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대카드는 PLCC에 목을 매는가?
최근 현대카드가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고 PLCC 출시했다. 비단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최근 무신사, 쏘카, 배달의 민족까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브랜드를 보니 소위 각 분야에서 알아주는 브랜드임을 알 수 있다. 카드사에서 유달리 튀는 행보를 보이는 현대카드가 왜 PLCC에 집중하는지 궁금해졌다. 게다가 이미 많은 카드에 커피 관련 혜택은 다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스타벅스 전용 카드를 만드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행보가 브랜딩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탐구해보겠다.
(1) 카드사가 콘서트는 왜 여는 거야?
PLCC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대카드 콘서트를 여는 이유를 이해할 필요하가 있다. 현대 카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보다도 슈퍼콘서트 일 것이다. TV광고가 대대적인 것도 있지만 모든 광고가 기억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떠올려볼 때 섭외 가수의 스케일이 남달랐다. 비욘세, 샘 스미스, 내가 좋아하는 켄드릭 라마, 가장 최근에는 퀸까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해외 아티스트들을 섭외하여 콘서트를 매년 개최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라고 답할 수 있지만 사실 애초에 잘 팔린다면 콘서트까지 열면서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 돈을 쓸 필요가 없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 카드사 경쟁이 심화되고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비슷한 혜택과 똑같이 생긴 카드는 브랜딩 전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카드사 중 후발 주자였던 현대카드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현대 카드가 카드 회사 경쟁 속에서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이득을 줄 혜택보다 문화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로 2가지로 뽑아봤다.
1-1. 카드 산업, 특별한 기술을 필요하지 않는다.
카드사가 돈 버는 시스템은 아주 단순하다. 가맹점과 고객 사이에서 수수료로 먹고사는 기업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시스템에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드 자체의 질을 높인다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카드가 더 잘 인식된다고 금전적이 이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뀐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카드 사용자 역시 급속도로 늘지도 줄지도 않는 시장에서 여러 카드사가 경쟁하고 있다. 이 경쟁 속에서 고객의 카드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혜택이다. 이 혜택 또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경쟁사가 어떤 특별한 혜택을 출시하면 혜택을 따라잡기까지의 시간은 인텔이 AMD를 따라잡는 시간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는다. 경쟁은 치열하고 엄청난 기술적 차별화를 요구하지 않는 산업이다 보니 가장 중요한 혜택을 벗어난 이야기가 필요했다.
1-2. 너무 다양한 혜택을 이해하고 선택하기 어렵다.
금융 이제는 쉽게 하세요!라는 카피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금융에 대해 어려워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반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 혹은 숫자들이 있고 그저 동그라미 친 부분에 사인하기 바쁜 우리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카드사 혜택 내용도 그렇다. 혜택을 주는 브랜드 자체는 쉽게 보이지만 거기에 엮긴 숫자들과 작은 글자들을 보면 머리가 아파온다. 실제로 혜택을 주는 퍼센트가 경쟁사에 비해 많은지 적은 지 찾아보는 일은 골치 아프다. 현대카드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카드 종류가 수십 개나 되고 게다가 국내 카드사는 현대카드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머릿속에 수십 개의 물음표가 띄워진다. 혜택을 비교한다고 쳐도 모든 카드가 일정한 기준을 갖는 것이 아니기에 카드 선택에 아쉬움을 매번 갖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본인이 원하는 혜택을 선택하라는 전략도 쓰고 있지만 애초에 머리 아픈 것에 선택지를 더해주니 피로감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일반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카드를 두고 내게 딱 맞는 카드를 고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좀 더 단순하고 쉽게 이해되는 메시지와 혜택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현대 카드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결단을 내렸다. 혜택으로 차별성을 줄 수 있지만 고객들은 작은 숫자 퍼센티지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지기보다는 그저 쓰던 카드 쓰거나 혹은 대중적인 카드를 만든다. 이에 다른 방식으로 차별성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콘서트도 열고 전시회도 열고 강연도 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항상 소비자들에게 광고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열심히 일한 당신~ 앞부분만 말해도 머릿속에 카피가 떠오르지 않는가? 카드사마다 차별성이 사라지자 문화 마케팅과 독특한 메시지로 통해서 브랜드 이미지로 차별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보통 20대에 신용카드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20대 치고 먹거리, 공연, 전시 중 안 걸리는 곳이 없기 때문에 먼저 현대카드를 떠올릴 수 있고 굳이 카드 신청까지 안 가더라도 찾아보게 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2) 콘서트 하는 이유는 알겠어! 그럼 PLCC가 뭐야?
