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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Nov 12. 2020

랑야방 (琅琊榜)

현대극에 환락송이 있다면 사극엔 랑야방!


■ 제목: 랑야방 (琅琊榜, 랑야방)

■ 장르 : 드라마 / 사극

■ 감독 : 공생(孔笙, 콩셩)

■ 년도 : 2015

■ 제작사 : 正午阳光

■ 주요 배우 : 胡歌,王凯,刘涛,靳东, 陈龙,刘敏涛 등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랑야방>입니다. 지금까지 매거진에서 소개드린 작품 중 豆瓣(또우빤) 평점이 가장 높은 작품이죠. 중국 대중들이 영화/책/드라마 등 후기를 나누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豆瓣에서 9점이 넘는 평점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대중성은 이미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무려 5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이토록 높은 평점을 남겼으니, 이 점수의 공신력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또 <랑야방>은 제가 매거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개드리는 '판타지' 사극입니다. 이 드라마 이후로 저는 판타지 사극을 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꽤 유명했던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조차도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중국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에는 중국어 학습도 있지만 중국 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는데, 판타지 사극을 보게 되면 사실상 지식 학습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판단 때문입니다. 오만한 이유일지 모르지만, 사실 사극에서 사용되는 중국어 대부분이 옛날 말투이기 때문에 몇몇 표현들 빼고는 실생활에서 크게 유용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극을 보면서 역사 학습의 의의라도 없으면 약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꼭 보셔야 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판타지' 사극이 <랑야방>인 이유는 앞에 말씀드린 이유도 있지만 다른 사극을 보면 이 작품보다 못해서 실망할 것 같다는 걱정이 들어서이기도 하거든요. 만약 누군가 제게 중국 드라마 입문을 하려고 하는데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하면, "현대극은 환락송 보시구요, 사극은 랑야방 보세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중국어 학습? 역사 지식 습득? 다 필요 없습니다. 일단 시작하세요. 중국어도 배울 수 있고, 사극 말투도 배울 수 있고, 좋아하는 배우도 하나쯤(어쩌면 무척 많이) 만드실 수 있습니다. 최소 51만 명이 보증하는 드라마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꽤 유명한 <랑야방>은 사실은 2006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입니다. 소설 내용이 워낙 탄탄해 독자팬들이 많았는데, 드라마화가 거론되자 독자팬들이 "내 랑야방을 이상한 제작사에게 맡길 순 없어!"라는 생각으로 믿을만한 제작사에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때 선택된 제작사가 바로 <환락송>, <대강대하>로 유명한 정오양광(正午阳光)입니다. 정오양광의 대표인 후홍량(侯鸿亮, 허우홍량)이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바로 판권을 샀다고 하죠. 제작사 대표의 선견지명과 제작팀의 유능함이 더해져 이 명작 드라마 <랑야방>이 탄생하게 됩니다.


소설은 완전히 허구의 역사 배경으로 그려져 있는데,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남북조(南北朝) 시대 배경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허구라, 역사 배경도 거의 무시하셔도 됩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복수, 설욕, 와신상담 같은 단어로 정리할  있는데,  과정에서 약간의 멜로, 약간의 브로맨스, 킹메이킹 스토리가 들어 있습니다. 한 남자가 가족에게 씌워진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어떤 이를 뒤에서 묵묵히 도와 황제를 만들고, 결국은 가족의 명예를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이지요. 한국에는 킹메이킹 드라마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한 문장으로 드라마 전체를 요약하는 건 죄악입니다. 꼭 직접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드라마에서 저는 후거(胡歌,호가)라는 배우를 처음 알았습니다. 리우타오(刘涛)나 왕카이(王凯), 진동(靳东)이야 그전에 봤던 <환러쏭>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배우였는데, 후거의 작품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력을 잘 몰랐죠. 드라마에서 후거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마다 이상하게 오른쪽 눈이 거슬리더군요. "어휴, 저 배우는 뭔 쌍꺼풀 수술을 저렇게 티 나게 했대?" 이게 제가 그를 보고 처음 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좀 이상하더라고요. 수술을 한 쪽만 한 거예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2006년에 심한 교통사고를 당해 매니저는 사망하고 그도 중상을 입었고, 큰 규모의 수술을 받으면서 눈을 수술한 거였더라고요. 그의 초기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후거가 사고를 당하기 전이 훨씬 잘생겼다고들 하더군요.


후거, 2006년 교통사고 당시 사진과 그 전 얼굴


사정을 알고 보니 이 대배우를 오해한 게 참 미안하더라고요. 사실 이렇게 티 날 정도로 수술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배우로서는 상당한 핸디캡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직도 좋은 작품을 계속 만나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건, 배우로서 그가 가진 재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할 땐 최대한 수술 자국이 드러나지 않게 메이크업을 두껍게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후거가 이 <랑야방>의 주인공 메이창수(梅长苏)를 연기한 것은 너무도 적절하죠. 메이창수 역시 큰 사고를 만나 또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인물이니까요.


