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유행하는 금융권
작년 말부터 ESG 경영이 언급이 많아지더니 올해 시작과 함께 핵심적인 화두로 우뚝 올라섰다. 다량의 뉴스와 기사에 언급되어 관심을 갖고 뉴스들을 찾아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여기에 짧은 소견과 정리한 내용을 남겨두려고 한다. 먼저 ESG 경영이 뭐냐고 물었을 때 E는 환경 S는 사회(혹은 여러 분야의 인권 정도) G는 지배구조를 뜻하고 이를 핵심 가치로 두고 하는 경영이 EGS 경영이다. 사실 위 내용을 보았을 때 전혀 새롭지 않은 개념이었다.
기존에도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명목 아래 CSR 활동을 해왔다. CSR과 ESG경영은 사회적 책임과 비재무적 평가 항목이라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지만 ESG와 CSR 활동을 같다고 볼 수는 없다. CSR은 사회적 책임을 어필하여 기업의 PR적 측면이 강한 것이지만 ESG는 회사를 이끌어가는 방향성과 새로운 평가 지표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게다가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명확한 분야를 설정한 것도 특징이다. 사실 CSV라는 개념도 있기 때문에 우리 곁에 있던 느낌이지만 딱히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특출 나게! 지속적으로! 한 기업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나 뽑자면 '이니스프리' 정도가 떠오른다. 지금은 화장품 브랜드만을 떠올렸지만 이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대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기업들이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다.
먼저 왜 이리 모든 대기업들이 ESG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는지 궁금해졌다. 코로나로 인한 재무 평가 트렌드 변화 혹은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 고조 등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아마도 유럽에서 시작한 지속가능 금융 공시 제도(SFDR: Sustaio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금융 회사가 의무적으로 ESG 정보를 공시해하기 때문에 유럽 자본과 연계되어 있을 우리나라도 무시할 수 있는 노릇이 되었다. 사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루어지는 사정 때문에 현재 국내 금융사들의 행보는 다양하지 않고 비슷비슷한 수준에 머물러있고 아직 시작 전 단계에 머물러있다. 이 점은 나로 하여금 조금은 비관적인 전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타의다 보니 적극적인 움직임은 안 나올 것 같고 보여주기 식 대응이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마치 제도화 이론처럼 재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식의 반응인 것이다.
다양한 기업들이 ESG경영에 관심을 두지만 오늘 살펴볼 산업은 가장 핵심적인 은행권이다. 시중 은행 중 신한은행과 특수은행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을 선정한 이유는 신한은행은 시중 은행 중 가장 발 빠르게 ESG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머지 은행은 이를 뒤따르는 형세를 보이기 때문이고 NH농협은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대중과 가깝고 농민과 연결하여 보다 특별한 ESG경영을 펼칠 것이라 기대감으로 선정하였다.
먼저 두 기업의 UN SDGBI(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Business Index) 평가 지수를 살펴보면 5개 은행(시중은행 4개 + 농협은행) 중 1등으로 신한 은행이 상위에서 2번째 그룹인 Superior Group에 속해있고 나머지 시중 은행과 농협은행은 3번째 그룹인 Outstanding Group에 속해있다. 현재 전반적인 내용을 둘러본 바로는 대부분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SG 관련해서는 뉴스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 환경 같은 경우는 돈을 들여서 즉각적인 액션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인권적인 부분이나 지배 구조 같은 경우는 급격하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게다가 은행이라는 조직이 보수적인 조직에 가깝다 보니 앞으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간헐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비판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은행의 ESG 행보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각종 환경협약 동참으로 친환경 사업에 투자 및 반 친환경 사업 투자 감축을 한다. 두 번째로 자체적인 ESG 평가 지표를 만들어서 금리를 우대해준다. 세 번째로 각종 환경 협약에 동참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단위 지점 차원의 노력이다. 위 4가지 분류에 따라서 보지만 은행 당 해당되는 항목에 대해서만 정리하였다.
신한은행의 ESG경영의 포인트는 계량화와 정량화를 포인트로 잡았다. 아무래도 금융사이다 보니 비재무적인 지표들은 숫자로 표현해 보다 직관적으로 노력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전략 기획부 아래 ESG 기획 팀을 두어 ESG경영 전략을 실행에 옮길 태세를 취했다. 그래도 조금은 ESG의 분위기를 미리 알았던 것인지 2018년 친환경 비전 'ECO 트랜스포메이션 20·20' 수립하여 2030년까지 저탄소 녹색산업에 20조 원을 투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신한은행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면서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 투자를 줄여가고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채권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는 IBK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적도원칙에 가입하여 환경 파괴에 연관 있는 사업의 경우 신한은행에서 대출이 까다로워졌다. 잠깐 여담으로 위 환경 협약이 적도원칙으로 명명한 이유는 주로 적도 주변 개발도상국 국가에서 개발 중 환경 이슈가 발발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주에 있고 출처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더 살펴볼 수 있다.
