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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pr 08. 2021

그거, 재밌니?

중국 영상물을 보는 나를 위한 변명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보기'? 취미에 쓸 말이 없을 때 빈칸 채우기 용도로 쓰는 말이었습니다. 일 벌이기를 좋아하고 마무리하는 것은 영 어려워하는 ENFP의 표본이라 그런지, 한 편을 보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드라마 감상과는 영 친해지기가 어려웠습니다. 한 편에 1~2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영화도 제 취미가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중국어를 공부하려고 시작했습니다.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말이죠. 중국 상해에 있으면서, 귀도 중국어만 들리는 환경에 두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었지요. 또 이런 노력은 여기저기 소문을 내야 지속할 수 있다는 말에 드라마를 다 본 후에는 꼭 위챗 모멘트(펑요췐朋友圈, 한국의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함)에 간단한 감상을 남기곤 했습니다. 제 착한 중국인 친구들은 거기에 꼭 좋아요도 눌러주고, 열심히 하라며 응원도 해주었죠.


하지만 100시간의 법칙이라고 하던가요? 중국어 학습을 위해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던 것이 어느 순간 습관이 되었고, 또 재미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챙겨보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던 제가 어느 순간 다른 중국 네티즌과 함께 어느 드라마가 플랫폼에 업데이트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또 제가 위챗에 올리는 감상문들을 보고 중국인 친구들이 제게 드라마나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추천해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제 취미는 정말로 '중국 드라마 보기', '중국 영화 보기'가 되어버렸습니다. 16부작짜리 한국 드라마도 끝까지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했던 제가 95부작 드라마 <삼국(三国)>을 완주했습니다. 95편도 다 봤는데, 76부작 <후궁 견환전(甄嬛传)>은 금방이죠! 그렇게 본 중국 영상물이 2019년, 2020년을 통틀어 영화 77편, 드라마 60편(회차로는 2,208회분), 예능 및 기타 7편이 되었습니다.


공유하고 싶습니다. 예전과 달리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한국에서도 접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아진 오늘날이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중국의 미디어와 관련된 정보는 어쩐지 그 방대한 양에 비해 미미한 실정입니다. 저는 아직도 꾸준히 중국에서 화제가 된, 혹은 되고 있는 작품들을 보고 위챗 모멘트에 감상을 남기고 있는데, 이런 기록들을 중국 미디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공유하고 그분들이 볼거리를 선정하는 데 참고하실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재구성해보았습니다. 이 책은 본래 매거진 <중국 영상물 감상기>에 발행했던 글들을 제 나름의 로직에 맞게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추천드릴 작품들을 전근대 - 근대 - 현대 등 시대로 구분하고, 그 외에 중국 각지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을 한 카테고리로, 그리고 어디에도 묶을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추천하고 싶은 작품들을 번외 편 형식으로 따로 묶어보았습니다. 


아마추어의 글입니다. 전문 평론가도 아니고, 드라마나 영화를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보던 사람도 아닌지라 이곳의 글들은 완.전.히 개인적이고 아마추어적인 내용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개인적인 글이 어쩌면 가장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써봤습니다. 독자분들께서 이 글을 통해 잘 몰랐던 중국 미디어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재미있는 작품을 알아가실 수 있다면 제게는 여지없이 큰 보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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