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 상쾌한 산들바람, 따사롭고 둥근 햇살··· 8월 하순에 찾아오는 처서(處暑)가 지나자 연중 가장 좋은 날씨가 맞아준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맘때 날씨는 캠핑하기 좋은 시기다. 이런 계절에 떠나는 캠핑은 두 글자만으로도 설렌다.
많은 사람들이 캠핑여행을 이유는 무엇일까. 휴식, 스트레스 감소, 정서적 안정 등 여러 가지가 있겠다. 한국관광공사에 의하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캠핑을 간다는 응답이 가장 높다고 한다. 우이동 가족캠핑장(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은 이름처럼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은 캠핑장이다.
북한산과 우이천 계곡이 만나는 풍성한 자연과 숲과 나무로 둘러싸여 청량하고 여유로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경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에서 캠핑장까지 도보 5분 거리로,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백패킹(Backpacking, 야영 장비를 배낭에 꾸려서 등에 지고 떠나는 캠핑) 여행하기도 좋다.
우이동 가족캠핑장은 강북구 도시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으로 야영공간이 넓고 쾌적해서 좋다. 캠핑장 중앙에 있는 잔디광장은 한옥 마당처럼 아늑하다. 캠핑예약은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티켓에서 할 수 있다. '우이동 가족 캠핑장'으로 검색하면 된다. 이용요금은 텐트시설에 따라 3만원 ~ 9만원이다. 텐트를 칠 공간이 널찍하고 자리마다 피크닉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편리하다. 캠핑장 내 어디에서든 무선 인터넷(Wi-Fi) 이용이 가능하다.
* 이용 문의 : 02-944-2941~2942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캠핑장이 쾌적하게 느껴지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텐트 자리마다 깔려있는 자갈이다. 알고 보니 자갈은 땅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해서 햇볕으로 뜨거워진 열기를 식혀준단다. 열차가 달리는 철로에 자갈이 깔려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는 인간의 오래된 지혜로 옛 부터 사람이 죽으면 흙에 묻은 다음 그 위에 돌을 모아 덮었다. 돌 아래 흙속 시신과 유물들은 금방 썩지 않고 오랜 시간 서서히 부패한다.
타프(그늘막)·빔프로젝터부터 커피머신·조명 등에 이르기까지 나만의 특별한 캠핑을 즐기는 캠퍼들도 보인다. 하지만 캠핑한다며 이것저것 많은 것을 챙기다 보면 짐 싸다가 지칠 수 있다. 캠핑용품을 다 쓰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텐트, 유행하는 장비들을 덜컥 구입했다가 곧 중고나라에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우이동 가족캠핑장은 단순하고 홀가분한 야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미니멀 캠핑’이 가능하다. 캠핑장내 매점에선 각종 먹거리 외에 텐트와 매트, 가스버너 등을 대여해 주어 캠핑장비 없이도 야영을 즐길 수 있다. 그 가운데 화로대는 꼭 빌리길 추천한다. 저녁나절 화로대 안에 타오르는 불을 보며 무념무상으로 바라보는 '불멍'을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텐트를 칠 자리를 잡고 폴대를 결합하며 팩을 박고 그늘막을 치는 일 등을 즐기는 캠퍼들을 위한 시설이 대부분이지만, 텐트부터 취사도구까지 캠핑용품이 모두 마련된 글램핑 시설도 있다. 글래머와 캠핑의 합성어로 거실형 텐트에 침대 에어컨 취사도구 냉장고 화로대 바비큐장까지 갖췄다.
캠핑장에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지루할 수 있다. 이 캠핑장은 그럴 걱정이 없다. 캠핑장을 베이스 캠프 삼아 주변 여행과 맛집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소나무숲 풍성한 북한산 둘레길, 우이동이라는 동네 이름이 유래한 우이암(牛耳岩) 가는 산행길, 우이령 숲속문화마을은 (구)우이동 먹거리 마을로 장어구이부터 능이백숙, 베이커리 까페까지 여러 맛집이 모여 있다.
북한산에서 흘러내리는 청명한 물소리가 좋은 우이천 계곡과 유원지, 각종 산악체험을 할 수 있는 우이동 산악문화허브도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등산에 대한 여러 가지 기술도 배우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입장료는 따로 없다. 모두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있어 흡사 우이동 가족캠핑장의 부대시설 같다. 지역의 문화와 음식을 즐기고 저녁쯤 캠핑장으로 돌아오면 더 행복한 기분이 들 듯하다.
계곡가 산책 후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귀가하는 기분으로 캠핑장으로 돌아오자 하늘 가득히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나뭇가지 위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힘찬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들려온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 같은 날 솔솔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참 좋다. 땅거미가 지면 기다렸다는 듯 노래를 부르는 풀벌레들로 캠핑에 운치와 낭만을 더한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 영양제 비타민 D로 느껴지는 여유, 평범한 음식이 세 배는 맛있게 느껴지는 신기함, 말없이 화롯불만 지켜봐도 좋은 순간,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불편하고 느리지만 그만큼 여유 있게 살아보는 것이 캠핑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