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울은 어떤 도시일까?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에 대해서 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필자가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을 시작했을 때 품었던 근원적인 물음이었다. ‘서울천도 600년’, ‘한성백제 2000년’ 등과 같은 역사교과서적인 수식어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삶의 공간으로서의 서울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필자는 지금도 ‘서울공화국’, ‘수도권과밀화’ 같은 서울에 붙여진 비판적인 꼬리표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다 빨아드리고 있는 이 블랙홀 도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거둘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적인 시각과 근원적인 물음이 꼭 상충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서울이 블랙홀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에 대한 탐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울의 확대발전에 대한 개념을 짚고 넘어가게 된다. 한편 서울이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은 불과 한 두 세기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공룡 도시 서울에 대한 냉정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맞는 만큼 역사 도시 서울을 탐구하는 진지한 자세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왜? 이곳은 우리가 발을 딛고 구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니까. 자신이 속해 있는 이 도시가 잘 났는지 혹은 못 났는지 그것을 알아보자는 것이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의 취지인 것이다.
각 개인이 살아가면서 층층이 쌓아올린 생각들도 지역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산들로 둘러싸인 지역에서는 ‘갯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반대로 바닷가 지역에서는 산신령을 모시는 신당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관념들은 결국 지역적인 틀 속에서 생성된 상호작용의 결과물인 것이다.
필자가 낙산의 성곽길을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접했다면 어땠을까? 그저 벽화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성곽길을 잠깐 탐방한 후 이렇게 이야기했을지 모른다.
“별 거 없네. 맛집이나 찾아서 가자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고 다니는 가이드북 정도의 인식 수준으로 낙산과 성곽길을 바라봤을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비상한 여행작가라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토박이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학창시절에 그렇게 공부를 못했던 필자가 그나마 서울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던 건 45년 동안 서울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산들이 좋아 많이 돌아다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군대생활 2년은 빼고.
필자는 이 책에서 역사적인 지식만 나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의 삶의 공간인, 이곳 서울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나갈 생각이다. 서울 촌놈인 필자가 트레킹을 통해 서울 곳곳을 탐방하고, 그곳에서 주어올린 생각들을 나름대로의 필체로 풀어낼 생각이다.
밥값을 하듯이 책값을 하고 싶다. 나름대로 열심히 쓸 생각이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 필자: 해설을 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