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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Dec 29. 2020

장안십이시진 (长安十二时辰)

왜 장안인가?


■ 제목: 장안십이시진 (长安十二时辰, 챵안스얼스쳔)

■ 장르 : 드라마 / 추리 / 사극

■ 년도 : 2019

■ 배급사 : 优酷 (Youku)

■ 감독 : 曹盾

■ 주요 배우 : 雷佳音,易烊千玺,周一围 등



오늘 소개해드릴 드라마는 2019년 하반기를 강타한 드라마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입니다. '시진'이 오늘날로 하면 2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한국어로 하면 '장안 24시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상반기에 <도정호(都挺好)>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이 드라마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수작이었고, 혹자는 이 드라마를 '제2의 랑야방(琅琊榜)'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2의 랑야방'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 드라마가 분명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수작임엔 확실합니다.


제가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다 볼 때마다 후기를 위챗 모멘트에 남기니까, 주변 중국 친구들도 제게 종종 드라마를 추천해주곤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제 기억에 <연희공략(延禧攻略)>을 다 봤을 때 추천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의 코멘트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너라면 볼 수 있을 거야!' 이건 또 무슨 말인지? 1화를 보고 나서 저는 그 친구의 뜻을 알았습니다.


이 드라마, 중국어가 어렵습니다. 배경이 당나라(唐朝)인데, 당나라에 대해 잘 모른다면 생소한 어휘들도 많이 나오고, 분명 인물들이 '대화'를 하는데, 그 대화의 반은 문어체, 그것도 고문(古文)에 가까운지라 멍 때리다가는 내용을 못 따라갑니다. 중국어 학습자고 중국어 자막만 놓고 드라마를 보신다면 아마 초반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점에서는 <랑야방(琅琊榜)>이 좀 낫습니다. 대화가 현대 중국어에 그나마 좀 더 가깝거든요.



이 드라마는 마보융(马伯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이미 2016년에 출판된 소설인데, 한국에도 2018년에 <장안 24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소설이 나온 이후 중국에는 이 소설의 팬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영화나 드라마화를 바라는 목소리들도 덩달아 많아졌죠. 그런 이유로 이 드라마는 제작 시기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던 작품입니다. 완성된 드라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보시는 바와 같은 호평을 받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TV에서 방영한 대형 드라마도 아니고, 요우쿠(优酷, Youku) 플랫폼에서 단독으로 방영한 웹드라마임에도 방송 초기부터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고, 해외로도 활발하게 수출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화 TV에서 <장안12시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었죠. 그 결과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주인공 장샤오징(张小敬) 역할을 맡은 배우 레이지아인(雷佳音, 뇌가음)이 최우수 배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는 당 현종 시기, 원소절(上元节, 음력 정월 대보름) 전날의 풍경을 그립니다. 원소절은 통금이 있던 당나라 시대에 유일하게 통금 없이 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거리에는 각종 축하공연들이 벌어지고,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꽃단장을 한 남녀노소가 거리에 나와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날이죠. 그런데 바로 이날, 수도 장안(长安, 지금의 서안)을 불바다로 만들 테러 모의가 진행된다는 첩보가 들어옵니다. 무고한 희생이 벌어지면 안 되니 당연히 막아야겠죠! 테러의 주모자를 찾고 그의 행동을 막기 위한 주인공들의 추리 및 사건 해결이 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입니다.


원소절 풍경이 담긴 드라마 포스터

분명 웰메이드 드라마임엔 틀림없습니다. 영상미도 있고, 고증도 충분히 잘 되어있죠. 당나라가 가장 번성했던 성당(盛唐) 시기의 화려한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납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주연 배우는 무(武)를 상징하는 장샤오징(张小敬, 배우: 雷佳音)과 문(文)을 상징하는 리삐(李必, 배우: 易烊千玺), 이렇게 두 명인데,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로 레이지아인(雷佳音, 뇌가음)이라는 배우를 처음 접했는데, 원래 이렇게 험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배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의 대표작은 <아적전반생(我的前半生)>, 우유부단한 남편 역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 드라마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격투신이 많아 체력 훈련과 격투 연습을 엄청 했다고 합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 드라마를 본 뒤 <아적전반생(我的前半生)>을 봤더니 너무 하얗고 고생 한 번 안 해봤을 것 같은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드라마의 두 주역 : 이양첸시(좌)와 레이지아인(우)


이양첸시(易烊千玺, 이양천새)는 이 드라마를 보기 전, 중국판 <효리네 민박>이라는 <향왕적생활(向往的生活)>에서 처음 봤습니다. 과묵하게 할 일만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리우타오(刘涛) 부부가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해서 안쓰러워.'라고 하더군요. 알고 보니 2000년생인데 2013년에 데뷔한 소년 그룹 TF Boys의 멤버였네요. 한국으로 치면 량현량하 같은 느낌인데, 지금까지도 해체하지 않은 그룹입니다. 중국에서 인기도 굉장히 많고요. 이 드라마를 찍기 전까지 그의 이미지가 어땠을지 대충 느낌이 오시죠? 이 드라마를 통해 성인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뒤 이양첸시는 <소년시절의 너(少年的你)> 같은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굳히게 되죠.


