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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즈 ciriz Oct 22. 2021

사이드 프로젝트 해볼래: 브런치, 아트워크 크리에이터

첫 사이드 프로젝트 도전과 실패

조직 생활을 하면서 대처법이나 내면에서 생기는 갈등 같은 어려움이 항상 있었는데, 이 고민들을 주변에서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그 자체인 나와는 달리 주변에서는 사소한 스트레스는 있지만 나정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민을 해결하고 싶을 때면 퇴사학교, 헤이조이스, 트레바리 등 관련 강연이나 커뮤니티에 돈 아끼지 않고 참 열심히 참여했다. 


퇴사학교는 커리어 고민으로 가장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이었다. 

SBS 스페셜 '은밀하게 과감하게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를 통해 알게 된 퇴사학교에서 퇴사학 개론이라는 수업을 시작으로 지식 자본 창업 수업까지 들었다. 지식을 활용해 선순환 생태계를 형성하고 어떻게 지식자본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글이든 그림이든 포맷을 정하고 브런치, 인스타, 페북, 블로그 등 플랫폼을 정해서 꾸준히 업로드하는 개념이었다. 강의자인 장수한 대표님은 브런치 1회 대상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브런치를 통한 본인의 퍼스널 브랜딩 경험도 들을 수 있었다. 강의를 듣고 나니 린스타트업처럼 하나라도 빨리 테스트하고 실행해봐야겠다는 의지가 굳건해졌고, 글이든 그림이든 뭐라도 도전해보긴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브런치 작가 도전

집에 돌아와 에버노트를 켰다.(요즘 노션에 버금가는 인기 생산성 서비스였던 시절) 그나마 내가 졸업 이후 생각들이나 미팅하면서 남겼던 메모들이 있는 곳이었기에 거기서 소스를 얻어보기로 했다.  


퇴사학교 수업에서 들은 자신감 하나로만 이런저런 글을 기획하고 글의 목차를 아래와 같이 짜보았다.   

1. 이번에 몇 등했니? 
2. 열심히 일하면 1등 아닌 ‘이것도 부탁할게’
3. 그는 왜 월급 루팡이 되었을까?
4. 가깝고도 먼 디자이너와 개발자
5. 평가의 굴레
6. 도울래? 싸울래? 그 안의 정치
7. 어느 워킹맘 디렉터와의 대화 
8. 학벌과 채용의 딜레마 
9. 피라미드의 1% 
10.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나는 그 간 몇 년의 회사생활을 경험하며 분노가 쌓여있었다. 나를 알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좋아하는 것도 모르는 채로 회사생활을 이어나가는 내 모습에 답답함과 화가 가득 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위와 같은 개요의 글들을 쓰리라고 마음먹었다.

1편부터 천천히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최근 회사생활까지 경쟁적인 사회에서 얼마나 앞만 보고 달렸는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약 2-3개 글을 브런치에 제출했다. 


은근 기대를 품고 '나쁘지 않게 쓴 거 같은데?'라는 생각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메일로 알 수 있었다. 

흑흑 ㅠㅠ

작가 신청에 탈락해버렸다. 처음엔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그동안 블로그나 나를 증명할 만한 레퍼런스 사이트 같은 것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글의 소재도 평범하고 흔한 직장인의 한탄 스토리(?)라 흔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내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작가 탈락 이후 나 홀로 계획한 글 순서대로 더 이어서 써봤다. 그런데 문득 제출했던 것과 같은 소재로 글을 이어가면 또 탈락 메일을 받을 것만 같았다. 이미 탈락해보았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 아닌가? 작가가 되는 법도 모르겠고 절실하지도 않아서 점점 글 쓰는 동기부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모르게 절필했다. 



아트워크 만들기 

분명 퇴사학교에서 글 말고 그림이나 말하기 등 어떤 콘텐츠 형식도 괜찮다고 얘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실행력이 먼저다’라는 생각에 1일 1개 아트워크 만들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형식이나 내용도 정하지 않고 그날그날 내가 담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서 아트워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인상 깊었던 문구를 꾸며서 올리기도 하고, 이름 모를 미상의 캐릭터들을 창조해보기도 했다. 내 마음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바깥으로 꺼내고 그걸 표현하는 일련의 작업이었다. 이 과정이 그 당시 힘들고 부정적으로 보던 내 마음에 한줄기 위로가 되었다. 

대략 이런 것들을 텍스트와 함께 업로드했었다. (c) ciriz


그렇게 하나씩 계속 업로드하자 주위 친구들에게서도 반응이 왔다. 

“요새 디자인 올리던데 뭔가 해보려고 하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진짜 나도 잘 모르겠었다. 

‘뭔가 올리긴 하는데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나는 그냥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건가?’ 모호했다. 친구가 물었던 것처럼 내가 '뭔가 해보려는 것'으로 발전하려면, 그냥 무작정 올리기보다 일종의 포맷화가 되어서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매거진이었다. <매거진 B> 같은 경우에도 브랜드라는 맥락 하에 한 호에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곤 한다. 그것처럼 매달 어떤 카테고리 안에 주제를 잡고 콘텐츠를 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컬러라는 주제 하에 각 컬러를 상징하는 브랜드나 소비재, 상징적인 문화 등을 시리즈로 내어야겠다는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매달 무언가 연속되어 나온 다는 점에서 이름을 시리즈 ciriz로 짓고 로고도 만들었다.

 

시리즈 ciriz 로고 (c) ciriz


당시 온라인 플랫폼 Medium에서는 카드 뉴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어서, 우선 그걸 이용해서 시작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한 번은 PINK라는 컬러를 잡고 핑크 컬러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장소, 영화, 이미지 등을 소개해보기로 했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뷰티 브랜드 glossier’, 거대 쇼핑 브랜드로 성장한 ‘스타일난다의 오프라인 샵’, 핑크 멘들스 박스를 가진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을 소개하거나 분석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당시 Medium에 올렸던 콘텐츠 중 일부 (c) ciriz


그런데 콘텐츠를 만들어본 경험도 없으니 콘텐츠를 다룰 방식에 무지했다. 타겟이나 목표, 전달 방식 등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SNS에 업로드하다 보니 몇 달 동안 낮은 팔로워 수에 멈춰있었고 들이는 시간은 많은데 재미는 없어지고 악순환이었다.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업무가 꾸준하지도 않고, 퇴직금은 떨어져 가는데 방법도 모르는 이런 시도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이게 과연 무엇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가끔 일이 막힐 때면 주로 직장인 지인들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생각보다 좋은 인사이트를 얻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료들이 보고 싶어 졌고, 심지어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미팅 시간들도 그리웠다. 북적북적하게 앉아 각자의 의견을 내고 아이디어들을 주고받고 보완하면서 나아갈 수 있던 시간들 말이다. 


이렇게 갈대 흔들리듯이 견고하지 못한 홀로서기라면 회사에서 나를 더 성장시키는 쪽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차츰 들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회사에서 꾸준한 월급을 받으면서 퇴근 후 시간에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어가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겠어



<Me 노트>  
- 나는 즉각적인 아웃풋이나 성취가 없으면 빠르게 좌절한다
- 나는 고정적인 수입 없이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다
- 나는 트렌드 파악과 분석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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