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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좋은 강변 숲길 여행,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충북 영동군 양산면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by 김종성
SE-5c3716be-ace5-4d06-a98a-aa2a63a714ee.jpg 금강 상류 경승지를 만나는,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 이하 ⓒ김종성

한국의 큰 강 가운데 ‘비단 금(錦)’자를 쓰는 금강은 이름만큼 유려하고 경치가 좋은 곳이 많은 강이다. 충청북도 영동군을 지나는 금강 상류지역의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수려한 강변 경치에다 운치 있는 옛 경승지까지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양산팔경(陽山八景)은 영국사,강선대,비봉산,봉황대,함벽정,여의정,자풍서당,용암으로 이뤄진 8개의 경승지를 말한다. 이 가운데 1경 영국사와 7경 자풍서당을 제외한 6개의 절경을 이 둘레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충북 영동군 송호관광지에서 출발해 여의정~봉곡교~강선대~함벽정~봉황대~수두교~금강수변공원~송호관광지로 돌아오는 총 6km의 자연 강변길이다. 금강과 울창한 나무숲이 어우러진 양산팔경의 빼어난 경치를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다.


* 주요 여행길 : 송호 관광지 - 여의정 - 봉곡교 - 강선대 - 함벽정 - 봉황대 - 수두교 - 금강수변공원 - 송호 관광지 (약 6km)

SE-c81b31da-1765-48ab-a60e-a203d36dd942.jpg 소나무 숲 울창한 송호 관광지

수백그루 솔숲 울창한 송호 관광지


송호관광지에 가는 대중교통편은 다음과 같다. 경부선 영동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송호 관광지' 정류장에 가는 농어촌 버스(121번, 122번, 129번)를 타면 된다. 버스 출발 시간은 오전 6시 20분, 9시, 10시 10분, 낮 12시, 오후 1시 50분, 3시 10분, 4시, 6시에 출발한다. 소요시간은 약 40분 걸린다. 자가용 이용자는 송호 관광지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송호관광지는 충북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 일대에 자리한 자연 휴양지다. 금강 상류의 맑은 물과 소나무 숲이 우거진 28만 4,000㎡ 규모(86,000평)에 캠핑장, 야외 물놀이장, 파크골프장, 카누·카약 체험을 할 수 있어 남녀노소 많은 관광객이 찾는 영동의 힐링 명소다.

SE-11894481-8c1b-4c16-b984-4027abc22230.jpg 송호 관광지 강변
SE-638ee76b-f0cc-40dc-a48b-abddaac46b45.jpg 양산팔경 중 6경 여의정

양산팔경 가운데 6경 여의정과 8경 용암이 송호관광지 안에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진 강가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여의정은 조선 시대 때 문신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해 만취당이라는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주변 솔숲과 금강 물줄기가 흐드러지게 펼쳐진다.


여의정 곁에 자리한 불상과 석탑이 옛 정자의 정취를 깊게 해준다. 선생은 이곳에서 후학들에게 예절과 풍속 및 정치와 역사를 강학하며 말년을 보냈다. 그는 손수 해주산 해송 종자를 뿌리고 소나무 밭을 만들었는데, 현재의 송호관광지의 울울창창한 솔숲을 이루게 된다.

사진6.jpg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양산팔경 최고의 전망 공간, 강선대


송호관광지에서 나와 봉곡교라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다시 숲이 시작되며 강선대를 만난다. 구름다리를 건너 노송이 호위하듯 두르고 있는 육각형의 정자가 있는 강선대에 서니 소나무 사이로 금강과 양산팔경의 8경인 강물 위 바윗돌 ‘용암’이 내려다보인다.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는 강선대(降仙臺)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목욕하는 선녀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강물 위에 소나무 우거진 석대가 솟아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선녀가 구름 타고 내려와 그 옆 강에서 목욕했다.


용이 이를 훔쳐보다가 가까이 다가가자 놀란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고 용은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 생각하고 바라보니 용암의 모습이 금강가에 솟은 절벽 위에 있는 강선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SE-f85e9350-f700-4e2b-bc40-4eb0a1242d2e.jpg 전망 좋은 경승지, 강선대

비단 금(錦)자가 들어가는 유려한 금강 상류 풍경이 잘 보이는 곳이다. 오리와 민물가마우지가 뛰놀고 날아다니며 강의 고요를 깨운다. 거친 물줄기 소리가 상쾌하게 들리는 여울도 발달되어 있다. 강선대에 있는 2곳의 전망 정자 안에는 옛 조상들의 시문들이 현판처럼 걸려있어 더욱 운치 있다.


강, 바위, 소나무, 정자가 더없이 어울려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축물을 지을 때 최대한 자연환경을 거스르거나 해치지 않고, 조화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던 조상들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곳이다.

SE-0cc41d24-ea0a-45bc-9a21-a4d8a6ba42a3.jpg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강바람 불어오는 청정 강변 숲길


강선대를 지나 잠시 가파른 나무 계단에 올라서면 아늑한 숲길이 시작된다. 숲에 안긴 이름 없는 정자 하나가 편안하게 쉬어가라 손짓한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대부분 평지와 완만한 오르막길로 부담이 없으며 길 중간에 쉼터 정자가 많아 여유롭게 쉬어가기 좋다.


