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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13. 2024

방송에서 보듯 빵집이 달콤하기만 할까?

“아줌마 팥빵 없어요?” 

“이상하네! 오늘 왜 이렇게 팥빵만 찾으시죠?” 

TV 드라마에서 팥빵을 아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왔단다. 하긴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방송의 힘은 대단하다.   

  

한 번은 방송국에서 나왔다며 내게 갑자기 마이크를 들이댔다. 

“동네 빵집이 없어지고 프랜차이즈 빵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까이에 프랜차이즈 빵집도 없거니와 우리 빵에 대해 남다른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던 나는 별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기자들은 자기네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요즘 빵집 운영하기 힘드시죠?”

물론 어렵다고 했다. 어느 방송국에서 나왔는지 언제 어느 프로그램에 방영될  것인지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다음날 인가? 갑자기 지인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정오 뉴스에 나오고 있다는데 인터뷰했던 내용과 달리 프랜차이즈 빵집이 늘어 자영 제과점이 어렵게 되었다는 기사다. 나는 힘들게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무 걱정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던 내 말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경영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빵 값에 비해 비싼 재료비와 임대료 그리고 인건비 때문이지 프랜차이즈 빵집 때문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악마의 편집 때문에 너무나 기분이 나빴다.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 빵집이다. 그중에서 ‘제빵왕 김탁구’는 빵의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다. 드라마 덕분에 어느 정도 빵 매상도 올랐고 빵 장사를 하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보통 다른 드라마에서는 그저 빵을 진열해 놓고 파는 장면만 나오는 데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하얀 제빵사 옷을 입은 배우가 직접 빵을 반죽하고 오븐에서 굽는 장면까지 생생하게 나왔다. 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시청률이 50%까지 오르자 덩달아 빵도 잘 팔렸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성공하기까지를 복잡한 가정사 위주로 그렸지만 제빵사들의 삶은 그렇게 녹녹지만은 않다.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와 빵 기술 하나 배우려고 박봉도 힘든 시간도 참아낸다. 자기 빵집을 열겠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제빵사가 된 사람도 있지만 직원 중 한 사람은 고향에서 빵집이 잘 되는 것을 보고 부모님께서 대학까지 졸업한 아들에게 빵을 배우라고 강요해서 오기도 했다.     

 

예전에 빵을 배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빵집 위 다락방 같은 곳에서 잤다고 하니 먹는 것은 오죽했으랴? 우리 가게에서 일하던 직원 중 독립해서 빵집을 낸 사람도 몇 명 있다. 얼마 후 궁금해서 다시 찾아가 봤을 때는 이미 다른 가게가 되어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빵을 만들고 있을까? 나이 들면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자기 빵집을 낸다 해도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빵집은 새벽부터 나가 밤늦게야 문을 닫아야 하는 데다 휴일도 없다. 천하장사인들 버텨낼 수 있을까?  남의 제과점에서 월급 받으며 휴일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것이 도리어 나아 보인다. 

    

최근에 만났던 직원은 SNS에 자기가 만든 빵을 올리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흔해빠진 팥빵 소보로빵이 아닌 치아바타 등 새로운 빵을 만드는 작은 빵집이었다. 아파트 단지 상가였는데 TV에도 나오며 유명세를 타자 상가주인은 갑자기 월세를 대폭 올렸고 그녀는 잘 나가던 빵집을 닫아야 했다.     

그녀는 다시 용기를 내어 시내에 더 근사한 빵집을 열었으나 인건비를 아끼려고  새벽 3시부터 밤늦게까지 홀로 빵을 만들다 보니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포기해야 했다. 빨리 건강도 회복하고 그 꿈도 버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요즘은 빵집의 형태도 바뀌었다. 예전처럼 많은 빵 과자를 만드는 동네빵집은 하나둘 없어지고 대신 프랜차이즈 빵집뿐이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대부분 본사에서 제품을 가져오고 생크림 케이크나 샌드위치 튀김 정도만 지점에서 만든다. 구하기 힘든 제빵사까지 본사에서 관리해 주니 빵집 운영하기는 편하지만 겨우 돈이 모일만 하면 리모델링해야 한다. 요즘은 빵집에서 커피까지 팔다 보니 본사에서 무리하게 규모 증축까지 요구하니 그 부담은 온전히 점주 몫이다.    

 

동네빵집이 없어져 일자리를 잃은 제빵사들은 본인들이 팥빵이나 식빵과 같은 단일 제품만을 파는 소규모 빵집을 열거나 비교적 임대료가 싼 지하철 매장으로 옮겨 운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빵에 커피까지 곁들인 대규모 빵공장도 유행하고 있다. 그 규모와 빵 맛에 놀라고 빵 값에 다시 입이 벌어지고 만다. 

   

내가 10 년 넘게 빵장사를 하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나 빵집을 열었다. 겉에서 보기에 돈도 많이 버는 것 같고 멋있게 보였나 보다. 그 사람들은 내가 휴일도 명절도 없이 일한 것을 알기나 했을까? 멀리서 보면 따뜻하고 정겨워 보이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빵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은 귀여운 아기가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듯 자기가 만든 빵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졌을 때 가장 뿌듯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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