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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해인사에 공양하던 부처님의 쌀 불도(佛稻)

<제공: 우보농장 이예호><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부처님의 쌀 불도(佛稻)다. 해인사가 있는 합천 지역 위주로 재배되었다고 하니 그 용도와 내력이 확실한 편이다.

까락은 황백색으로 평범하지만 성숙기가 되면서 낱알 끝부분이 붉은색으로 변해간다(마지막 사진 참조). 이 벼가 익을 때도 백색 까락과 붉은 점이 아롱거리는 장관이 펼쳐졌을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우보농장은 유기순환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불도의 키나 수확량은 대체로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2023년에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시험재배한 결과는 퍽 다르다. 간장(키)은 160센티에 달하고 주당 수수 26, 천립중 24.7g, 수당립수 236.3 등으로 우량을 넘어 괴물에 가까운 스펙이다. 아마도 비료와 농약을 충분히 준 관행농으로 재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 정도 되면 이상발육이다.


관행농법으로 토종쌀 재배를 시도한 농부들은 처음에는 다들 좋아하다가(너무 잘 자라서) 막상 수확철이 되면 비대한 벼이삭이 넘어지거나 쌀알의 형태나 맛이 이상한 결과가 나와서 실망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관행농을 위해서는 확실히 화학성분을 잘 받아들이는 육종이 필요한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현미를 받아서 가정용 도정기로 도정해 보았는데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건조과정, 쌀알의 크기 등등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결국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인 도정기 탓을 안할 수가  없다. 높은 도수로 도정하면 싸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쌀알의 형태가 비교적 잘 유지되는 3~4분도 정도 도정이다.


이렇게 하면 쌀눈도 거의 다 살아있고 향도 더 진한데 다만 흔히 먹는 밥쌀보단 현미에 훨씬 가깝다. 백미 9분도 이상(우보농장 쌀은 5~7분도 사이 정미) 쌀이 위주인 일반 소비자용 테이스팅 노트로는 좀 곤란한 점이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브런치 글 이미지 5


어쨌거나 밥은 지어야지. 물을 줄만큼 주고 압력솥에 짓는 것은 현미에 가까운 쌀인 이유도 있다. 


나온 밥은 생각보다 밥알이 길쭉하게 보이는 것이 우선 특징. 그리고 사랑스럽게도 쌀눈이 살아있다. 은은한 단맛이 피니시가 긴데 이 쌀눈이 톡톡 씹히는 것은 현미보다도 3분도미가 더 확실한 느낌이다. 나름 3분도미의 매력 발견. 하지만 그 외에 엄청난 특징이 있는 쌀은 아니다는 감상이다.


불도의 밥쌀로의 특징은 밥을 짓는 과정에서 느껴진다. 모든 쌀이 생쌀이 처음 익어갈 무렵에는 쌉쌀한 사포닌 향이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데 불도의 경우에는 그 향이 더 진하고 길다.  이런 향이 오래오래 살아있어서 불을 줄이는 타이밍을 조금 놓쳤던 것도 같다. 그런데 꼭 불전의 향냄새 같은 이 향과 불도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아닐까? 해인사 대찰에서 수백수천 명 대중을 위해서 여러 개의 무쇠솥에 밥을 동시에 지을 때 꼭 향냄새 같은 밥냄새가 경내에 진동을 했으리라. 배고픈 중에도 경건한 마음을 한 번 더 다잡는 향이 아니었을까.


<제공: 우보농장 이예호><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3분도미에 불을 줄이는 타이밍도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맛있는 밥이 나온 오늘의 밥짓기는 75점 정도를 주고싶다.


언젠가 백미로 다시 한 번 밥을 지어보고 싶다. 마침 창원의 주나미 농장에서 올해는 좀 양을 많이 해서 농사를 지을 모양이니 가을에는 은은한 향냄새가 올라오는 밥을 지을 수 있겠다.  


<제공: 우보농장 이예호><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부처님의 쌀 불도(佛稻)다. 해인사가 있는 합천 지역 위주로 재배되었다고 하니 그 용도와 내력이 확실한 편이다.

까락은 황백색으로 평범하지만 성숙기가 되면서 낱알 끝부분이 붉은색으로 변해간다(마지막 사진 참조). 이 벼가 익을 때도 백색 까락과 붉은 점이 아롱거리는 장관이 펼쳐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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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농장은 유기순환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불도의 키나 수확량은 대체로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2023년에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시험재배한 결과는 퍽 다르다. 간장(키)은 160센티에 달하고 주당 수수 26, 천립중 24.7g, 수당립수 236.3 등으로 우량을 넘어 괴물에 가까운 스펙이다. 아마도 비료와 농약을 충분히 준 관행농으로 재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 정도 되면 이상발육이다.


관행농법으로 토종쌀 재배를 시도한 농부들은 처음에는 다들 좋아하다가(너무 잘 자라서) 막상 수확철이 되면 비대한 벼이삭이 넘어지거나 쌀알의 형태나 맛이 이상한 결과가 나와서 실망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관행농을 위해서는 확실히 화학성분을 잘 받아들이는 육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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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를 받아서 가정용 도정기로 도정해 보았는데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건조과정, 쌀알의 크기 등등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결국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인 도정기 탓을 안할 수가  없다. 높은 도수로 도정하면 싸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쌀알의 형태가 비교적 잘 유지되는 3~4분도 정도 도정이다.


이렇게 하면 쌀눈도 거의 다 살아있고 향도 더 진한데 다만 흔히 먹는 밥쌀보단 현미에 훨씬 가깝다. 백미 9분도 이상(우보농장 쌀은 5~7분도 사이 정미) 쌀이 위주인 일반 소비자용 테이스팅 노트로는 좀 곤란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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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밥은 지어야지. 물을 줄만큼 주고 압력솥에 짓는 것은 현미에 가까운 쌀인 이유도 있다. 


나온 밥은 생각보다 밥알이 길쭉하게 보이는 것이 우선 특징. 그리고 사랑스럽게도 쌀눈이 살아있다. 은은한 단맛이 피니시가 긴데 이 쌀눈이 톡톡 씹히는 것은 현미보다도 3분도미가 더 확실한 느낌이다. 나름 3분도미의 매력 발견. 하지만 그 외에 엄청난 특징이 있는 쌀은 아니다는 감상이다.


불도의 밥쌀로의 특징은 밥을 짓는 과정에서 느껴진다. 모든 쌀이 생쌀이 처음 익어갈 무렵에는 쌉쌀한 사포닌 향이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데 불도의 경우에는 그 향이 더 진하고 길다.  이런 향이 오래오래 살아있어서 불을 줄이는 타이밍을 조금 놓쳤던 것도 같다. 그런데 꼭 불전의 향냄새 같은 이 향과 불도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아닐까? 해인사 대찰에서 수백수천 명 대중을 위해서 여러 개의 무쇠솥에 밥을 동시에 지을 때 꼭 향냄새 같은 밥냄새가 경내에 진동을 했으리라. 배고픈 중에도 경건한 마음을 한 번 더 다잡는 향이 아니었을까.


<제공: 우보농장 이예호><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3분도미에 불을 줄이는 타이밍도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맛있는 밥이 나온 오늘의 밥짓기는 75점 정도를 주고싶다.


언젠가 백미로 다시 한 번 밥을 지어보고 싶다. 마침 창원의 주나미 농장에서 올해는 좀 양을 많이 해서 농사를 지을 모양이니 가을에는 은은한 향냄새가 올라오는 밥을 지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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