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외 수익 얻기는 정말 만만치 않았다
지금까지는 돈이 덜 되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했었다.
나의 생각과 가진 이미지들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얻을 수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립하는데 중요한 건 월급 없이도 돈을 벌고 생계유지가 될 수 있는지였다. 기왕이면 돈도 벌 수 있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온갖 돈 버는 방법들을 많이 찾아봤던 것 같다. 요새는 여러 교육 플랫폼에서 돈 버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너나없이 광고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템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책 쓰기-출판, 지식 판매(실무, SNS, 부동산 등) 강사, 유튜브, 원데이 클래스, 부동산, 국내/해외 주식, 스마트 스토어 등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강의와 콘텐츠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각자 본인의 성공 분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돈 벌 수 있어요’가 한 플랫폼만 해도 10개가 넘었고 여러 플랫폼을 합치면 적어도 몇십 개는 돼 보였다.
이렇게 보면 이것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벌이 방법 중에 나에게 적절한 것이 무엇인지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나를 여태 몰라서 직장에서도 이직과 전직을 반복하며 나를 알아가 보려 했는데, 사이드 프로젝트도 크게 다를리는 없었다. 직접 다 부딪혀 보는 수밖에.
많은 직장인의 허언 Top2가 아래와 같다고 한다.
1 나 퇴사할 거다
2 나 유튜브 할 거다
퇴사는 여러 번 해봤지만 유튜브는 차마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2016년 회사에서 선배가 “요새는 유튜브를 해야 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당시 다니던 회사가 인기 유튜버인 포니와 함께 뷰티 브랜드를 런칭한 곳이었기에, 이미 유튜브는 포화상태고 할 사람은 다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1년인 지금에도 유튜브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고 최근에 오픈한 유튜브인데도 많은 구독자를 가진 채널들이 늘고 있다. 수익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시도하려는 콘텐츠가 확실하다면 해볼 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영상을 찍었다. 내가 항상 답답함을 느끼고 어려운 주제 좋아하는 것 찾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시도해본 것들과 해보려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간략히 작성하고, 그걸 말하는 영상을 찍어봤다.
그런데 혼자 말하고 혼자 찍고 혼자 편집해보려니까 어색함 덩어리 그 자체였다. 그 어색한 나의 모습에도 무릅쓰고 영상 편집을 이어나갔다.
찍은 영상은 12분 정도 분량이었는데, 자막을 일일이 달고 그래픽을 얹으려니 주말 안에 끝내기는 쉽지 않았다. 평일에도 편집을 이어나가긴 했으나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이래 가지고 내가 이걸 업로드할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내용을 기획할 때부터 확신이 없었기에, 편집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는 더욱 힘들었다. 편집을 완성한다 해도 막상 유튜브에 업로드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내 스스로 확신이 있을 때까지(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다) 우선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그때 찍은 영상은 아직도 핸드폰 어딘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신사임당 이후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운영 경험 강의가 유튜브나 여러 지식 플랫폼에도 굉장히 많아졌다. 쇼핑몰에도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요즘 많이들 추천하는 쇼핑몰 창업의 골자는 싸게 구매해서 -> 마진을 남긴다이다.
난 온라인 쇼핑이 흔하지 않던 시절부터 다음에서 운영하던 d&shop(화석 시절 쇼핑몰)이나 옥션, 일반 쇼핑몰 등에서 쇼핑을 해왔었다. 학생이기 때문에 최대한 적은 금액으로 어떤 제품이 나에게 좋을지 구매하는 안목이 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쇼핑을 즐겨해 왔지만 내가 직접 판매해본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회사 다니면서도 배송대행을 다 맡기고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데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강의를 찾아봤다. 유튜브에도 많은 정보가 있어서 기본적인 시작과 정보를 얻기 쉬웠다. 하지만 정보를 보면 볼수록 너무나 시장 내 플레이어가 많다는 느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커머스 전망이 계속 성장하는 시장일 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며 오프라인 사업자들이나 나처럼 온라인 쇼핑몰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이 계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시장에서 내가 어떤 상품으로 시작을 해야 할지부터 막막했고,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고 나서도 많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1페이지에 노출되기 위해 계속적인 노력을 하기가 자신이 없던 것 같다.
알아본 사이트나 정보는 많았지만 마음으로는 접게 됐다.
계속 이것저것 찾다 보니 SNS 피드에 이모티콘 제작 강의 광고가 종종 눈에 띄었다. 이모티콘을 자주 활용하는 나이기에 내가 직접 만든 이모티콘을 사용해보고 싶기도 하고, 이모티콘으로 수익을 얻고 싶기도 했다. 더군다나 그 강의는 영상을 보면서 일정 기간 내에 이모티콘을 카카오, 라인 같은 플랫폼에 제출한 증거사진만 있으면 강의 금액까지 환불되는 강의였다.
의지박약이 자주 튀어나오는 내게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 제대로 이모티콘 만들고 환급까지 받으리라! 그래서 강의를 열심히 듣고 이모티콘 기획을 시작했다. 내가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는 별 거 아니었는데 막상 제작해보려니 정말 쉽지가 않았다. 어떤 소재로 할지, 사람을 해야 할지, 캐릭터화는 어떻게 할지부터 막막했다. 요즘 유행하는 인기 이모티콘도 분석해보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사람 캐릭터들은 꾸준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서, 만인에게 호감을 얻는 동물 캐릭터로 접근해보려 했다. 고민 끝에 자주 이용되는 토끼나 강아지 류가 아닌 ‘귀여운 얼굴로 할 말 다하는 솔직한 캐릭터. 마이웨이 가오리’로 성격과 이미지를 잡았다. 그리고 해당 성격에 어울리는 말투나 행동들을 나열해 이미지를 하나씩 만들어갔다.
