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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절에가다 Oct 30. 2024

에펠탑, 파리의 심장과도 같은

파리 1-2일 차

(몽파르니스 타워, 에펠탑 입장, 바토 무슈 탑승)

몽파르나스 타워 식당 'Le Ciel de Paris' 에서 바라보는 파리 시내

오전 일정인 루브르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점심 식사로 예약된 식당으로 우리는 이동했다. 현지 가이드는 투어 버스 이동 중에 짬짬이 프랑스의 역사 문화 등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점심 식사 장소로 예정되어 있는 식당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곳은 파리에서 현재 3번째로 높은 건물, 몽파르나스 타워입니다. 원래는 에펠탑 다음에 높은 건물이었는데, 라데팡스 퍼스트 타워라는 곳이 세워지면서 3번째로 밀려났어요. 56층 꼭대기에 파리의 하늘이라는 뜻의 'Le Ciel de Paris' 식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먹게 될 메뉴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설명해 줬다. 구운 대구를 겨자 소스에 곁들였고, 애피타이저로 훈제 연어요리, 디저트는 과일향이 가득한 샤벳이라고 했다. 메뉴에 대한 설명이 거창할 걸 보니 지금껏 갔던 식당들과 확연히 다를 것 같은 생각에 한껏 마음이 부풀었다. 그리고 높은 건물을 보기가 어려운 유럽에서, 더군다나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멀리서 조망하며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부풀었다.

 

56층까지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의 존재도 여기서는 우리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아이는 100층이 넘는 롯데월드타워에 비하면, 타워 내 고속 엘리베이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56층에 도착한 순간 만난 전경에 가장 오랫동안 넋을 잃은 건 바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 강한 이 녀석이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도, 식사를 하는 중에도, 식사를 하고 나서도 자주 창가로 가서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자연이 만든 그라데이션 색감에 하늘은 더욱 아름다웠고, 에펠탑 주변으로 형성된 초록 나무숲들이 시선을 끌었다. 도심 속 자연 그리고 파리의 심장, 에펠탑.



뭐든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움이 덜하기도 하지, 아닌가?

‘파리의 하늘’에서 고급스러운 식사 후 드디어 파리의 심장, 에펠탑을 보러 출발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아이가 가장 보고 싶어 했던 것도 에펠탑이었다. 그리고 함께 여행하고 있는 다른 분들도 모두 도심 곳곳에서 보이는 에펠탑 모습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에펠탑은 내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래전 남편과 둘이서 이곳을 여행했던 이유도 있지만, 사실 에펠탑의 아름다움에 그리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아래로 팡 퍼지는 치맛자락 같은 곡선이 아름답다가도 차가운 철제로 만들어진 모습에 온몸이 으스스하기도 했으니. 예전 파리 시민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지, 한때는 에펠탑을 철거해야 한다며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소설가 모파상은 매번 점심식사를 에펠탑 1층 안에 있는 식당에서 했다는데, 이유가 더 가관이다. 에펠탑을 볼 수 없는 장소가 바로 이곳밖에 없다고.


역시나 오래전 남편과 둘이서 여행할 당시 우리는 에펠탑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에펠탑 앞 푸른 잔디 위에 앉아 바게트 샌드위치를 열심히 뜯어먹었던 기억과 함께. 산을 타면 산꼭대기로 올라가야 하고 장소마다 가장 높은 곳에 다다라야 하는 아이를 위해 이번 여행에 특별히 에펠탑 입장이 포함되어 있어 다행스러웠다.


전망대가 있는 2층으로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도 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도 된다고 한다. 자유여행이었다면 우리는 분명 계단을 이용했을 것 같지만(아이는 엘리베이터를 탔으면서도 내려갈 때는 계단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다음 일정이 빠듯한 그리고 이미 7 천보는 걸었을 단체 관광객인 우리는 다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내 원픽

파리는 언제든 어느 곳에나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도 그것이 작품으로 변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사진 찍는 기술 없이도, 화폭에 옮길 수 있는 화려한 붓터치 하나 없이도.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나 홀로 여행족 여성분은 넋을 놓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내게 와서 턱을 앞으로 까닥이며 시그널을 줬다.


"어서 찍어요. 에펠탑 그림자"


그렇게 해서 남길 수 있었던 이 사진 한 장이 이번 여행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러데이션 하늘색과 하얀 구름색, 멀리 짙은 초록숲도 보이고 중간엔 세느강을 떠다니는 유람선도 보인다. 무엇보다 에펠탑의 윤곽선이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다. 이 그림 속 에펠탑이라면 나는 이것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세느강 유람선 '바토 무슈'를 타고서 바라본 풍경

문득 하루가 참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으로 인해 나의 하루가 길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오늘 이곳의 하루는 그런 하루를 뜻하지 않았다. 마치 하루라는 시간을 이틀 사흘로 쪼갤 정도로, 그래야만 할 정도로 오늘 이곳에서의 하루는 충만했다. 똑같은 하루일지라도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나를 얼마큼 살아있게 하고 풍족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세느강 유람선 '바토 무슈'를 타러 이동했다. 와인의 산지 중에 하나 피노누아 지역에서부터 세느강이 시작된다고 한다. 37개의 다리가 있고, 그 중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퐁네프 다리(Pont Neuf, New Bridge)는 세계 최초 양쪽 도보길이 만들어진 다리라고 한다. 그리고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그 이름, 시몬 드 보부아르 이름을 딴 '시몬 드 보부아르' 다리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이라 한다. 

진한 어둠이 드리운 세느강의 야경을 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어제까지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려 세느강 수위가 무척 높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져서인지 현지 가이드는 다급해했다. 시간이 더 지체된다면 유람선 탑승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이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예정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유람선을 탈 수 있었고, 진하게 내려앉은 밤의 파리는 보지 못했지만 해 질 녘 파리의 모습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어둠이 파리를 감싸 안기 시작하자, 에펠탑은 하나 둘 빛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여행 Tip

- 에펠탑 입장권은 온라인 오프라인 구매 모두 가능합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요.

- 에펠탑 2층에 올라가서는 에펠탑 그림자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참 인상적일 것 같습니다.

- 세느강 유람선은 미리 온라인 예약해서 탑승하시면 좋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는 아무래도 유람선 배 앞머리 바깥쪽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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