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 것 좋다고 해놓고 왜 안 뽑았어요!
최근 부산에 내려가 코리아 세븐 면접을 보았다. 부산은 처음은 아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내려갔더니 많이 변화해있었다. 무엇보다도 부산역에 내리면 큰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는데 그게 사라져서 조금 헤맸다. 정말 아쉬운 변화는 내가 사랑하는 맛집이었다. 대학교 방학 때 부산에 내려가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화교 거리에 있는 만두집을 갔었다. 정말 허름하고 조명도 으스스해서 들어가기 꺼려졌지만 너무 배고프고 더 돌아다닐 힘도 없어 그냥 들어갔다. 그러나 이게 웬걸. 정말 내 인생에서 먹어본 만두 중 최고였다. 표현을 하자면 피는 정말 부드럽고 피를 씹자마자 육즙이 흘러나와 혀를 감싼다. 그리고 녹는다. 그 당시 바쁘게 올라오는 바람에 미쳐 이름은 외우지 못했지만 초등학교 앞에 있다는 사실만 정확히 기억하고 거의 5~6년 만에 다시 그 집을 찾았다. 부산에 바로 도착하자마자 한 번 부산을 떠나올 때 아침 일찍 한 번 더 그 집을 찾았지만 결국 먹지 못 했다. 백종원 씨가 그 집을 들르는 바람에 완전 널리 알려진 맛집이 되어버린 것이다. 갈 때마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촉박한 스케줄 속에 먹을 수 없었고 지금까지 천추의 한이 되고 있다. 정말 나만 알고 싶었던 맛집이었는데 모두에게 빼앗긴 것 같아 괜스레 백종원 씨가 원망스러웠다.
면접 보기 전에 과제가 있었는데 2가지 과제 중 나는 DAY를 기획하는 주제를 선택하였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잘 됐다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광고PR브랜딩을 전공하면서 팀 프로젝트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때의 기분을 다시 누려보고 싶었다. 먼저 프로모션 전략에 있어서 간단하게 편의점 업계를 이야기하자면 편의점은 사실상 BGF리테일(CU)과 GS리테일(GS25)의 용호상박, 쌍벽, 난형난제의 모습이다. 코리아 세븐을 껴서 3파전을 이야기하기에는 코리아 세븐이 조금 많이 밀리는 형세이다. 두 편의점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 많으나 이번 주제가 코리아세븐인 만큼 좀 더 세븐일레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편의점 업계는 유통 채널에서 유일하게 호황을 누린 채널이었으나 세븐일레븐은 이 호황을 혼자 빗겨나갔다. 게다가 바이 더 웨이에 이어 미니스톱 인수를 시도했지만 상반기 실적 부진으로 무산되며 점포 수를 비등하게 맞추겠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이처럼 이어지는 부진 속에 결단이 필요했고 최근 CEO를 교체하면서 변화를 꿈꾸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래형 AI 매장이나 푸드드림이라는 푸드에 집중하는 매장으로 수익 다각화 모델을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편의점 업계의 기본 지표인 매장 수도 밀리고 무엇보다도 브랜드 이미지에서도 뒤떨어지기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도출되야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는 AI 매장은 너무 먼 이야기이고 푸드드림 매장도 SSM이랑 비교했을 때 경쟁 구도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 사항으로 남아있다. 상품은 다르지만 기본 카테고리 측면에서 SSM과 비슷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편의점 상품 이 외에 푸드드림을 선택할 이유가 아직 부족하고 SSM 자체도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푸드드림은 편의점과 SSM 사이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보여줄지도 미지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DAY 기획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식의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DAY 기획은 고객에게 상술적이라는 이미지가 짙어졌고 경영주에게는 단타성 상품을 대량 발주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마지막으로 특판을 해야 하는 영업관리 사원은 야근은 야근대로 하고 매출은 매출대로 올려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처럼 하나의 상품 특판을 노린 데이는 고객, 경영주, 내부 직원까지 모두에게 물음표를 띄우게 되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 데이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창 유행했을 때 수많은 데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사라진 걸 생각하면 언급된 3개의 데이도 끝물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중 최근 빼빼로 데이를 살펴보면 예전만큼 외부 매대를 두고 행사 벌이는 것이 줄어든 것과 여러 상품을 엮어서 빼빼로를 팔기 위한 프로모션들을 보면 빼빼로 자체의 힘이 빠졌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책이 세븐일레븐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졌고 더불어 최대한 브랜딩에 입각해서 기획을 하였다. 참고로 PPT에는 부족함이 많은 점을 고려하고 봐줬으면 좋겠다.
