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海阔天空>을 들어봐
■ 제목: 재원방 (在远方, 짜이위안팡)
■ 장르 : 드라마 / 멜로 / 창업
■ 년도 : 2019
■ 주요 배우 : 刘烨,马伊琍,梅婷,保剑锋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9년 하반기에 절강위시(浙江卫视)와 동방위시(东方卫视)에서 방영한 드라마 <재원방(在远方)>입니다. 비록 막판 전개가 좀 이상해서 평점은 4개 별밖에 안 줬지만, 그래도 제 마음속에서는 많이 좋아했던 드라마입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이 드라마로 제가 리우예(刘烨)의 매력에 빠졌고, 그래서 리우예 필모그래피를 뒤져가면서 그가 나온 작품을 거의 대부분 봤거든요. 매거진 지난 글에 소개된 리우예가 등장한 작품들은 사실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고 나서 본 것들입니다. 제가 좀 덕후 기질이 있어서....ㅎㅎ
드라마는 19년 9월 말, 제가 상해에 있을 때 방송을 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리우예(刘烨, 유엽)라는 배우를 잘 몰랐습니다. 누가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 물으면 왕카이(王凯)라고 답하던 시절이었죠. 그러다가 이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고, 미리 시놉시스를 보니 중국의 물류업 발전사를 다루는 드라마라고 하길래 학습 차원에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리우예에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물론 지금도 왕카이를 좋아하지만, 리우예와 그가 가진 매력은 좀 다른 영역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이 반듯하고 젊고 잘생긴 남자의 전형이라고 하면, 또 다른 한 명은 뭔가 좀 어리숙하고 일 벌이기 좋아하고 허풍도 잘 떨지만 왠지 믿음이 가고 함께 있으면 재밌을 것 같은 캐릭터라고 할까요?
리우예라는 배우를 좋아한다고 하면 중국인들은 이렇게 되묻더군요. "리우예는 너무 촌스러워~ 시골 사람 같아~" 왜 그런지는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지만, 추측컨대 그의 발음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의 고향은 길림성(吉林省) 장춘(长春), 아주 전형적인 동북지방의 발음을 가지고 있죠. 어떤 발음이냐면, 혀를 계속 말아둔 상태에서 발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혹자는 입에 빵을 넣은 채로 말하는 느낌이라고도 합니다. 게다가 말을 그다지 조리 있게 하지를 또 못해요. 인터뷰를 하면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한 70%밖에 전달을 못하는 편입니다. 글은 또 잘 써서, 가끔 그가 웨이보에 쓴 글을 보면 이게 그 말을 더듬던 리우예가 쓴 글인지 의심하게 될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남들은 리우예가 촌스럽다고 하는데,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그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리우예가 이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은 한 택배회사의 창업자. 돈을 벌려고 불법 택배 배송 같은 것을 하다가 걸려서 혼쭐이 난 뒤로 스스로 창업을 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자수성가하여 업계에 이름을 남기게 되는 인물입니다. 리우예는 20대 청년부터 그의 현재 나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아저씨까지 쭉 본인이 연기를 하는데요. 저는 리우예가 연기한 20대 청년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의 실제 연령과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 열정 가득하고 실행력 넘치는 모습이 너무도 그 나이대 청년 같아서요.
드라마는 이 택배회사의 발전사를 다룸과 동시에, 중국 인터넷의 발전과 그에 따라 생겨난 각종 플랫폼, 이 플랫폼과 택배 회사의 연결 등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택배회사의 모티브가 중국의 더방물류(德邦物流)고, 인터넷 플랫폼을 동원한 온라인 쇼핑 회사가 바로 아직까지도 중국 온라인 쇼핑계의 거물인 징동(京东)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 원형(原型)이 어느 회사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시 중국의 상황이 보편적으로 이러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그걸 소개하려고 만든 드라마니까요. 그에 더해 드라마에서는 원추안대지진(汶川大地震)과 북경 올림픽 개최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과 그것이 업계에 미친 영향도 함께 보여줍니다. 약간 응답하라 시리즈의 느낌도 나네요.
이 드라마를 보고 플레이리스트에 담게 된 노래를 소개드리지 않을 수 없겠네요. 바로 BEYOND라는 홍콩 락밴드가 1993년 발매한 노래 <해활천공(海阔天空)>입니다. 90년대 모르는 청년이 없을 정도로 대륙에서도 유명한 노래였다고 하는데요.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야오위안(姚远, 배우: 리우예)이 모두 힘을 내자고 격려할 때, 마치 주제가처럼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 목적처럼 노래 가사도 마음속 이상을 잊지 않고 끝까지 꿈을 찾아가겠다는 내용이죠. 홍콩 노래라 광동어로 되어있어서 사실 따라 부를 줄 모르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일부 가사는 중얼중얼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만큼 자주 나왔다는 얘깁니다. 이 노래를 알게 된 후 우울할 때 가끔 이 노래를 듣곤 합니다. 그러면 마치 드라마 속 야오위안처럼 마음속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죠.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노래 링크를 연결해두었습니다. 같은 느낌을 받으시게 된다면 좋겠네요.
■ BEYOND, <해활천공(海阔天空)>
중국의 물류업과 인터넷 산업의 발전도 엿보고, 젊은 시절의 패기나 도전정신을 떠올릴 수 있는 드라마. 한국에서는 티빙에서 <먼 곳에서>라는 제목으로 방송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리우예가 좋아지실 거예요.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재원방(在远方)>을 다 봤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한 택배회사의 발전사를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근 몇 년간의 인터넷 산업과 과학기술의 폭발적 성장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 온라인 콜택시(网约车), 온라인 여행 예약, 온라인 숙박 예약, 심지어는 도우인(抖音)이나 VR까지도 말이다. 또 한 가지는 리우예(刘烨)와 마이리(马伊琍)의 연기를 들 수 있겠다. 드라마 앞부분에 그들은 이십대 젊은이를 연기하는데, 비록 그들의 실제 연령과는 완전 다른 연령대를 연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 나는 젊은이의 에너지를 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연기자의 능력이겠지. 나는 리우예가 연기한 젊은 야오위안(姚远)의 그 어설프면서도 진지한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하이쿼톈콩(海阔天空)>도 좋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