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에 들어오는 순간
■ 제목: 청평악 (清平乐, 칭핑위에)
■ 장르 : 드라마 / 사극 / 전기
■ 년도 : 2020
■ 감독 : 张开宙
■ 주요 배우 : 王凯,江疏影,任敏,杨玏,边程 등
오늘 소개드릴 드라마는 2020년 방영한 왕카이(王凯), 쟝슈잉(江疏影) 주연의 사극, <청평악(清平乐)>입니다. 인기가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데 막상 방영시기가 정해지지 않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았던 작품이죠. 본래 정해졌던 제목이 방영 전에 바뀌는 일이 있긴 했지만, 뭐 결국은 방영이 되었습니다. 평점은 6.5점. 주연배우가 화려한 것치고는 그다지 좋지 못한 성적입니다.
드라마는 미란lady(米兰lady)라는 작가의 소설 <고성폐(孤城闭)>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합니다. 송나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지요. 그동안 중국 드라마를 참 많이 봤는데 송나라가 배경인 드라마는 본 적이 없는 데다, 제가 좋아하는 왕카이가 나오고, 또 제작사도 믿고 보는 정오양광(正午阳光, 매거진에서 무척 많이 언급되었습니다)이라서 이미 왕카이의 웨이보(微博)를 통해 제작되었다는 점은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원작 소설 그대로 <고성폐(孤城闭)>라는 제목으로 방영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방영이 결정되던 시점에 크리티컬 한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코로나 사태죠. 20년 2월 설날 즈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중국 우한은 봉쇄를 당합니다. 이 도시 봉쇄를 중국어로 봉성(封城)이라고 하는데, 이런 일이 자주 없었던지라 당시 중국인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이 아주 컸습니다.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래 제목이 <고성폐(孤城闭, 외롭게 성에 갇혔다는 느낌)>였던 이 드라마의 제목은 <청평악(清平乐, 태평성대를 알리는 맑은 노랫소리)>으로 바뀌게 됩니다. 공식적으로 왜 바뀌었는지는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추측컨대 이것이 원인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심의하는 광전총국은 정부 기관이고, 다시 한번 일깨워드리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방송은 그들의 체제를 홍보하는 수단입니다.
사실 드라마의 내용을 생각하면 원래 제목인 '외로운 성에 갇혀'가 좀 더 적절한 제목이긴 합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송나라 인종인데, 드라마는 그가 황제가 되던 그 순간부터 궐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요 인물은 황제인 송 인종, 황후, 그리고 공주와 그 시종인데, 모두가 성벽 안에 갇혀 있었기에, 다른 곳에서는 겪을 필요가 없는 갈등과 고난을 겪다 결국 마음과 몸이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황제로서 백성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태평성대를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송 인종의 임무라면, 그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인데, 오직 그가 이 성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계속 맞닥뜨리죠. 황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황제를 사랑해서 그의 배우자가 되려 했고, 누군가의 딸로서 가문을 빛내고 싶었지만, 이 성에 갇혀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모의 자리에서 고고하게 있어야만 했죠. 성 안에서의 삶은 늘 밖에서의 삶과는 다른데, 마음대로 성벽을 넘을 수도 없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기다렸던 이 드라마의 퀄리티는 생각보다 그저 그랬습니다. 일단 70부가 너무 길어요. 중국도 이제 드라마 길이에 제한을 두는 제도까지 생길 정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 시국에 70부라니요. 매 회 나오는 왕카이를 보는 게 아무리 좋아도 이건 좀 힘듭니다. 스토리가 매력적이라면 군말 없이 보겠는데 아쉽게도 또 그렇지가 않네요. 질~질 끕니다.
게다가 인물의 감정선이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저 왕카이 팬인데요, 이 드라마 속 왕카이는 진짜 여러모로 싫었습니다. 관객에게 인물에, 그것도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은 명백히 작가와 제작진의 잘못이겠죠. 저 말고 이 드라마를 본 중국인들도 대체로 그런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평점을 보면 알 수 있죠.
하지만 흥미로웠던 점은 송나라의 특징이 비교적 잘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복식이나 소품 같은 것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황제(관가官家)와 관리들이 소통하는 방식, 문관을 훨씬 존중했던 송나라의 문화 같은 것들이 여러 군데에서 잘 보입니다. 저는 보면서 당나라를 배경으로 했던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과 비교해서 보는 맛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비교되는 시기가 당나라 역사 중 황제의 권위가 가장 높았던 현종 때였던지라 아주 대조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한편 중문과 수업 시간에 작품으로 주로 접했던 왕안석(王安石), 구양수(欧阳修) 등이 관료로서 활약하는 모습도 신기했고요.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종영한 후 거의 뒤이어서 한국 중화 TV에서 방영을 했고, 현재는 티빙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랑야방(琅琊榜)> 등 왕카이의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는 수작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송나라의 문화나 분위기를 느끼시기에는 충분히 좋은 교재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이런 사극을 볼 때, 정말 중국 플랫폼의 그 딴무(弹幕, <연희공략> 참고)가 그립다. 왕카이는 이 드라마에서 송 인종을 연기했다. "다른 이의 군주가 되려면, 어짊에 머물러야 한다". 그는 황제의 인자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연기했을 뿐 아니라, 다른 이의 군주가 된 사람의 고통과 번뇌도 연기해냈다. 비록 내가 보면서 송인종을 좀 욕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좀 아쉬운 것은, 이 드라마가 너무 짱냥즈(张娘子)를 띄워줘서, 오히려 황후를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주....-_-;; 송나라의 드라마는 처음 보는데, 문관의 지위가 정말 높았던 것 같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한 마디로 과유불급.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고 량화이지(梁怀吉)라는 배역이 좋아졌는데, 웨이보에서 그를 연기한 실제 배우는 화이지처럼 착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얼굴로 판단하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