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숨어 있었던 거냐
소리 소문 없이 그 희멀건 이마를 드러낸다.
거기까지만 제발 거기까지만
고요하던 내 무의식의 바다는
밤새 꿈에서조차 갑작스런 휘몰아침을 겪고
희미한 아침을 맞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이 희멀건 녀석은 그간 나를 숙주로
미약한 틈을 노려 약한 곳을 뚫고 나와
주인 행세를 한다
이곳의 주인은 나였어
언제까지 주인 놀음을 하려는 거냐
어떻게 하면 그 희멀건 얼굴
다시 파묻히게 할 수 있는 거냐
어떻게 하면 아니 왜 또
불안이 나를 잠식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 춤을 추기로 했다
무의식의 바다 위에서
그 희멀건 녀석과
오래 걸리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