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남자의 과거 약속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샘 알트만(Sam Altman)의 표정이 굳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인터뷰어가 단순한 사실 하나를 지적했을 뿐인데 말이죠.
"OpenAI는 향후 8년간 1조 달러 이상을 AI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연 매출은 약 130억 달러입니다. 이건... 약속한 금액의 1%도 안 되는데요."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합니다.
연간 버는 돈의 100배를 8년 안에 쓰겠다는 이야기니까요. 어떻게 가능할까요?
알트만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나를 믿어라(Just trust me, bro)."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그를 믿어도 될까요?
그의 과거 기록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알트만은 AI가 충분히 발전하면 인류의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주거 위기 해결
암 치료
빈곤 퇴치
기후변화 대응
정신건강 문제 해결
모두를 위한 고품질 의료 서비스
에너지 비용의 제로화
보편적 기본소득(UBI)
대단한 약속입니다. 그 대가로 그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기, 물, 인프라, 자본, 당신의 데이터, 당신의 글, 당신의 그림...
사회의 모든 자원을 자신의 바구니에 담아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 딥페이크 범죄, 경제적 혼란 같은 부작용은 우리가 "적응"해야 할 문제라고 합니다.
과연 이 거래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의 과거 기록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알트만의 첫 번째 큰 사업은 Loopt(루프트)라는 서비스였습니다.
Loopt는 간단히 말해 "친구 위치 찾기" 앱이었습니다. 2005년에 시작했으니,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이죠. 지금의 카카오톡 위치 공유나 애플의 '나의 친구 찾기' 같은 기능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런 서비스의 핵심은 뭘까요? 사용자 수입니다. 아무리 좋은 위치 추적 기술이 있어도, 내 주변에 이 앱을 쓰는 친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니까요.
그래서 알트만은 계속 주장했습니다. "우리 사용자가 경쟁사보다 훨씬 많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절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로이터 통신이 밝혀낸 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Loopt의 실제 사용자 수: 약 500명
알트만은 이 보도에 반박했습니다. "실제로는 그것의 100배"라며,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했죠.
그 증거는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Loopt는 Green Dot이라는 금융회사에 매각됐습니다. Green Dot은 인수 직후 Loopt를 폐쇄했고, 그 기술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Green Dot 투자자들은 이 거래가 특정 투자사(Sequoia Capital)의 이익을 위한 부정거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알트만은 계약상 가능한 가장 빠른 시점에 회사를 떠났습니다. 손에는 수백만 달러를 쥔 채로. 자신이 만든 앱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됐지만요.
알트만의 능력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페이팔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킹메이커' **피터 틸(Peter Thiel)**입니다. 틸은 알트만을 "메시아 같은 인물로 대우해야 한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죠.
틸의 지원으로 알트만은 Hydrazine Capital이라는 자신만의 투자회사를 설립합니다. 동시에 그는 **Y Combinator(와이 콤비네이터, 이하 YC)**의 대표가 됩니다.
잠깐, YC가 뭐냐고요?
YC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입니다. 신생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며, 성공적인 회사로 키워내는 곳이죠.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스트라이프, 레딧 같은 회사들이 모두 YC 출신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정부 지원 창업 프로그램의 최상위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YC 대표라는 자리는 엄청난 권력입니다. 어떤 스타트업이 뜰지, 어떤 기술이 유망한지를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YC 대표는 YC가 투자한 회사에 개인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를 막기 위해서죠.
알트만도 이 원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뉴요커(The New Yorker)의 조사 결과, 알트만의 개인 투자회사 Hydrazine Capital 자금의 최대 75%가 YC 소속 회사들에 투자되어 있었습니다.
자기 입으로 "안 한다"고 해놓고, 사실은 하고 있었던 겁니다.
레딧(Reddit)을 아시나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한국의 디시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를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크다고 보면 됩니다. 뉴스, 밈, 토론, 전문 지식 공유까지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이죠.
레딧은 YC의 첫 번째 기수 출신입니다. 알트만의 Loopt와 같은 기수였죠. 알트만은 레딧의 대주주이자, 2022년까지 이사회 멤버였습니다.
2014년, 알트만은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레딧 가치의 10%를 레딧 커뮤니티에 돌려주겠다."
레딧의 콘텐츠는 사용자들이 만듭니다. 수백만 명이 무료로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토론을 벌이죠. 그 노동의 대가를 일부라도 돌려주겠다는 건 꽤 그럴듯한 약속이었습니다.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규제 문제" 때문이라는 게 공식 해명이었죠.
하지만 알트만이 레딧으로 한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2015년, 알트만은 OpenAI가 레딧에 올라온 모든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긁어갈(aggressively scrape)"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레딧 사용자 수백만 명이 수년간 쌓아온 글, 토론, 지식이 ChatGPT를 훈련시키는 데이터가 된 겁니다.
레딧 공동창업자 알렉스 오하니언은 이 거래가 "뼛속까지 잘못됐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레딧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 **애런 스워츠(Aaron Swartz)**의 이야기입니다. 스워츠는 학술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려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2013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지식을 "모두에게" 열어주려 했습니다.
알트만은 같은 데이터를 "자기 제품에" 넣었습니다.
알트만은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OpenAI 지분이 없습니다. 건강보험료 정도만 받고 일합니다.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닙니다."