■ <青春修炼手册(청춘수련수책)> - TF Boys (2014)

 - 2013년 데뷔 즈음의 영상은 정말 너무 애기라서 철컹철컹 죄책감에 14년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https://youtu.be/moinzQ_k35I


이들 외에도 이 드라마에는 목소리로, 또 글씨로 참여한 유명 배우들이 있습니다. 우선 곤륜노(昆仑奴) 출신이지만 온갖 어둠의 정보들을 손에 쥐고 거래하는 흑인 거라오(葛老, 갈로)의 목소리는 지난번 <교가대원(乔家大院)> 편에서 소개해드린 적 있는 천젠빈(陈建斌)이 맡았습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앗'하고 화면을 보게 되는 부분이죠. 또, 드라마에서 시간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안내 글자 및 드라마 제목의 붓글씨는 <환락송(欢乐颂)>에 나온 배우 주펑(祖峰, 조봉)이 썼다고 합니다. 감독이 반 강제로 도와달라고 했다네요.


배우 주펑(祖峰)과 드라마 속 그의 글씨

장안에서 시작해 장안에서 끝나는 이 드라마 덕분에 서안(西安, 과거에 장안이었음), 더 나아가서는 당나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고조되었습니다. 당나라 사람들의 화려한 복식, 꾸밈새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드라마 속에 자주 나오는 장안의 먹거리, 볼거리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죠. 저도 이 드라마를 보던 중에 서안으로 지역 연구를 가게 되었는데, 한 번 가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감회가 새로울 정도였습니다. 감독이 서안 출신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당의 수도로서 서안이 가지는 매력을 십분 드러냈습니다.


장안의 먹거리 중 하나인 서우좌양러우(手抓羊肉, 손으로 뜯어먹는 양고기)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왜 장안일까?'


어느 순간부터 중국에 청나라(清朝)를 다룬 사극이 눈에 띄게 줄고 당송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늘었습니다. 예전에 중국의 사극이라고 하면 변발의 남자가 바로 떠올랐는데,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되었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역시 중화사상의 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청나라의 역사가 대다수의 중국인, 또 중국 정부에게 있어서는 영광스럽다고 생각되는 역사는 아니죠. 한족이라는 절대다수를 일개 소수민족(청이라면 만주족)이 지배하는 구조니까요. 사료도 많고 비교적 최근이니 고증이나 극화가 쉽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 작품은 많이 나왔지만 막상 윗분들 입장에서는 영 마음이 불편하셨을 것 같습니다.


한족 우월주의, 중화사상을 강조하려면 청나라를 너무 앞세워서는 안 됩니다. 그럼 언제가 가장 영광스러운 역사인가? 다양한 사상과 인종을 포용적으로 받아들이고 외부와의 교류도 활발했던 당나라가 그들이 보기에는 선전에 가장 적합한 시대라고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송나라! 관가(官家, 송대 황제의 호칭)와 관료들이 평등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있는 시기라 역시 선전에 좋은 시기죠. 그래서 <청평악(清平乐)> 같은 드라마가 나온 겁니다. (<청평악(清平乐)>은 이후 리뷰해드릴 예정입니다.)


드라마의 진정한 제작 배경이야 알 수 없지만, 중국의 윗분들이 바랐던 효과는 충분히 낸 듯합니다. 실제로 서안이 관광지로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죠. 드라마를 통해 주인공들이 어떻게 장안의 위기를 막아내는지 함께 호흡해보시는 동시에 당나라 때의 모습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시죠.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칭하이후에서 란저우로 가는 이 길고 긴 길 위에서, <장안십이시진> 마지막 회를 봤다. 당초에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건 드라마 소개에 26부작이라고 쓰여있어서였는데, 나중에 보니까 소개가 바뀌어있었다. 48부작이었다 ㅠㅠ 이 드라마는 사실 내게는 좀 어려웠다. 당나라 때의 고문(古文)도 많이 나왔고.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나라 시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레이지아인(雷佳音), 이양첸시(易烊千玺) 같은 배우들도 알게 됐고. 스토리도 탄탄하고 배우들이 연기도 잘하고, 화면도 마치 영화 같은 느낌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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