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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red Jul 20. 2020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마흔이면 환갑이야."



카피라이터가 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였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저런 말도 안 되는 문법은 어디서 나온 거야.


그러다 5년 차가 됐을 때 어렴풋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게 됐고 10년 차, 아니 서른이 넘어서면서 완벽하게 이해했다. 마흔은 환갑이었다.


예전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쉽지도 않고, 제대로 된  무기 없이 버티다간 아래에서 치이고 위에서 까이기 쉬웠다. 그러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직서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사람을 여럿 봤다.


그리고 이제 나도, 마흔까지 4년 남았다.


취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도 아니고 서른을 앞둔 20대의 끝자락도 아닌데, 서른여섯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좋아하고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광고고 카피라이팅이었는데, 그래서 12년을 꾸역꾸역 버텨왔는데, 덜컥 그다음은?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고 곱씹어봐도 대단한 포트폴리오 같은 건 없었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광고'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잘해서 하는 일이 되었으면 했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내 마음 같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설을 써보겠노라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 다닌 적이 있었다. 아, 나는 갈 길이 멀구나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넘쳐나는구나, 어쭙잖게 도전했다간 큰일 나겠구나라는 것만 깨달았다. 캘리그래피도 배우고 아크릴화도 배웠다. 역시 난 미적 감각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칵테일 수업을 배우면서, 친구랑 같이 그래 이제 스트레스받는 직장일랑 때려치우고 작게라도 Bar를 차리자 했지만, 업계 관계자가 보면 얼마나 건방진 소리였겠는가.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건 일단 Bar를 차릴 자본금조차 없었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아니, 언제까지 직장인으로 살게 될까?


서른 살 때 점집에서 들은 이야기론, 팔십까지 일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그 언저리 나이까지 일하려면 이대로는 안되는데, 길게 봐야 광고회사 근무는 5년~7년이 유효기간일 텐데.


다시 캘리그래피도 배우기 시작하면서 몇 년 배워서 뭐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마음만 조급하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엄청난 능력을 얻지 않는 한, 한참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럼 꾸준하게 글이라도 써야 하는데 그마저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고만 있다. 도대체 어쩔 생각인 거지?


서른여섯, 새삼스럽게 장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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