*적도 원칙 : 2003년 5월 네덜란드 은행 ABN암로홀딩(ABN AMRO Holdings)은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이던 인도네시아 최대 금강 회사 PT Freeport의 금광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다. 그러나 FOE 네덜란드 (Friends of the Earth Netherlands) 등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ABN 암로 홀딩은 환경단체의 반발, 원주민들에 대한 강제이주와 주거지 마련, 문화의 보존, 손해배상 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개발도상국들과 저개발국가의 민간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국제금융기구인 국제금융공사(IFC, The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를 중심으로 2003년 6월에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행동 협약 '적도원칙1'을 제정하게 된다.
적도원칙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 있어서 대형 개발 사업이 환경 파괴 또는 인권 침해 문제가 있을 경우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협약으로 일종의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인데 사회 및 환경적인 영향을 관리하거나 평가, 결정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 원칙은 국제적으로 지원되는 모든 산업 및 신규 프로젝트와 관련된 4가지의 금융 상품에 적용된다.
적도 원칙 출처 : http://www.engdaily.com/news/articleView.html?idxno=10733
사회적 가치 측정 모델인 신한 SVMF(Social Value Measurement Framework)를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ESG 우수 상생지원 대출은 신한 은행이 자체적으로 만든 지표에서 우수 기업 해당 시 연 이율0.2%~0.3% 금리 우대를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VBA라는 화폐화 기반 사회적 가치 측정 표준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위에서 말했던 계량화와 정량화를 실천하고 있다. 사실 기후 변화 자체가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항상 중요 논의에서 배제된 것을 생각해보면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2018년 기후 변화 재무정보공개 전담 협의체(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를 지지한 바 있다. TCFD는 환경 이슈에 대해서 지배구조, 경영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설정에서 권고안을 주고 이를 지키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는 것인데 국내 기업은 이 부분이 지지부진했다. 일본의 경우 200여 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7개만 참여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환경 이슈에 무감각한 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을 미루어보면 ESG경영도 한 때에 트렌드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참여한 7개 기업은 신한 금융 지주가 포함되어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는 시중 은행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지만 신한은행에 비해서는 그 진행 속도가 느리다. ESG 전환 2025를 선언하고 NH농협은행은 ESG추진위원회를 신설하였다. 아직까지는 전사적으로 핵심적인 메시지와 메시지 아래 추진되는 사업을 구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지역별로 작은 노력들이 보이기는 하나 ESG경영이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실행해야 하는 경영 방침인 만큼 지점 구역 단위로 실천하여서는 그 효과성을 들어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NH농협은행이 자소서 항목에 ESG경영 방안을 물어본 것을 보았다. 이 것을 보고 농협이 ESG경영을 얼마나 근시안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ESG경영은 신입 사원의 몫이 아니다 경영 전략 차원의 문제를 신입 사원에게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처럼 느껴졌다. 마치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지금 걷기를 응용해서 공원의 효율적인 산책로를 운영 방안을 구상해보라는 것 같았다.
NH농협은행도 적도 원칙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가입돼있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21.3.29 기준) KDB 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만이 적도원칙협회에 가입된 상태이며 NH농협은행과 더불어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미가입 상태이다.
NH농식품그린성장론 상품을 출시하였고 자체적인 NH그린성장지수를 개발하여 상위 기업에게 추가 신용 대출과 최대 1.5% P의 우대금리 혜택을 준다. E의 경우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 GAP(농산물 우수관리) 인증, 녹색경영기업 환경성 평가 A등급 이상, 신재생에너지시설 도입 기업, 스마트팜 농가 등이 우대 대상이고 S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며 가능하다. G 같은 경우는 원래 지배구조이지만 Growth 성장으로 바꾸어 기술보증기금의 벤처기업 인증이나 HACCP 인증을 받으면 성장 분야의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아무래도 대출 대상은 지배구조가 단순한 중소기업인 점을 고려한 것 같다. 그리고 혜택과 더불어 높은 지수를 획득한 기업에게 상장패를 돌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 상장패 만들 돈으로 다른 것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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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업의 경영 전략에 영향을 줄 정도로 환경 이슈는 커지고 있다. 더불어 기업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사람들의 집합체가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서 모든 부분이 건강해야 정말 건강하다는 것을 재인식하고 있다. 현재는 S와 G에 대한 논의가 미흡한 수준이다. 아마 ESG가 전 세계적으로 정착한다면 우리나라 기업에 가장 큰 걸림돌은 S의 어떻게 기업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G의 어떻게 기업 구조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 것인가 일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몇 년 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은 30년을 내다봤지만 농협은행은 5년을 내다보며 각 기업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모습을 좌우할 이슈라고 생각하기에 부디 각 기업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과 실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