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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B Mar 18. 2024

최선을 다해 채웠노라

내려놓은 것은 무엇일까

포지타노 골목골목을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외국인 관광객 둘이 뒤따라 내려오고 있었는데 코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너 그거 알아? 한국 사람들은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8시에 퇴근한대.” “끔찍하군. 하루에 10시간을 일하는 거야?” “맞아. 근데 그것도 알아? 여행을 다니면서도 똑같이 다닌대. 일할 때보다 더 심하다더라.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다닌대.” “It’s terroble”

절벽에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다. 해적의 침입을 피해 절벽에 집을 지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눈엔 아름답기만 한 이탈리아 남부 도시 ‘포지타노’
‘돌아오라 쏘렌토로’의 배경 쏘렌토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그렇다. 반박할 수가 없다. 우린 24일의 여행기간 동안아침 7시에 일어나 밤 10시 넘어 귀가했다. 파리에서 옹플뢰르로 가거나 로마에서 포지타노로 갔던 날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바티칸 가던 날도 줄 선다고 6시에 집을 나섰다.


부지런히 계획하고 움직인 덕분에 3대 박물관(루브르, 영국박물관, 바티칸)을 모두 돌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모두 가이드 선생님을 붙여 다녔다. 최소 3시간씩(바티칸은 새벽 6시 반 집결해서 오후 2시까지 7시간을) 돌았다. 작은 수첩 3권 분량의 메모를 적었다.

루브르박물관의 시그니처 유리피라미드 아래서
이집트박물관인지 살짝 헷갈릴뻔 한 영국박물관
새벽 6시30분부터 줄 서서 들어간 바티칸 박물관. 이미 세시간 동안 줄을 선 터라 아이는 지칠대로 지쳤다

파리에선 오르세, 오랑주리를, 런던에선 내셔널갤러리와 테이트모던을, 피렌체에서 우피치갤러리를 갔다. 클래식한 종교화가 가득한 곳, 마르셸 뒤샹 같은 모던아트가 가득한 곳 등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시대의 예술에 대해 생각했다.


파리 오르세에 간다면 5층 시계를 배경으로 사진을 꼭 남길 것. 문 닫기 직전에 방문했더니 포토존이 문을 닫아 아쉽지만 카페에 있는 시계를 배경으로 찍었다
모네의 수련 연작만으로 충분한데, 엄청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파리 오랑주리
런던 내셔널갤러리, 그림도 환상이지만 굿즈샵이 더 환상

런던에선 유적지보다 콘텐츠를 즐겼다. 뮤지컬은 프로즌과 라이언킹을 봤다. 프로즌이 이렇게나 감동적인 작품이었다니, 관객석 가득 파란 드레스를 입은 공주들은 탄성을 자아내고, 이 아주미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가며 봤다.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도 데이시트(당일 잔여석 티켓)를 노렸는데 워낙 유명 작품인 탓에 빈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코리안리거인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만큼 축구도 포기할 수 없었다. 여행 두달 전부터 토트넘 훗스퍼 멤버십에 들고, 잔여석을 열심히 광클한 덕에 좋은 자리에서 선수들의 목소리, 관객석의 욕설을 라이브로 들으며 관전할 수 있었다. 심지어 ‘코리안더비’로 불리는 토트넘 vs 울버햄튼 전이었는데, 손흥민&황희찬 선수를 눈 앞에서 보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한 장 남은 7번 Son의 유니폼을 득템하고 기쁨의 사진

모든 지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렸다. 피렌체에선 일요일에 체류를 하지 않다 보니 주중 미사를 드렸다. 베네치아와 로마엔 유명한 성당이 워낙 많아서 하루에 성당 3-4곳을 들리기도 했다.


하루동안 가장 많은 관광지를 돈 곳은 로마였는데, 스페인광장, 핀초언덕, 산타 마리아 마조레성당, 콜로세오, 판테온, 천사의 성, 조국의 재단, 나보나광장, 트레비분수를 대중교통 없이, 걸어서 하루에 다 봤다. 그러니 하루 평균 2만~2.5만보를 걸을 수밖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고 역사, 예술, 지역과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운 여행이었다. 배운 내용, 느낀 것들을 기억에서 흐려지기 전에 찬찬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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