강변 숲길은 적당한 경사의 흙길, 나무 데크 길이 꼬불꼬불 이어져 지루하지 않고 정답다. 자박자박 혼자 사색하며 걷기에도,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기에도 더없이 좋은 길이다. 학교나 산악회에서 온 단체여행객들도 줄을 지어서 지나간다.

SE-0e481e90-373f-4071-ab9a-3a89062ea5a1.jpg 걷기 좋은 강변 숲길

둘레길가에 사는 소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등이 치렁치렁한 그늘로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이맘 때 숲길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나무는 단연 뽕나무다. 오돌토돌한 까만색 뽕나무 열매 오디를 따서 달게 먹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재미로 몇 개 먹는 게 아니라 아예 나무줄기를 당기면서 밤나무에서 밤을 털 듯 오디를 따는 사람들이 보였다. 열매를 너무 많이 따시면 숲속에 사는 동물들이 먹을 게 없어 굶게 된다고, 용기를 내어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한 아저씨가 무안하거나 화난 표정이 아니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네··· 고맙습니다!”

SE-77f3a224-8d1b-4718-8b7b-7ed5872f0006.jpg 둘레길에서 보이는 송호금강 물빛다리

양산팔경 둘레길의 랜드마크 ‘송호금강 물빛다리’


둘레길의 중간 정도에 닿으면 황금색의 ‘송호금강 물빛다리’가 눈에 들어 온다. 길이 288m 규모의 보행용 현수교다. 다리 건너에 송호 관광지와 금강수변공원이 기다리고 있다. 40m나 되는 이 다리의 높다란 주탑은 영동의 전통악기인 '해금'을 형상화해 흥미롭다.


양산팔경 둘레길의 랜드마크로 특히 금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요소다. 보행로 바닥에는 3중 투명 유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강물을 내려다보며 걸어보게 된다. 양산둘레길 8경에 추가하여 9경으로 넣어도 될 만하다.

SE-27c693f8-87a6-44d1-9a66-ad3164fab8c7.jpg 영동지역에서는 양강(楊江)으로 불리는 금강

금강은 전북 장수군 수분리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충청도와 전북을 적시며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에 이르러 서해로 흘러들어 간다. 발원지에서 강 하구까지 천 리(400km)를 흐르다보니 지역마다 다른 강 이름을 가지고 있다.


상류인 금산지역에서는 적벽강(赤壁江), 영동지역에서는 양강(楊江), 공주에 이르러서는 웅진강, 부여에서는 백마강(白馬江)이라 부른다.


둘레길 안내판에 의하면, 양강(楊江)이 관통하는 양산면은 벌판이 넓고 비옥한데다 수려한 강변 절경으로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도 그의 저서 <택리지(擇里志)>에서 경북 안동(安東)의 하회(河回)와 함께 살기 좋은 마을로 손꼽았다고 한다.

SE-737ffd4c-7f3c-4e10-9da3-521462de4298.jpg 물가에 사는 버드나무가 이어진 둘레길

정자에서 쉬어가며 호젓한 둘레길 걷기


양산팔경 둘레길 중 비봉산(飛鳳山)이 금강에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이 담긴 곳이 제3경이다. 이곳 안내판에도 비봉산이 담겨있는 흐드러진 물줄기를 ‘양강(楊江)’이라고 부른단다. 한자어 버들 양(楊)자 버드나무를 뜻한다. 아마도 둘레길 강변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서지 싶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중 제5경 함벽정은 단잠에 빠지고 싶은 곳이다. 강변 숲 속에 수줍게 숨어 있는 옛 정자 함벽정 마루에 앉아 쉬어갔다. 굵다란 참나무들 사이로 강물과 먼 산줄기가 눈 시원한 풍경화를 그려낸다. 함벽정의 ‘함벽'은 ‘물의 푸르름을 머금고 있다’는 뜻이다.

SE-a3f4da8b-bc8c-4e54-8c0e-07d8eb0dfa97.jpg 그림 같은 다리 수두교

정자 내부에는 1칸의 방이 꾸며져 있다. 대개 정자에 설치된 방은 빗줄기 들이치는 우중충한 날씨나 추운 겨울날에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함벽정에서 바라보는 비봉산(飛鳳山) 노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이곳에서 보이고 들리는 경치를 ‘함벽정 팔경’이라 하여 따로 즐겼을 정도로 풍치가 탁월했다고 한다.


여름 장마 때는 수량이 많아지면서 잠수교가 되는 수두교를 건너 금강수변공원으로 향했다. 수두교 부근엔 동네 주민들이 바지를 걷고 들어가 강물에 머리를 대고 다슬기 잡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금강 상류 충북 영동군은 다슬기의 고장으로 이곳 사람들은 다슬기를 '올뱅이'라고 부른다.


넓은 평야 같은 금강 위에 놓인 농로다리 수두교는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떠오르게 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여러 영화에 나올만했다. 다슬기 잡던 동네 아저씨가 뽑는 수두교 최고의 장면은, 저녁녘 노을을 뒤로 하고 수두교에서 자전거 타고 가는 마을 주민들 모습이란다.

SE-f231245b-91e4-40c3-b1c7-a9eb1a2ad682.jpg 맑은 강물 상류에 사는 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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