만들다 보니 이 가오리 친구는 내가 자주 쓰는 이모티콘들처럼 매력적이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그리긴 했는데 내가 직접 써보고 싶지는 않은 이모티콘이랄까.. 계속 하나씩 만들어가면서도 소비자의 관점으로 봤을 때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떨어지니 제작하는 재미도 점점 떨어졌다.(미안해 가오리들아...)
그래서 강의료 환급은 받지 못한 채 아이패드 안에 가오리들이 잠자고 있다.
몸담고 있는 업종의 특성상 정말 많은 뉴스레터를 받아본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최신 트렌드라고 말하는 것들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해왔다. 그러다 NFT라는 게 몇 개월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NFT는 Non fungible Token의 약자인데, ‘디지털 정품 보증서’로 불리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말할 수 있다. NFT를 이용하면 ‘이게 진품이야’라고 가려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 중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있다. (참고 : "NFT로 누구나 작품 소장하는 시대"… 일상을 바꾸는 블록체인, 중앙일보) 셔터 스톡에 실망하고 나서부터는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을만한 NFT 디지털 아트에 눈이 갔다. 내 콘텐츠가 오리지널리티를 갖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판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한국어로 된 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정보를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면서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상화폐 근처에는 얼씬도 해보지 않은 블록체인 문외한이었다. 기본부터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NFT 관련 정보를 받아들이기에 훨씬 어려웠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그 이후 가장 잘 알려진 Opensea라는 NFT 마켓플레이스에 가입했고, Metamask도 만들었다. 하지만 작품 업로드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했다. 처음 판매할 때 내는 Gas Fee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우선 이더리움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빗썸에 가입하고 농협계좌도 만들었다. 막상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다 보니 좋은 가격에 이더리움을 사고 싶어졌다. 어느새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많은 사람들처럼 차트를 실시간으로 쳐다보고 있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서는 주식보다 당락이 훨씬 크다 보니 예측도 가지 않고, 언제 구매해야 할지 타이밍도 어려웠다. 작품 업로드하려고 Gas fee 내려다가 사지도 않은 이더리움을 보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모습에 NFT를 향한 마음도 멈추게 됐다.
무지가 불러일으킨 불안함이었던 것 같다.
몇 개월 동안 이렇게 많은 도전을 해봤다. 그런데 마무리를 제대로 짓거나 제대로 시도해서 이어 나가본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이 30이 넘도록 나는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기준이 너무 타이트해서 빠르게 포기해버리는 것일까?
주변에서는 예전에 좋아하던 패션 쪽 분야는 어떻냐고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미 패션에 대한 마음은 어릴 때와는 꽤나 달라졌고, 한 해가 지날수록 패션에 대한 소비도 줄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에 대한 의문만 더해가던 어느 날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코스프레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공부도 하면서(공부도 꽤 잘했다) 그 영역에 정말 진심이었다. 쉬는 시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을 그렸고, 때로는 학교에 코스프레 복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그들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그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질 수 있고 꾸준한 덕질을 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행복한 일이 있을까.
학교 다닐 때는 좋아하는 음악, 영화, 옷 등 뭐라도 취향이 확고했었는데 이제는 나의 취향이라고 남은 것은 없었다. 음악은 Top 100이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큐레이션 리스트로 들으며, 영화는 잘 보지도 않고, 옷은 일할 때 편한 벙벙한 옷을 가끔 산다. 라이프 스타일마저도 이제는 아무 색깔도 남지 않다니 너무 슬픈 일 아닌가. 내가 좋아하지도 사회가 좋아하지도 않는 그냥 무색무취의 사람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이런 내가 좋아하는 일과 돈 벌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내가 좋아하는 일과 돈 벌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날로 커져만 갔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모르겠다는 생각만 더해갔다. 그래도 이렇게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하나씩 도전하다 보면 뭐라도 힌트를 찾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잠이 들었다.
지난 사이드 프로젝트들까지 포함해서 내 기준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의 장단점을 남겨봤다.
<Me 노트>
-브런치
장점 : 나의 이야기로 퍼스널 브랜딩을 만들어갈 수 있고 강연&출판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단점 : 부차적인 강연&출판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즉각적인 수익을 벌기는 어렵다.
-셔터 스톡
장점 : 가진 이미지들로 업로드하면 쉽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단점 : 1) 최소 100장 넘는 이미지는 업로드해야 수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2) 꾸준한 업로드도 필요하다
-유튜브
장점 : 조건이 충족되면(재생시간, 구독자 수) 콘텐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단점 : 1)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2) 짧은 영상이라도 편집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3) 콘텐츠의 기획과 소재가 명확해야 한다.
-쇼핑몰
장점 : 물건에 따라 직접 생산 없이도 마진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단점 : 1) 경쟁자가 굉장히 많다
2) CS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이모티콘 작가
장점 : 한번 마켓에 등록되면 판매율에 따라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단점 : 구매로 이어질만한 매력적인 이모티콘 만들기가 어렵다
-NFT
장점 : 글로벌 시장에 작품을 노출할 수 있다
단점 : 1) 나는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어렵게 느껴진다
2) 초보 작가로는 NFT시장에서 돈 벌기가 쉽지 않다
3) 처음 거래를 위한 수수료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