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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Mar 16. 2021

삼국 (三国)

95부가 순식간에


■ 제목: 삼국 (三国, 싼궈)

■ 장르 : 드라마 / 역사 / 전쟁

■ 년도 : 2010

■ 감독 : 高希希

■ 주요 배우 : 陈建斌,于和伟,陆毅,何润东,倪大红 등



오늘 소개드릴 드라마는 소개드릴 드라마 중 아마 길이로는 가장 길, 무려 95편짜리 드라마 <삼국(三国)>입니다. 2010년 방영되었는데, 2010년 중국 전역에서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대장금>이나 <용의 눈물>처럼, 당시 TV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봤던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드라마와 저와의 인연은 꽤 질깁니다. 제가 여러 번 시도했다가 포기했거든요. 시작은 대학 때, 봉사활동으로 고등학생 한 명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제가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것을 알고 나서 처음 한 질문이 이 드라마를 아냐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그때까지 삼국지에 관심이 정말 없었던 터라, 그 학생에게 '잘 모른다'라고 대답하니까 그 친구의 눈이 빛났습니다. 제게 이 드라마를 소개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눈빛이었죠. 그때 그 친구를 따라 초반 몇 편 정도를 같이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거 아시죠?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재밌는 드라마여도 소 귀에 경 읽기가 된다는 사실. 그 친구는 눈을 반짝이며 제게 열심히 설명해주었는데, 미안하게도 귀에 하나도 들어오질 않더라고요. 심지어 전체가 95부작이라니! 제겐 너무 긴 드라마였습니다. 그 뒤에도 몇 번, 여러 루트로 이 드라마를 추천받았지만 그 길이가 주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포기해버리고 말았죠. 그런 제가 다시 이 드라마를 시작하게 된 건, 지역전문가로 중국에 파견된 때였습니다. 중국을 공부하러 갔으니 더 이상 도망가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삼국지의 스토리야, 뭐 소싯적 삼국지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에게 라면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내용일 겁니다. 이 드라마는 동한 말기 혼란스러웠던 상황부터 사마의가 모든 굴욕과 수모를 이겨내고 살아남는 시기까지 그 짧고도 긴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삼국지 책을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시 영상물로 역사를 보니 좀 더 머릿속에 많이 남는다고 할까요? 최근에 김희철이 <미운 우리 새끼>에서 역사적 인물과 그를 연기한 배우를 탁탁 매치시키는 장면을 보았는데, 크게 공감됐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 기존의 삼국지를 다뤘던 드라마들보다 그 대사에서 쓰이는 중국어가 비교적 현대인들이 쓰는 중국어(白话)에 가깝습니다. 물론 아무래도 사극이니 완전히 현대 중국어와 같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외국인인 제가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되어 있죠.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많이들 본 것도 얼핏 복잡할 수 있는 역사를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구현해 놓아서일 것입니다.


드라마는 자그마치 3년 넘는 사전 준비 작업과 1.6억 위안 가량의 투자금을 가지고 진행되었습니다. 촬영은 1년 가까이 진행되었고, 배우들은 복장도 불편하고 촬영 환경도 열악한 상황 속에서 좀 더 퀄리티 있는 삼국 역사물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 해의 시청률 1위 드라마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기존에 이 시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조에 대한 평가가 비교적 중립적이고, 손권에 대한 분량도 공평하게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말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우의 캐스팅입니다. 우선 조조 역을 맡은 천졘빈(陈建斌, 진건빈)을 빼놓을 수 없죠. <견환전(甄嬛传)>의 그 황제께서 이 드라마에서는 의심은 많지만 머리는 비상한 조조로 분했죠. 유비 역을 맡은 위허웨이(于和伟, 우화위)는 이 드라마에서는 유순하고 사람 좋은 유비였지만, 다른 드라마 <사마의: 미완의 책사>에서는 조조 역을 맡습니다. 재미있죠? 그 역할에 따라 배우의 연기도 완전히 바뀌는데, 이 역시 두 드라마를 모두 보시게 된다면 흥미 있게 볼만한 부분입니다.


제갈량을 맡은 배우는 루이(陆毅, 륙의)인데, 젊은 편에 속하는 배우 루이가 젊을 때의 제갈량부터 나이 든 제갈량까지 모두 연기를 하는지라 94년 버전의 <삼국연의> 드라마에 비해 좀 싱크로가 안 맞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얼굴마담을 담당하고 있고 연기도 나쁘지 않으니 저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명 언급해야 할 사람은 최후의 승자 사마의인데요. 사마의는 지금까지 매거진에서 여러 번 소개된 배우 니따홍(倪大红, 예대홍)이 맡았습니다. 사마의를 다룬 별도의 드라마가 한 편 더 있긴 하지만, 저는 이 배우가 연기한 사마의도 좋았습니다. 니따홍은 무슨 역할을 맡든 항상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배우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연희공략(延禧攻略)>의 황제가 조운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당연히 위촉오가 싸우는 부분이지만, 후반부에 제갈량과 사마의의 두뇌 싸움 부분도 볼만합니다. 특히 아마 이 드라마를 보시고 나면 조조의 매력에 빠지실 것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제 남편도 이 드라마를 저와 보고 나서 '조조(曹操)'를 중국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95부작이라는 길이가 좀 부담스러우니 그냥 천천히 시간이 날 때마다 한 편씩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넷플릭스에도 <삼국지>로 95부작이, 드라마를 한 10부씩 묶어서 <극장판 삼국지>로 또 한 편이 올라와 있으니 한국에서 보기도 좋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95부작 드디어 다 봤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성취감... 조조랑 유비가 죽고 나면 별로 볼 게 없을 줄 알았는데, 90부 이후에 제갈량과 사마의의 두뇌 싸움이 무척 볼 만했다. 특히 이미 죽은 제갈량이 살아있는 사마의를 쫓아내는 이야기! 제갈량이 홀로 싸우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 비록 옛 말에 '강한 장군 및에 약한 병사가 없다'고 하지만, 제갈량 밑에는 능력있는 부하가 한 명도 없었고, 그가 고심해서 만들어낸 엄청난 작전도 결국 다 물거품이 되었다. 촉한이 멸망한 근본 원인은 결국 유비가 그저 형제들에게 의지만 하고, 새로운 인재를 개발해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지..? 비록 사마의는 한 번도 제갈량을 이긴 적이 없지만, 자신의 야망을 잘 숨길 수 있었기에 결국 최고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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