기술적으로는 사실입니다. 그는 OpenAI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투자한 회사들의 목록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
레딧 (대주주)
AI 서버에 필요한 전력:
Helion (핵융합 발전소 개발)
Oklo (소형 원자로 개발)
AI 하드웨어에 필요한 자원:
희토류 채굴 회사
열전지 회사
AI 네트워킹 장비 회사
AI가 만들어낼 문제의 해결책:
딥페이크 방지 신원 인증 회사
AI 사기/해킹 보험 회사
OpenAI가 성공하면, 알트만이 투자한 모든 회사가 돈을 법니다. OpenAI가 문제를 일으켜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에서 돈을 법니다.
이건 마치 배트맨이 "범죄와 싸우는 건 무료로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다음 사업들을 운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배트모빌에 집이 부서진 사람을 위한 보험 회사
조커에게 하얀 분장을 파는 화장품 회사
악당들이 쓰는 우버 같은 차량 서비스
"지분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전체 그림을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OpenAI의 투자 구조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30억 달러를 투자 → OpenAI는 그 돈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
엔비디아가 수년간 1000억 달러 투자 약속 → OpenAI는 엔비디아 GPU 칩을 구매
AMD, 오라클, 카타르 정부도 비슷한 구조
투자한 돈이 결국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미국 시트콤 '심슨 가족'에 나오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네가 나한테 20달러 빚졌잖아." "10달러밖에 없어. 여기 10달러, 나머지 10달러는 빚으로." "야, 너 나한테 20달러 빚졌어." "여기 10달러, 10달러는 빚으로." "너도 나한테 20달러..." (반복) "좋아, 이제 우리 다 청산됐네!"
웃기지만, 2025년 미국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이 이 "AI 투자"에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무언가를 생산해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돈을 돌려가며 "성장"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OpenAI의 CFO(최고재무책임자)가 한 인터뷰에서 더듬거리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은행, 사모펀드, 어쩌면... 정부적인...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방식들... 연방 보조금이라든가... 그러니까... 우선, 그 보증, 금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보증 말입니다..."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정부가 (즉, 세금이) 우리를 구해줄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리로 은행들을 세금으로 구제한 것처럼, AI 산업도 같은 길을 가려는 겁니다.
이익은 알트만과 투자자들이 가져가고, 손실은 사회 전체가 떠안는 구조. 이게 바로 알트만이 제안하는 "거래"의 실체입니다.
알트만의 또 다른 프로젝트 **월드코인(Worldcoin)**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월드코인의 제안은 이렇습니다:
당신의 홍채(눈)를 우리 기계(Orb)로 스캔하세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신원이 등록됩니다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으면, 이 시스템으로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알트만의 설명: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면, 어떤 정부의 통제도 받지 않는 글로벌 화폐가 있다는 것은 기술 발전의 논리적이고 중요한 단계입니다."
다시 말해: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다 (내가 만든 AI로)
그러면 새 화폐 시스템이 필요하다 (내가 만든 화폐로)
그 시스템에 들어오려면 신원 인증이 필요하다 (내가 만든 인증으로)
그리고 Loopt, 레딧처럼, 이 시스템도 모든 사람이 가입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화폐와 신원 시스템은 다른 사람들이 안 쓰면 쓸모가 없으니까요.
패턴이 보이시나요?
알트만은 항상 "모든 사람의 참여"를 요구하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약속들이 지켜진 적이 있던가요?
OpenAI는 2015년, "인류의 이익을 위한" 비영리 재단으로 출발했습니다. 정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죠:
"인류에 대한 주요 수탁 의무"
"인류에게 해를 끼치거나 권력을 부당하게 집중시키는 AI 사용 회피"
"직원과 이해관계자 간의 이해 충돌 최소화"
그 약속의 증거는? "나를 믿어라."
2019년, OpenAI는 영리 부문을 만들었습니다. 2024년에는 그 영리 부문을 완전히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습니다. 이제 비영리 재단의 법적 책임은 영리 법인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처음에 투자한 사람들—피터 틸, 일론 머스크, 리드 호프만, 아마존, 인포시스—은 "인류를 위해" 투자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들은 일반 주주로서 이익을 추구합니다.
정리해봅시다.
알트만의 약속들:
Loopt 사용자 수 공개 → 불이행
YC 회사에 개인 투자 안 함 → 거짓
레딧 가치 10% 커뮤니티 환원 → 불이행
OpenAI 비영리 원칙 유지 → 포기
알트만이 요구하는 것들:
전 세계의 전력과 물
모든 사람의 데이터와 콘텐츠
모든 사람의 신원 정보 (Worldcoin)
실패 시 정부(세금) 보증
알트만이 약속하는 것들:
암 치료
기후변화 해결
빈곤 퇴치
무료 에너지
기본소득
과거에 작은 약속도 지키지 않은 사람이, 이번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약속을 지킬까요?
그는 여전히 같은 말을 합니다.
"나를 믿어라(Just trust me, bro)."
이 글은 AI 기술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닙니다. AI는 분명 유용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겁니다.
문제는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이 기술을 개발하고 통제하느냐입니다.
알트만은 우리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바구니에 담으면,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고. 하지만 그의 과거를 보면, 그 바구니에 담긴 계란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더 불편한 질문은 이겁니다: 우리에게 정말 선택권이 있는가?
2025년 미국 경제의 성장 중 상당 부분이 이미 AI 투자에서 나왔습니다. 정부는 이미 보증을 약속했습니다. 우리의 글과 데이터는 이미 학습되었습니다.
어쩌면 거래는 이미 끝났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동의하기도 전에.
이 글은 미국 비영리 언론 More Perfect Union의 영상 "What Sam Altman Doesn't Want You To Know"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More Perfect Union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전 캠프 매니저가 설립한 진보 성향 미디어로, 노동자 권익과 기업 책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