먼저 편의점은 거리상의 위치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편의점이 많은 만큼 근거리에 많은 편의점이 존재할 확률이 높고 선택지 중 가장 먼저 세븐일레븐을 떠올리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객들이 특정 편의점을 어떤 경우에 선택하는지 생각해보았을 때 크게 3가지 이유로 좁혀볼 수 있었다.
첫째로 가격이다. 편의점 자체가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1+1, 2+1, 4캔의 만원, 앱 결제 시 할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고 한다. 실제로 PB상품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상품군을 가진 편의점들이 더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면 고객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다
두 번째로 PB 상품이다. PB상품은 모두 유통 업계의 화두 중 하나이다. 특정 브랜드에만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를 가야지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밀크티를 예를 들자면 데자와는 모든 브랜드에 존재하지만 창비와 빙그레가 합작해 만든 감성 음료 밀크티는 세븐 일레븐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세븐 일레븐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친숙함이다. 브랜드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높은 호감도가 충성도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앱을 다운로드하는 일도 생기고 혜택을 누리면서 굳이 다른 편의점을 찾을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잘 연상이 되고 각인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억하기 쉬워야 연상이 쉽고 이해도 쉬워야 기억하기도 쉽다. 그러기 위해서 단순하지만 재치 있고 DAY의 내용 이해도 단숨에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 결과 만든 카피가 7띵 데이이다. 문자 그대로 치팅데이에서 따왔고 7이라는 공통 요소로 세븐일레븐을 기억하기 쉽게 만들었다. 게다가 치팅데이가 다이어트 계획에서 부담을 덜고 막 먹는 날인 만큼 가격 부담을 덜고 먹으라는 의미를 연상시켰다.
7을 강조하면서 7일, 17일, 27일 편의점을 떠올렸을 때 세븐 일레븐을 먼저 떠올리고 이 날은 할인을 해주는 날임을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7월 11일에서도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7월 11일은 아무도 모르는 세븐일레븐 데이인데 1년에 한 번인 이 날을 고객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을 사실상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7띵데이는 한 달에 세 번은 홍보를 하면서 세븐 일레븐의 브랜드 각인을 돕도록 만들었다.
품목 카테고리 선정에 있어서도 편의점의 주력인 푸드, 생필품, PB상품을 선정하였고 하루씩 컨셉을 잡았다. 카테고리 범주가 넓다 보니 다양하게 상품을 구성할 수 있고 판매가 미진한 상품을 주기적으로 밀어줄 수 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은 PPT가 생각 이상으로 허접해서 반성하게 된다.
기대효과는 알리고 기억시키고 찾게 되고 결론적으로 매출까지 책임진다는 도전적인 멘트로 마무리했다. 실무자가 아니기 때문에 허점이 존재할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성공 가능성을 점쳐 본다면 고민이 크게 된다. 그래도, 면접에 가서 나름 칭찬을 받아서 좋았고 칭찬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어서도 좋았다.
편의점 업계를 공부하면서 의문점이 드는 것은 정말 상생을 생각하는지 직원을 생각하는지였다.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이 수익원이므로 가맹점의 행복이 회사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이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화가 나있는 경우가 많고 본사의 설명과 달리 장사가 안된다는 불평이 쏟아진다. 이 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잘알고 있을테고 이번 면접을 준비하면서 가맹점주님들을 인터뷰 해보고 싶었지만 퇴짜 맞기 일 수 였다. 그리고 본사 주변을 가면 시위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백퍼센트 회사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백퍼센트 가맹점주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보통 퇴직금으로 여는 가맹점주는 약자인 경우가 대다수이고 계약해지로 본사에 따지다가는 내용 증명이야기 아차 싶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재계약 시즌이 되면 영업관리 사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가맹점주를 달래느라 혼이 빠진다. 이 불황의 시기에도 편의점의 영업관리 사원 공고는 어김없이 올라온다. 그러면서 동시에 출점 경쟁을 벌이고 이미 한국 사회에는 편의점이 들어설 곳이 가득 찼음에도 좀 더를 외치면서 근처 가맹점주들의 애가 타게 만든다. 우리 거주지 주변 비슷한 거리에 몇 개의 편의점이 존재하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정답이 나온다. 매주 출시되는 신상품, 빤짝하다 지는 콜라보 상품을 보면 편의점 경쟁이 극에 달아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매주마다 새로운 상품을 구상해야하는 MD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내가 너무 어두운 부분만 지적한 것하고 유통업계는 특성상 이 현실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기서 시작임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