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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moiselleB Dec 23. 2015

첫눈오는 거리에 추억이 내리면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한국에 돌아온 것은 알고 있었다.
한번쯤은 봐야 겠다 생각했었고.

그게 바로 오늘이었던 것 같다.



강남역이 그와 내가 만나기 편한 중간 기점이기도 했지만
아픈 기억, 한번쯤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는 그곳을 갈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편한 장소를 고르는게 낫겠지.

그래서 결정한 곳은 다름 아닌 압구정역.


생각보다 일찍 도착. 간만에 독서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인간 왠지 또 지각하겠군.웅얼거리며

책상에 앉아 책을 뒤적뒤적거리기 시작한지 40분..



드르릉..
울리는 진동소리.



A : 도착했어. 어디야?
B : 알았어. 나갈게.



독서실 문을 생각없이 열고 나서는 데

나를 맞이하는 건 하얀 눈.



학!
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


아 왜 하필 이인간 만나는날 눈이 내리는거야..
함께 하고 싶었떤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이거 타이밍 치고는 너무 아이러닉하잖아..



투덜거리면서
건널목에서 만난 그는 여전했고.
일년전보다는 휠씬 야위고 표정은 어두운 모습이었다.



A : 어디갈까?
B : 추우니 따뜻한 정종이 좋겠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골목들..
겨우 한곳을 찾아 짐을 내려놓고, 주문을 하고,,
그제서야 마주앉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어느새 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아무렇지 않게 서로의 애인에 대해서

안부를 묻고, 조언하는 이런날이 올줄이야.
전혀 어색하지 않은 우리들도 참 신기하다 싶었다.
지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편하게 술잔이 오가고.
그렇게 이야기 보따리가 풀리면서 수다 떨기 시작했다.



A : 시간이 그새 이렇게 됬네.
B : 그러게 가자.



그새 소복히 쌓인 눈.
그위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들.
순간. 패닉의 "눈녹듯" 노래가 떠오르는 건 왤까.
참 기분 묘했다.



스무살적 기억이 혼돈된 채 문득 쳐다본 밤하늘.
그리고 흩날리는 눈발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비록 손발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 순간만은 잊지 못할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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