PLCC는 Private Label Credit Card로 한국어로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라고 번역된다. 단순히 말하 지면 카드 브랜드가 아닌 제휴사 브랜드를 내세우는 카드로 제휴사 혜택이 평소 카드보다 확대된 상품이다. 그럼 제휴 카드랑 무슨 차이 인지가 궁금할 텐데. 일단 고객 입장에서는 제휴 카드랑 별반 차이가 없다. 단순히 혜택의 차이가 다른 것으로 이해해도 좋다. 다른 점이라면 제휴사 전용의 카드 디자인으로 새로운 카드가 출시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3) 콘서트에서 PLCC로 전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및 핀테크 기업들의 일진 일보 등 중요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문화 마케팅의 창이 좁아졌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신용 카드 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큰 비용을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가치 창출하는 사업이 아니기에 총알을 쏴대며 파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고객들이 일단 카드를 신청하면 고정 비용을 달아놓거나 한번 손에 익게 만들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딜 가나 카드 만들라는 영업 사원을 만나거나 아님 비싼 물품 구매 시 특정 카드 할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번 쓰면 오래 쓰기 때문에 TV에서는 주로 신뢰감을 주는 공인을 내세워 광고를 했고 최근 웹드라마까지 만들면서 유명 배우들을 여럿 섭외해 고객들에게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 현대 카드는 어떤 총알로 변화를 주고 있는가?
3-1. 코로나로 인한 오프라인의 불확실성
최근 오프라인 채널을 잘 사용하며 문화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았던 현대카드는 코로나로 인해 갈 길을 잃어버렸다. 슈퍼콘서트, 다빈치 모텔, 컬처 프로젝트, 슈퍼 매치 등 아마 아마 2021년에도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았을 것이다. 슈퍼콘서트를 슈퍼마켓 콘서트로 바꿔 온라인 콘서트로 변경했지만 사실 오프라인 콘서트 하고 온라인 콘서트는 매우 큰 차이가 있고 온라인 콘서트 그 매력도가 매우 떨어진다. 실제로 조회 수를 보면 아마 본인들도 이건 아니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유명 해외 아티스트에서 강민경, 그레이, 제시로 바뀌니 결이 확 다르다.
3-2. 오프라인 행사가 없다면 현대 카드의 경쟁력 상실로 직행
현대카드의 경쟁력인 오프라인 문화 마케팅의 길이 막혔다는 것은 현대카드 경쟁력이 약화를 뜻한다. 다른 돌파구를 다시 만들어야 했고 아직 현대카드가 자주 하던 것이 하나 남았다. 바로 카드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카드 디자인에도 꽤나 공을 들여왔다. 색다른 색감과 심플한 디자인은 고객들의 눈길을 끌어왔다. 그래서 이 것을 다시 한번 시도하는데 하지만 핵심이 빠져있다. 이제 오래된 경험으로 디자인이 변한다고 혜택이 커지는 것과 무관하다는 것은 고객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프라인 문화 마케팅이 알맹이로 있었지만 이제는 디자인이라는 포장을 하기 전에 다른 알맹이를 찾아야 했다. 초기에 말했던 것처럼 신용 카드 업이 가치 창출 사업이 아닌 만큼 현대 카드는 자체적으로 이 알맹이를 채울 수 없다고 판단했고 다른 브랜드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여러 브랜드들과 제휴를 맺는다.
3-3. 경쟁력을 위해 현대카드는 어떤 브랜드와 제휴를 맺었는가?
제휴 브랜드를 살펴보면 브랜드 충성도가 높거나 최근 온라인 시장에 적합한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항공사는 마일리지 때문에 충성도가 높은 편이고 스타벅스는 별에 열광하는 팬층이 두터운 편이다. 쏘카는 공유 경제라는 점에서 미래 세대에 대중교통 체계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이다. 무신사는 온라인 쇼핑몰의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고 이미 이베이에서는 스마일 카드가 100만 개가 넘으면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지금까지 PLCC 제휴를 맺은 기업은 12곳으로 기아차, 현대차, 이베이, 고스트코, SSG닷컴, GS칼텍스, 대한항공, 스타벅스, 배달의 민족, 쏘카, 무신사이며 네이버와의 콜라보를 준비하고 있다.
(4) PLCC 단점은 없는 건가?
인터넷 기사를 보면 아마 99%는 기업 측에서 뿌린 홍보자료이다. 그래서 좋은 점으로 서술되어 있고 본인들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고 있다. 그럼 과연 PLCC 전략은 정말 좋은 점만 있고 소비자에게 실제로 유익한 카드일까? 이 질문에 답을 고민해보았다.
4-1. 현대카드를 홍보하는 건가? 제휴 브랜드를 홍보하는 건가?
