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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29. 2024

빵집 너머 일어나는 사건들

고막이 터질 듯한 요란한 소리에 나는 그만 얼음이 되었다. 한 걸음에 달려온 주위 사람들이 괜찮냐고 어깨를 흔드는 통에 간신히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앞에는 빨간 소화기가 산산조각이 나 있다.

“도대체 어디에서 날아온 거지?” 

아파트 꼭대기까지 아무리 둘러봐도 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꼿꼿이 힘을 주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바로 옆 부동산에 ‘상중’이라는 종이쪽지가 붙었다.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사연을 들어 보니 최근 아파트로 이사 온 시동생이 옥상에서 날아온 소화기를 맞고 죽었단다.  

“그날 내게로 날아왔던 바로 그 소화기?”

순간 소름이 끼쳤다.    

 

알고 보니 그즈음 소화기 투척 사건이 계속 일어났는데 바로 인근 중학생들의  장난이었다. 학생들은 아파트 벽에 붙어있는 소화기를 떼어내 옥상까지 가져가서는 사람 맞히기 놀이를 했단다. 철부지들의 행동 때문에 앞날이 창창했던 남자가 죽었고  가족은 갑자기 가장을 잃고 말았다. 그제야 옥상 문에 열쇠를 채웠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었다.    

 

한동안 학생들의 처벌에 대해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고 그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는 잘 모른다. 단지 철없는 아이들의 일탈일 뿐이라며 학부모들은 고개를 숙이며 선처를 바랐다. 학생들을 교도소에 보낸 들 죽은 사람이 살아오지는 않겠지만 사람이 죽었지 않은가? 또 꿈을 안고 이사 온 가족들은 목동아파트가 얼마나 지옥처럼 느껴졌을까?     


사춘기 아이들의 반항적인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곳은 학교 바로 앞의  편의점이다. 용돈이 부족하지도 않은 아이들은 재미로 물건을 훔쳐갔다. 편의점 사장은 내내 애를 먹다가 CCTV를 복사해 학교에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엉뚱하게 푸는 아이들 때문에 학교 주변 사람들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밤중 어두운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뽀뽀를 하며 부둥켜안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나 보란 듯이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학생도 있다. 남의 자식을 혼내지도 못하고 그저 혀를 차고 지날 수밖에 없었다     


빵가게가 아파트 중심 도로에 있다 보니 사흘이 멀다 하고 경찰차가 출동하는 것을  본다. 건널목에서 일어나는 접촉사고부터 술에 만취한 사람들의 난동까지 다양하게  사건이 터졌다. 경찰들이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출동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까지 했다.   

  

바로 앞 동에 사는 아저씨는 평상시 빵을 사러 올 때는 수줍어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데 술만 마시면 바로 폭군으로 변했다. 늦은 밤 택시를 타고 와서는 택시 기사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투지를 않나, 한밤중에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술주정을 하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남편 때문에 늘 발만 동동 구르던 여자는 주변 사람들 성화 때문이었는지 어느 날 이사를 가버리고 말았다.     


또 다른 술주정뱅이는 우리 가게에까지 와서 행패를 부렸다. 와이프가 어린이집 원장 이라는데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대낮에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하루는 한밤중에 거나하게 술에 취해 와서는 전화번호를 대며 적립금을 돈으로 달라며 생떼를 부렸다. 

“손님, 마일리지는 빵을 살 때 쓰는 거지 돈으로 드리는 게 아녜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고 나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점점 난폭해지는 그를 감당하기 어려워 급히 우리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큰딸의 신고로 경찰이 오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때 저 멀리에서 그의 와이프는 말뚝처럼 서서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가 우리 가게 옆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나는 몸서리를 쳤지만 그는 도리어 히죽히죽 웃으며 지나갔다. 며칠 뒤 가게 문을 닫고 들어가려는데 건너편 치킨 집에 아무렇지도 않게 노상방뇨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자세히 보니 바로 그다. 

“혹시 우리 가게에도?” 

    

하루는 사복 경찰들 몇몇이 와서는

“CCTV가 있네. 어제 것 복사 좀 해 갈 수 있을까요?”

“저 실은 작동 방법을 몰라요”

이런저런 이유로 CCTV가 필요해 남편의 지인이 설치를 해주고 설명까지 들었지만 워낙 기계치인 나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몰랐다. 우리 가게에 들렀던 사람은 무슨 죄를 지었을까? 

    

늦은 밤 조용히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한국말과 영어를 어눌하게 쓰는 외국인이 왔다. 대충 들어보니 돈을 바꿀 수 있냐는 것이다. 어줍지 않게 친절을 베푼답시고 만 원, 오천 원, 천 원짜리 지폐까지 죄다 내놓으며 보여주었지만 외국인은 고개를 흔들며 돌아갔다. 아마도 외화환전을 원했던 것 같다.    

  

늘 마감 전에 대충 현금은 세어두었는데 마감시간에 다시 돈을 세어보니 온 손님도 없었는데 이삼십만 원이 비어 있었다. 외국인에게 돈을 보여주고 말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인데 어떻게 돈이 사라진 거지? 눈뜨고 코를 베어 간다더니!     


시식 빵도 먹으며 느긋하게 빵을 고르던 여자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쟁반을 요란하게 집어던지고 뛰어 나갔다.

“해피야! 해피야 아!”

문 앞에 얌전히 기다리던 강아지는 어느 틈엔가 횡단보도까지 달려가 차사고가 났고 그녀는 다친 강아지를 안고 울부짖으며 방방 뛰고 있었다.  

   

출입구와 매장의 높이가 달랐던 가게의 구조 때문에 발아래를 보지 않고 대뜸 가게로 들어오던 손님은 다리를 다치기도 하고, 가게 밖에서 무거운 유리 출입문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유리문에 발가락이 끼어 다치는 바람에 아이를 안고 병원까지 달려가기도 했다. 이렇듯 사소한 사건부터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사람까지 정말 별별 일이 다 있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게 일어났던 일이다. 그날 한 걸음만 빨리 걸었더라면 나는 이미 저 세상에 가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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