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나 달고 부드럽던지
북흑조라는 토종쌀로 뽑은 가래떡이다.
쌀은 하룻밤 정도 물에 불렸고 주문진에서 개인적으로 떡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시장 내의 방앗간에 맡겼다. 당릉한주미식회의 떡국모임에서 쓰기 위해서 행사 전일 오전에 가서 갓 뽑은 떡을 가져왔다. 당일 떡은 물러서 떡국 끓이기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먹기엔 너무도 황홀한 그 맛이다. 기분탓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일반쌀을 사용한 가래떡과 비교하자면 훨씬 더 달고 부드럽다. 기분만은 아닐 것 같은 차이다. 밥을 지어도 토종쌀은 분명 단맛이 더 강하다.
냉장고에서 하루를 묵혀서 적당히 굳은 쌀을 썰었다. 깡깡 굳은 정도도 아닌데 한석봉 어머니가 왜 이걸로 자식한테 유세를 했는지 알겠다. 매일 반복하자면 관절계통 이상은 보증할 것 같은 종류의 칼질, 노동이다. 사족이지만 한석봉은 글씨 잘 쓰는 것 원툴로 왕의 눈에 들어서 벼슬은 했는데 성격이 별로라서 동료들이 싫어했다지. 나중엔 탄핵까지 당했다고 하는데, 엄마가 너무 갈궈서 그랬을수도 있겠다 싶다.
이것이 이삭 팬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찍은 북흑조의 사진(우보농장 제공). 이름 그대로 검은 이삭이 웅장한 기상으로 하늘로 솟아있다. 이런 쌀이 밥을 짓거나 떡을 하면 달고 보드럽게 나온다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