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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4. 2024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열리던 날

2024년 파리올림픽이 개막되었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에 반가운 메달 소식이 이어진다. 펜싱에 이어 수영 그리고 양궁까지 벌써 메달이 21개다. 양궁은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진 건지 지난밤은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며 봐야 했다.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보는 것이 축구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가 예선 탈락하는 바람에 우리 선수들의 축구 경기를 볼 수 없게 되어 아쉽기 짝이 없다.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열리던 때가 생각난다. 벌써 2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은 물론이요, 광장이란 광장을 붉게 물들이며 함성을 지르던 사람들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사춘기 때 살짝 느꼈던 짝사랑 이후 그렇게 가슴이 뛰어본 적이 있을까?  

   

2002년에는  빵가게를 하고 있어 열리는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직원들도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빵을 대충 만들어 놓고는 빨리 퇴근해 버리는 바람에 가게를 지키는 것은 나였다.   가게에는 TV도 없어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지만 직접 보지 않아도 승패는 대충 알 수 있었다. 뭔가 마구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큰 함성이 들려오면 우리나라 선수가 골을 넣었다는 이야기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가슴이 뿌듯해졌다. 하지만 땅이 꺼져버릴 것 같은 긴 한숨 소리나 비명이 들릴 때는 발을 동동거려야 했다.

“에고 또 어떤 실수를 한 거야?”     


경기가 끝나면 어린 꼬마 녀석들은 빨간 보자기나 손수건을 흔들며 아파트 광장 앞을 뛰어다녔다. 묻지도 않았는데 가게 문을 열어젖히며

“아줌마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이겼어요. 그것도 2 대 빵이에요”

혼자 가게에 있는 나를 잊은 채 집에서 TV만 보고 있는 우리 가족보다 훨씬 나았다.    

 

“아줌마 네는 큰 TV 없어요? 가게 앞에 모여 같이 응원하면 좋을 텐데”

가게 앞 공터가 꽤 넓어서 인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아줌마 치킨 집에서는 8강에 오른 기념으로 50% 세일한다는데 빵집은 뭐 없나요?”

나도 반액세일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한 시라도 빨리 숙소에 돌아가 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차마 부탁할 수가 없었다.


박지성이 그림과 같은 골을 넣으며 포르투갈까지 꺾고 조 1 위로 16강에 진출했을 때, 그는 8강 4강도 문제없다고 큰 소리를 쳤다. 솔직히 설마 했는데 정말로 4강까지 올랐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유상철’,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주던 ‘이운재’, 골이 들어갈 때마다 한 발짝 걸어 나오며 한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드는 히딩크 감독의 모습은 아무리 돌려봐도 질리지 않는다.  당시 히딩크의 인기는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 못지않았다.  

   

골을 넣고는 빨간 유니폼 채로 푸른 잔디에 벌러덩 눕던 선수들의 모습이며, 이탈리아전에서 설기현의 동점골도 잊을 수가 없는데 연장전에서 ‘안정환’이 역전골을 넣으며 손에 낀 반지에 입을 맞추며 긴 머리카락 휘날리며 뛰던 모습 보며 눈물을 흘렸었다.     


뛰는 축구 선수들 못지않게 활약한 사람들은 바로 거리 응원단인 붉은 악마였다.

“짝짝 짜자자 짝 짝 대 한 민 국”

상암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경기에서 발락이 골을 넣어 1;0으로 질 때도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잘 싸워 온 선수들에게 ‘대한민국’을 외치며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쳐 주었다. 아마 독일 선수들은 우리의 응원에 기가 죽어 공을 더 넣을 수 없지 않았을까?   

  

지인의 프랑스 친구는 우리가 경기를 볼 때 그토록 흥분하는 모습을 의아해하며

“멋진 경기를 보면 되지 누가 이기면 어때요? 한국인들 정말 이탈리아 사람   같다니까!”

그들 눈에는 시청 앞 광장이나 경기장에 모여 응원하는 붉은 악마들의 모습이 진짜 악마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실시간으로 뛰어나와 경기 상황을 알려주던 꼬마 녀석들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파리 올림픽을 보고 있겠다. 지금까지 한 길만 달려온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에서도 활짝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경기 중에 “나는 할 수 있어”하며 자기 암시를 하던 선수나 경기가 끝나고 두 손을 모으며 울던 선수를  볼 때  그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만이 아니라 늘 전 국민이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또 무슨 경기가 열리지?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들딸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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