후거 말고도 드라마에서 그의 도움을 받아 황제의 자리에 등극하는 왕카이(王凯) 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에게 '정왕전하(靖王殿下)'라는 별명이 붙었죠. 아직까지도 예능에 나오면 저 이름으로 불리곤 할 정도니, <랑야방>이 가진 파급력을 알만 합니다. 다혈질이지만 인정에 약하고 과단성이 있는 정왕(靖王)은 냉정하고 한 수 앞을 볼 줄 아는 메이창수의 도움으로 서열 낮은 황자에서 황제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는 인물입니다. 왕카이는 올해 워낙 이슈가 되었던 후베이 성 무한(우한, 武汉) 출신인데, 워낙 표준어 발음이 좋고 톤이 좋아 이 드라마에서 본인의 목소리로 연기를 합니다.


아, '목소리' 얘기를 하니 이 얘기를 해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중국 드라마, 특히 사극은 대부분이 더빙(=사후 녹음, 配音)입니다. 사극이 더빙을 쓰는 이유는 촬영 장소가 보통 대자연 속이라 잡음이 많이 끼기 쉬워서 그런 이유가 많고, 직접 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사후 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왕카이처럼요. 만약 현대극인데도 더빙을 했다고 하면 그건 그 배우 목소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의 출신지 등을 고려했을 때 그 배우의 목소리로 연기해선 안 되겠다 싶거나 배우의 목소리 톤이 이상적이지 않다면 쓰는 방법이죠.


<랑야방>에서 직접 본인의 목소리로 연기한 주연배우는 후거와 왕카이, 그리고 정왕의 어머니로 나오는 리우민타오(刘敏涛)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본인의 목소리가 아니죠. 특히 고향인 광시 성 남녕(南宁,난닝)의 발음이 가끔 튀어나오는 리우타오(刘涛)는 사극에 나오면 무조건 성우 더빙입니다. 리우타오야, 발음이나 톤이 너무 안 어울리니 그렇다 치고, 이 드라마에서 왜 더빙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배우가 한 명 있는데, 그건 진동(靳东, 근동)입니다. 진동의 중국어 발음은 무척 표준어에 가깝고 톤도 단정한데 왜 굳이 성우를 썼는지, 게다가 성우 목소리가 너무 똥꼬발랄합니다. 톤이 높고 좀 경박한 느낌이죠. 아마 진동이 맡은 역할인 린천(蔺晨, 린신)이 드라마 속에서는 좀 노는 것 좋아하는 不正经한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은데, 평소 진동이 다른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들과 워낙 매칭이 안 되어서, 미스캐스팅이라는 느낌도 좀 있습니다. 아마 정오양광 제작사가 진동을 워낙 좋아해서 쓰지 않았을까요? 이유야 어찌 됐든 진동은 이 드라마에서 목소리도, 착장도 좀 낭패입니다.


예, 둘이 같은 사람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 <환러쏭>과 <랑야방>으로 중국 드라마를 시작하신다면 작가로서 무척 기쁠 것 같네요. 아 참, 인기 많은 드라마들이 그렇듯 이 드라마도 시즌 2가 있습니다. 하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고, 시즌 2는 시즌 1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재미도 좀 덜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저도 실망할까 봐 보지 않긴 했는데, 안젤라베이비의 남편 황샤오밍(黄晓明, 황효명)과 요즘 청춘스타로 얼굴을 많이 알리고 있는 리우하오란(刘昊然, 류호연)이 나온다고 하니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보시고 후기를 알려주세요.


제가 참 좋아하는 드라마 <랑야방> 소개를 마무리하려니 좀 아쉽네요.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에 자랑할 만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바로 OST입니다. 중국은 배우들이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희극학원(戏剧学院)에서 종합 엔터테이너를 기르는 양성 과정을 밟기 때문인데요. 이 드라마의 주연배우인 후거, 왕카이, 리우타오 모두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세 배우가 모두 본인의 목소리로 주제가를 다 불렀습니다. 특히 왕카이와 리우타오의 노래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죠. 드라마에선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하는 리우타오도 이 노래에서만큼은 본인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맘껏 들려주고 있으니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리우타오(刘涛)가 부른 OST, <红颜旧(홍안구)>

https://youtu.be/KWsNKkWDs00


■ 왕카이(王凯)가 부른 OST, <赤血长殷(적혈장은)>

https://youtu.be/cgQhtzn5EGs


天下没有不散的筵席(세상에 끝나지 않는 연회는 없다)! 길었던 <랑야방> 추천글도 이제 마무리를 할 때가 되었네요. 리뷰를 쓴다고 오랜만에 마지막 회만 잠시 돌려봤는데, 다시 봐도 명작이더군요. 저의 추천보다는 51만 명의 추천을 믿으시고,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오늘 드디어 <랑야방>을 다 봤다. 왜 굳이 결말을 그렇게 했어야 했는지.. 하지만 어찌 됐든, 역시 걸작이었다!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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