 방영을 해준 것 같으니, 한국어 자막이 필요하시면 중화 TV를 통해 시청하셔도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이때 한국에서 상해로 간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라 가족의 정을 다룬 드라마를 보니 눈물이 그렇게 나더군요. 저를 울린 첫 중국 드라마였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이 시간에 <또우팅하오> 마지막 회를 보는 게 아니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가족이 너무 보고 싶다. 이 드라마는 중국 현대사회의 일면을 충분히 반영해냈고, 시청자들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고 생각한다. 한 번 보기를 추천!



이전 13화 환락송(欢乐颂) 1,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