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상도(商道)>
■ 제목: 교가대원 (乔家大院, 챠오지아따위안)
■ 장르 : 드라마 / 전기(传记)
■ 년도 : 2006
■ 제작사 : CCTV (中央电视台)
■ 감독 : 胡玫
■ 주요 배우 : 陈建斌,蒋勤勤,马伊琍,倪大红 등
오늘 소개드릴 드라마는 2006년, 한국으로 치면 KBS 같은 중국 중앙방송국(中央电视台)에서 방영한 드라마 <교가대원(乔家大院)>입니다. 만들어진지 꽤 오래된 드라마인데도 아직도 2번, 3번씩 보고 있는 시청자가 있을 정도로 명작입니다. <한무제(汉武大帝)>, <옹정황제(雍正王朝)> 등 중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형 사극을 제작한 후메이(胡玫) 감독이 제작한 드라마인 데다, 중국의 대표 방송국인 CCTV표 드라마라 방영 당시 전국 시청률 10%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시청률 10%, 엄청난 수치입니다.
2006년에 방영된 옛날 드라마인데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요? 때는 바야흐로 2019년 6월, 학기 종강과 동시에 떠나게 될 첫 혼자만의 지역 연구를 구상할 때였습니다. 꼭 혼자 가보고 싶었던 곳은 샨시성(山西省) 핑야오고성(平遥古城)이었는데, 거길 가려면 타이위안(太原)에서 기차를 타야 하더군요. 그래서 핑야오로 가기 전 일정으로 타이위안을 넣었습니다. 타이위안엔 뭐가 있나 찾아보니 가장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청나라 때의 민가(民宅) '교가대원'이 있다더라고요.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홍등(大红灯笼高高挂)>을 여기서 찍었답니다. 고민 없이 이곳도 일정에 넣었죠.
지역 연구를 떠나기 전 중국 친구와 일정 이야기를 하다가 '교가대원'을 간다는 이야기를 하니,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거기 갈 거면 드라마도 꼭 봐. <교가대원>이라는 드라마인데, 그곳의 역사에 대한 드라마야." 곧 지역 연구를 갈 곳에 대한 드라마라니! 왠지 모를 학구열이 샘솟습니다. 그래서 보기 시작한 드라마인데, 예습을 좀 한 덕분에 지역 연구도 재밌게 다녀왔고 8월 초에 드라마도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타이위안으로의 지역 연구 이야기는 곧 <난징시루에 어서 오세요> 매거진을 통해 보여드릴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일단 드라마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도록 하죠.
이 드라마는 청 말기 실존했던 인물 '교치용(乔致庸)'의 일대기를 그렸습니다. 관직에 나가기 위해 평범하게 과거시험공부를 하던 교치용이 형의 죽음으로 위기에 처한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과거 시험을 포기하고 장사꾼의 길을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죠. 부자는 삼대를 못 간다(富不过三代)는 말이 한국에만 있던 말은 아닌데, 교 씨 가문은 딱 3대째에 교치용이라는 인물을 만나 무사히 위기를 넘깁니다. 이후 중화민국 성립 및 일제 침략 등 시대적 원인으로 5대째에 그 끝을 보게 되지만, 그런 역사적 사건이 없었다면 이후 더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죠. 드라마는 교치용이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상인은 어떤 것을 중시해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현대인에게 보여줍니다.
특히 이 교 씨 집안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두었던 우선순위가 인상적인데, 첫째가 신뢰(信), 둘째가 의리(义), 가장 마지막에 생각해야 할 것이 이익(利)이라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상인이라면 이익을 가장 앞세울 것 같지만, 교 씨 집안은 달랐습니다. 후메이 감독은 교 씨 집안의 일화들을 통해 진정한 장사꾼으로 거듭나려면 이익만 중시해서는 안 되며, 신뢰와 의리를 지키며 장사를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발전으로 기업들은 늘어나고 부자들도 많아지는데 막상 이들이 지켜야 할 원리원칙은 무너져가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 거죠. 어떤 면에서 보면 상당히 중앙방송국(CCTV) 다운 기획 의도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한국의 어떤 드라마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제가 어떤 드라마의 프로그램 정보를 한 번 여기 적어볼 테니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IMF 사태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인들의 윤리의식과 상도덕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조선시대 최고의 거부이자 무역상으로 당시 모든 상인들로부터 존경과 흠모를 동시에 받았던 순조 때의 거상의 일대기를 극화, 경제인에게 바람직한 기업인의 표상을 제시한다.