현대 카드를 하면 뭐가 떠오를까? 독창적인 행보? 차별성? 다른 카드사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우리 머릿속 한구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PLCC를 통해서 조금은 그 이미지가 희석되어가고 있다. 먼저 본인들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타브랜드의 힘을 빌리는 만큼 현대카드만의 아이덴티티를 느끼기 어려워졌다. 광고를 봐도 알 수 있다. 배달의 민족 캐릭터와 배달의 민족 다자인을 입힌 카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를 이룬다. 언듯 보면 현대 카드 광고인지 배달의 민족 광고인지 알 수가 없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이다. 스타벅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광고를 보겠지만 정작 카드가 필요한 고객은 이 광고를 무시할 수도 있다. 이처럼 현대 카드의 색다른 광고들을 기억하는 대중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행보에 충성도가 깎이거나 브랜드에 실망감을 표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사들이 있는데 당연히 제휴 브랜드도 같이 홍보하는 입장에서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게 당연지사가 아닐까 싶다.
4-2 고객의 이탈은 막는 락인 효과? 나는 현대 카드가 아닌 제휴 브랜드에 충성해!
흔히 기사들에서는 PLCC카드가 제휴 브랜드 파워로 고객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Lock In 효과). 하지만, 현대 카드의 기존 이미지의 반했던 고객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파트너십은 유한한 기간에 하고 카드의 단종은 생각보다 쉽게 발생한다. PLCC에 반한 고객들은 현대 카드가 아닌 제휴 브랜드 파워에 충성했던 고객을 유인한다는 점에서 고객 이탈을 막는 잠금장치는 그리 단단하지 않아 보인다. 파트너십이 끝나는 순간 브랜드 충성이 큰 부분을 차지했던 고객들은 타브랜드로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다.
4-3. 너만 하냐? 나도 한다.
독창성 실종과 비슷한 맥락으로 PLCC 전략은 다른 카드사도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전략이다. 업계 1위 신한 카드는 이케아, LG하우시스, SK렌터카, 아모레퍼시픽과 제휴를 맺었고 2위 KB국민 카드는 커피빈, 섹터 나인을 시작으로 최근 위메프 하고도 제휴를 맺어 PLCC 카드를 출시했다. 자칫 제휴 브랜드 땅따먹기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날리는 없겠지만 제휴 브랜드가 갑이 되는 즉,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이 일어날까 싶다.
4-4. 다용도 사용에 대한 부담과 일반 카드에 비해 높은 실적 기준
혜택의 큰 파이는 일정하고 그 안에서 어느 한쪽이 비대해지면 다른 한쪽은 축소해야 이치에 맞고 기업 입장에서도 타산을 맞출 수 있다. 스타벅스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만큼 다른 혜택은 줄어들고 실제로 기본 혜택이 전무하다. 그런 만큼 다용도 사용에 대한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고 사실상 선택지도 좁아지는 것이다. 이렇듯 본인이 정말 스타벅스 충성 고객이 아니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이득을 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의 입장을 정말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생각보다 제약이 있다. 일단 집이나 직장 주변에 스타벅스가 있어야 하고 4100원이나 하는 아메리카노 혹은 5600원이나 하는 캐러멜 마끼아또를 먹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네나 회사 근처에는 값싼 커피집이 한 두 군데는 있기 마련이며 혹은 회사 차원에서 커피숍이 존재하는 곳도 많다. 회사에 속해 있는 커피숍들은 1000원에서 2500원 사이를 넘는 법이 없다. 이 카드를 만드는 순간 나는 다른 커피숍은 못 가고 스타벅스를 찾아서 가야 한다. 그리고 별 100개를 준다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큰 혜택이 전혀 아니다. 100개를 한잔 무료 쿠폰 기준인 12개로 나눈다면 8.XX잔 뭐 9잔이라고 계산할 수 있다. 가장 비싼 6300원 음료로 계산하면 5만 원 돈인데 이 것도 쳐서 6만 원이라고 가정해도 당신에게 커피 사 먹을 수 있는 쿠폰 6만 원 줄 테니 기본 혜택이 없는 이 카드를 만들라고 한다. 물론 연회비도 있다. 당신이라면 만들 텐가??
(5) 관건은 현대카드가 데이터를 통해서 다시 혜택으로 전환할 수 있나?
어찌 되었든 현대카드는 PLCC 전략을 작년에 대대적으로 시작한 만큼 향후 몇 년간은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제휴를 통해서 현대카드가 얻는 가장 큰 이점은 더욱 상세한 고객 데이터를 얻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데이터 경제를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이 데이터 동맹은 소중한 기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몇 년째 고객 데이터를 통한 맞춤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지 않다. 고객 데이터를 통한 큐레이션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는 첫 번째 기업은 막대한 시장 점유율과 수익 전환 가능성을 얻을 것이다. 게다가 큐레이션을 통한 정보가 실제 고객의 선택을 받은 만큼 정확성을 점점 더 높아지고 경쟁 기업들은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먼저 선택받는 사람이 많이 먹을 수 있는 데이터 시장에서 과연 현대카드가 선택받고 다시 그들만의 카드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