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괜히 마음껏 시들었어
실은 꿋꿋한 벌레 한 마리를 숨기고 있었어
우리는 서로의 온기가 되어주려고
스스로 서로의 이유가 되어주었어
명랑한 열매처럼 활짝 피워냈어
살아낼 온도를 살아날 이유를
자연스럽고도 화려한 용기였어
나는 마음껏 시들었어 대신
벌레 한 마리를 피워내고 있었어
나는 나의 온기를 잃었고 피어날 이유를 버렸어
괜히 마음껏 피어났어
나는 화려하게 시들고 난 뒤 벌레처럼 버려진 씨앗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활짝 핀 꽃이지만, 사실은 꽃이 활짝 피어나는 과정을 좋아한다. 그들은 뿌리를 아래로 내려 영양분과 수분을 섭취하기도 하지만 위로는 광합성을 통해 초록이 되고 고유의 색을 만들고 몸을 피워낸다. 벌레를 징그럽게도 싫어하는 내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씨 하나가 땅과 하늘에 의지에 꿋꿋이 자라나는 것도 물론 신기하지만, 열매를 맺기 위해 또는 온전히 예쁘기 위해 꽃으로 피어나는 걸 보면 괜히 나도 힘을 내게 된다. 활짝 핀 꽃이 시드는 게 싫거나 시들어 버리는 게 싫어서 생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활짝 피어났을 때 내게로 와 내 눈앞에서 시들어 가는 게 더 좋다. 자리 잡은 곳에서 피어나고 시간과 환경에 따라 시들어 버리는 게 꽃의 최선으로 느껴진다. 꽃은 아름다움을 다한 뒤 저 스스로를 말려 바스러진다.
어떻게 보면 피어나는 것도 시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용기다. 자신을 모두 내보이고 난 뒤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를 버릴 수 있는 용기. 다시 피어나면 되니까. 이런 쿨함이 느껴진달까. 꽃아, 너는 너를 마음껏 드러내고 시드는구나. 난 그렇게 못해. 부럽다.
사람은 꽃처럼 용감하게 살지 못한다. 대부분 웃는 얼굴 뒤에 발톱을 숨기고 있거나 어두운 얼굴로 자신의 기쁨을 숨기기도 한다. 알고 보면 부드럽고 따듯한 손바닥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따스함이나 명랑함이 부끄러워서인지 쉽사리 내어주지 않는 그 온도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서로를 향해 용기 내야 한다. 화려한 꽃들이 많은 계절에는 나도 내가 숨기고 있는 것들은 마음껏 드러내 보고 싶어 진다. 꽃을 자꾸 보면서 언제든 제 뜻대로 시들고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하는 꽃들에서 용기를 얻어야지.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에세이 속 단어 조각을 모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