네, 이미 부제에도 적어두었지요. 바로 2001년 방영되었던 이병훈 감독의 드라마 <상도>입니다. 어떠세요? 소개글이 앞에 말씀드린 <교가대원>의 제작의도와 상당히 비슷하지 않나요? 아무래도 어떤 사회든 발전 과정 중에 겪는 진통과 그것을 해결해보려는 움직임은 비슷하게 나타나나 봅니다.
이 드라마에는 혹시 삼국지의 팬이거나, 궁투극의 팬이라면 얼굴을 아실 법한 배우가 한 명 등장합니다. 드라마 <신삼국(新三国)>의 조조, 드라마 <후궁 견환전(后宫甄嬛传)>의 옹정제! 네, 바로 천젠빈(陈建斌, 진건빈)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요. 그래서 방금 언급한 저 작품들, 저 다 봤습니다. ㅎㅎ 이 드라마에서 천젠빈은 남자 주인공 교치용(乔致庸, 치아오쯔융) 역할을 맡았습니다. 젊고 혈기왕성하던 19살 청년 치용부터 지나온 인생을 회고하는 89세 할아버지 치용까지 모두 이 배우 혼자서 연기했는데, 누가 대배우 아니랄까 봐 아주 완벽하게 해냅니다. 한 사람이 모든 연령대를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죠.
드라마에서 교치용 주변에는 두 명의 여인이 있습니다. 첫사랑과 끝사랑. 그 첫사랑인 쟝쉐잉(江雪瑛, 강설영) 역은 드라마 <아적전반생(我的前半生)>, <재원방(在远方)>의 주인공이지만 당시에는 거의 초짜 신인이었던 마이리(马伊琍)가 연기했고, 끝사랑인 루위한(陆玉函, 육옥함) 역은 경극배우 출신의 배우 쟝친친(蒋勤勤, 장근근)이 연기했습니다. 드라마를 찍을 때 천젠빈과 쟝친친은 대본 해석의 차이로 엄청 싸웠다고 하는데, 싸우면서 정이 드는 것인지, 이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이 둘은 현실에서 실제로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고, 부부 리얼리티 예능에도 나옵니다.
■ 2018년 CCTV의 한 프로그램에서 부부동반 노래를 부른 천젠빈 부부
드라마로 전국 10% 시청률이라는 큰 성과도 거두고,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도 만나고, 그에 더해 드라마가 한국과 홍콩으로 수출도 됩니다. 중국에서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2006년 8월 한국 중화TV에서 <거상 치아오쯔융>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하게 되죠. 요즘이야 영상 플랫폼을 통해 중국의 드라마나 영화가 금방 번역되어 방송되곤 하지만 2006년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죠. 드라마가 당시 얼마나 인기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45부작이라는 짧지 않은 드라마인데,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뛰어나고 스토리 전개도 탄탄해서 45부작이 10부작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저는 본래 다른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서 이것 먼저 완주할 정도였죠. 샨시성 상인들('진' 지역의 상인이라 하여 晋商이라고 칭함)의 모습을 통해 역사적 사실도 익히고, 중국인들이 상인에게 어떤 가치를 기대하는지도 알 수 있는 드라마 <교가대원>,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드라마 <교가대원> 다 봤다. 원래 다른 드라마 다 보고 보려고 했던 드라마인데, 너무 재밌어서 다른 드라마 잠깐 놔두고 이 드라마부터 봤다. 천젠빈(陈建斌) 연기 진짜 잘한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다시 <삼국>이 보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