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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Dec 17. 2020

동물관리국 (动物管理局)

나만 알긴 아까웠던 중국 드라마


■ 제목: 동물관리국 (动物管理局, 똥우관리쥐)

■ 장르 : 코믹 / 판타지

■ 년도 : 2019

■ 제작사 : 爱奇艺(iQIYI)

■ 주요 배우 : 陈赫,王子文 등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혹은 카페나 음식점을 다닐 때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나만 혼자 알고 있는  은근히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말고도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어 공감해줬으면 할 때. 오늘 소개해드릴 드라마 <동물관리국(动物管理局)>을 보고 제 마음이 딱 그랬습니다. 중국인 친구들이 이 드라마는 처음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하게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이 재밌는 드라마를 더 많은 친구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드라마 추천해달라는 친구들에게 이 드라마를 꼭 추천하곤 했습니다.


본래 제목은 <요괴관리국>이었다는 이 드라마는 19 6, 아이치이(iQIYI, 爱奇艺) 통해서만 배포된 웹드라마입니다. 제목이 <요괴관리국>에서 <동물관리국>으로 바뀐 건 지나치게 판타지 한 요소, 그중에서도 요괴나 귀신 소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중국 당국의 심의를 비껴가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웹드라마여서 그런지 24부밖에 되지 않는 이 드라마는, 기본이 40부작인 다른 중국 드라마에 비해 짧은 편이죠.


<환락송(欢乐颂)>에 나왔던 왕즈원(王子文, 왕자문)이 나오는 드라마가 새로 나왔다고 해서 보기로 결정한 드라마였습니다. 마침 그게 제가 이미 VIP 등록을 해둔 아이치이에서 방영된 것도 한 몫했죠.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 드라마의 다른 주연배우도 제가 아는 배우였습니다. 중국판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불리는 <아이칭꽁위(爱情公寓, 애정공우)>에서 '좋은 남자는 , 내가 바로 쩡샤오시엔(好男人就是我,我就是曾小贤)'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장본인 천허(陈赫, 진혁)가 바로 그 배우입니다. 시답잖은 농담만 하는 개그 캐릭터만 맡을 것 같은 배우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나름대로 진지한 부분도 있고, 왕즈원과의 미묘한 썸도 타는 명실상부한 남자 주인공입니다.


시트콤 <애정공우(爱情公寓)>에서의 천허(陈赫, 진혁)


드라마는 인간이 사는 세계에 '동물' 인간으로 변신한 개체(전화자, 转化者) 공존하고 있다는 세계관에서 출발합니다.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전화자'들은 평소에는 인간과 똑같이 생활하지만, 특정 상황에 처하면 동물로서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특성들을 드러냅니다. 이런 부분이 인간에게 목격되어 인간들이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전화자'의 관리감독과 인간의 기억 삭제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동물관리국'입니다. 드라마는 이 동물관리국의 직원들이 '전화자'들이 벌인 사건들을 해결하여 인간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지켜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침 유튜브에서 찾은 예고편을 보시면 아마 감이 좀 오실 겁니다.


■ 아이치이에서 만든 것 같은 <동물관리국(动物管理局)> 예고편

https://youtu.be/RAIAt721CqI


드라마는 스토리상으로는 연관이 되어 있지만, 개별 회차는 모두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회차가 인간의 모습을 한 동물들 각각을 둘러싼 이야기를 해주죠. 매 회차가 완결형 스토리로 되어 있는 데다 화면의 느낌도 좀 독특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각 등장'동물'들은 비록 인간의 모습이지만 해당 생물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쥐 전화자는 야행성이라든가, 지렁이 전화자는 몸이 잘리면 분신을 해서 살아갈 수 있다든가, 드렁허리 전화자는 일정 나이가 지나면 성별이 변한다든가 하는 특성 말이죠.


드렁허리


드렁허리(중국어로 黄鳝)라는 생명체를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았는데요. 사실 중국어 자막으로만 봐서 처음에 여자 주인공 우아이아이(吴爱爱, 배우: 왕즈원)가 드렁허리 전화자라고 했을 때, 드렁허리의 한자인 黄鳝의 생김새만 보고 단순한 물고기겠거니,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일정 심박수가 넘어가면 여자 주인공이 갑자기 남자 주인공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옛날엔 여자였던(!) 오빠들이 있다고도 하고요.


알고 보니, 드렁허리는 자웅동체 생물이고, 자라면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이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주인공 이름이 우아이아이(吴爱爱)인 건 다 이유가 있었어요. (吴爱爱의 吴는 없을 無와 중국어 발음이 같습니다. 즉 사랑할 일이 없다는 뜻을 이름으로 보여줍니다.) 오빠들이 옛날엔 여자였던 건 다 생물학적 특성의 발현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 위대한 2차 성징의 예행연습으로 주인공은 심박수가 높아지면 근육질의 몸을 가진 남자로 바뀝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드라마를 위해 망가짐을 불사했던 왕즈원(王子文)에게 박수를!


이렇게만 보면 동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동물들이 사는 이야기를 통해 사실은 사람의 이야기를 합니다. 약한 개체라고 무시할까 봐 자신의 정체를 '표범'으로 위장하고 사는 경찰이나, 수도 없이 자살 시도를 하지만 생명력이 강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어 고뇌하는 곰벌레(水熊虫)의 이야기는 시청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결국 드라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당신의 생물학적 특성이 어떤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존재인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메시지입니다.


중국어로 '깊게 들어가서 얕게 나오다(深入浅出)'라는 말이 있는데, 깊고 심오한 메시지를 알기 쉽게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저는  드라마가 그런 작품인  같습니다. 당시 드라마를 본 사람 중에는 이 드라마의 팬이 된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웨이보(微博)나 또우빤(豆瓣)에 '동물관리국 시즌 2는 언제 나오냐'는 글이 쇄도했죠. 창의적이고 작품성도 나쁘지 않은 좋은 드라마를 하나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녔는데, 아쉽게도 한국에 번역되어 들어오질 않아서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소개드리게 되어 기분이 좋네요. 언젠가 한국에도 번역되어 들어오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리뷰를 끝내고자 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네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가 중요하지!" 웹드라마 <동물관리국>을 다 봤다. 왕즈원(王子文)과 천허(陈赫)가 나오는 드라마인데, 배우들의 연기, 촬영한 배경, 인물 설정, 스토리 모두 좋았고 창의적이었다. 최근 봤던 드라마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드라마다. 시즌 2가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갑자기 <아이칭꽁위(爱情公寓)>가 다시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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