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만든 음식, 나가사키 짬뽕
[짬뽕]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중국요리의 하나. 국수에 각종 해물이나 야채를 섞어서 볶은 것에 돼지 뼈나 소뼈, 닭 뼈를 우린 국물을 부어 만든다.'라는 뜻과 '서로 다른 것을 뒤섞음.'이라는 내용, 이렇게 두 가지가 함께 나온다. 굳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짬뽕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고 잘 알고 있기에 듣자마자 슬금슬금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는 짬뽕을 먹게 되었을까?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 국어사전의 내용이 잘 정리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곧 중국 산둥지역의 초마면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설과 일본어 '섞다'. '혼합하다'의 찬퐁(ちゃんぽん)이라는 말이 오늘의 짬뽕에 대한 기원이라는 두 가지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유래설에서 찬폰이라는 단어의 뜻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짬뽕과 색깔만 다르지 그 구성은 거의 비슷한 짬뽕이 나가사키에 있다는 사실은 짬뽕의 일본 유래설에 좀 더 마음이 가게 만든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나가사키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친근하게, 자연스럽게 말하는 단어가 바로 짬뽕이다. 나가사키는 짬뽕이라는 단어와 거의 동음이의어 수준이랄까? 암튼 나사카시를 말하면서 짬뽕 이야기를 빼놓으면 나가사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니 나가사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만큼이라 하겠다. 나가사키에게 있어서 짬뽕의 위치는 특별하다.
사실, 일본에서 찬폰(섞다. 혼합하다)이라는 단어가 예전부터 사용되기는 했어도 그 쓰임새가 많지 않았고 나가사키에서 만들어낸 찬폰이라는 음식이름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이후에는 단어 자체의 의미는 사라지고 음식 이름, 그것도 나가사키 찬폰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나가사키 찬폰(이후 나가사키 짬뽕)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그 유래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이 궁금증을 한번 풀어 가보자.
나가사키는 1500년대 중반부터 서양사람들의(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왕래가 시작되어 오늘까지 이르러 이국적인 풍경과 정서를 가졌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주는 없었던 것일까? 쉽지 않았다. 에도시대(1603년-1868년)에 펼친 쇄국정책으로 인해 나라에서 지정한 소수의 서양 선박과 사람들 이외에는 일본 땅을 밟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만은 예외였다. 쇄국정책 속에서도 교역의 통로로써 요코하마와 고베 그리고 나가사키는 중국문물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통로가 되었고, 그중 나가사키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본과 서양의 문화와 만난 중국이라는 묘한 문화적 분위기를 품고 있는 도시로 살아남았다. 특별히 일본이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근대화를 추진하던 시기에 많은 중국의 유학생들이 지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가사키를 찾았다. 곧 나가사키가 이들에게 중요한 관문이 되었고 거주지가 되어 오늘의 차이나타운까지 형성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가사키를 찾은 중국의 유학생들의 생활이란 형편없었다. 학업을 위해 일본에 왔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히 중국인들끼리 교류하며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존재했지만 생활환경이 개선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본국에서 가져온, 혹은 보내온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활을 유지하며 학업을 이어나갔다. 부족한 주머니 사정으로 학업을 병행하는 이들에게 끼니를 해결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때에 고향 후배들, 장차 중국의 리더들로 자나날 유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중화요리점 '시카이로(四海樓_1899년 창업)'의 사장 천핑순(陳平順)은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고,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을 내어주는 일에 힘썼다. 곧 주방에 있는 남은 재료들을 모두 활용하여 만든 면요리였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나가사키 짬뽕의 시초가 되었다.
나가사끼 짬뽕은 어쩌면 고기를 비롯 다양한 해산물들과 여러 채소들의 자투리들로 구성된 음식이다. 필요한 부분들은 일품요리의 재료로 쓰임을 다했고 남은 부분들은 다시는 사용될 수는 없기에 아무렇게나 버려져도 관심밖의 어떤 것으로 끝이 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품은 이의 손에서 함께 모임으로 말미암아 한 사람의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고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한 끼"로 변모한 요리라고 말하고 싶다. 그 한 끼가 이제는 나가사키의 대표적 명물이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자투리로 만든 것이 아닌 당당히 일품요리의 이름으로 100년을 훌쩍 넘겨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찾게 만들고 있다.
일평생 스스로를 자투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가끔 내가 자투리인가?라고 이해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들이 쌓여 좌절하고 원망하고 답답함에 사로잡히는 시즌을 보내기도 한다. 이때에 자투리로 남아 진짜 외면받고 버려질 것인가? 아니면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지닌 이의 손에서 다시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두 갈래의 길 위에 서 있게 된다. 이때에 "나는 충분히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지닌 이의 손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함께 섞이고 혼합되어) 얼마든지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은혜가 있음을 기억하면 어떨까? 우리 하나님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분이시고 우리는 이미 그런 은혜 속에서 살고 있음을 결코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짬뽕을 먹으며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건넸나? 제발 체하지는 마시길 바래요.
우리가 알다시피,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좋은 결과를 이룹니다. 곧 하나님이 미리 정해 두신 계획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요.
(로마서 8장 28절_새한글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