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성 Oct 05. 2019

4개 구(區)를 지나는 서울 도림천 자전거 산책

안양천의 동생 하천 도림천  

발원지 관악산이 보이는 도림천 /이하 ⓒ 김종성


도림천(道林川)은 서울시 관악구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관악구·동작구·구로구·영등포구를 거쳐 신정교 근처에서 안양천에 합쳐져 한강으로 흘러가는 약 14km 길이의 하천이다. 서울에 있는 개천가운데 가장 많은 동네를 지나는 물길이지 싶다.     


예로부터 근처에 풀이 많아 조선시대에 국가에서 말을 기르던 양마장(養馬場)이 있었던 데서 마장천(馬場川)이라고도 불렸고, 하천이 자리한 동네이름도 원지목리(遠芝牧里)였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인 1914년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 때 동네 이름이 도림리(경기도 시흥군 북면)가 되었고 이때부터 그 지역을 흐르는 하천이란 뜻으로 도림천이라 불리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길 전철 도림천역 대림역 중국동포거리 신대방역 벚나무 둑길 순대타운·신원시장 개천에서 용 나는 도서관 도림천 최상류  


가을 분위기 완연한 도림천길
높다란 전철고가가 지붕처럼 이어지는 중류 구간


2호선 전철 도림천역에서 대림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신림역 등 전철역이 하천을 따라 나있어 어디서나 접근하기 쉬운 도심 속 좋은 산책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도림천역에서 출발해 하천 양쪽 길을 오가며 왕복 주행할 수 있는 자전거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도림천 중류 구간엔 다른 하천에서는 볼 수 없는 존재가 공존하고 있다. 2호선 전철고가 다리가 산책로 위에 높다란 지붕처럼 지나간다. 고가다리 덕에 강한 햇살이나 비를 막아준다. 다리 밑은 늘 시원해서 무더운 여름엔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시원한 산책로 혹은 자전거도로로 알음알음 알려진 곳이 도림천이다.     


또한 하천이 경유하는 4개의 구(區)를 지나가다보니 구마다 하천의 느낌이 달라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해준다. 다른 동네의 하천과 비교해보면 도림천은 다채로운 풍경을 품고 있다. 오래된 하천변에 자연스레 자리한 전통재래시장 신원시장과 추억의 신림동 순대타운에 들러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여유롭고 한갓진 도림천 풍경 


특히 천변을 달리다 ‘도림천에서 용 나는 작은 도서관’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공공 도서관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전철 도림천역에 내리면 안양천과 도림천이 만나는 합수부가 나온다. 한강 안양천 도림천을 달리는 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여기에 트럭형 자전거 가게, 음료와 커피를 파는 노점상까지 늘 북적이는 곳이다.      


도림천으로 들어서자 하천변에 우거진 수풀 사이로 물억새들과 코스모스가 피어나 가을 분위기가 물씬했다. 치렁치렁한 나뭇가지를 늘어뜨리고 물가에서 사는 버드나무와 하천위에서 우아하게 거니는 백로들 모습도 여유롭기만 하다.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라이더, 하천가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 모두 표정이 날씨처럼 청명하다.      

대림역 앞 중국동포거리



도림천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천변에 각종 중장비 기계들과 쓰레기 차량이 늘어서 있었고, 개천물에는 벌레가 들끓어 악취가 말도 못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게 하천물이 맑고 천변에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2호선 대림역 이정표를 보고 전철역으로 올라가면 5번 출구가 나오는데, 주변이 차이나타운을 방불케 해 흥미롭다. 인력사무소에서 이국적인 음식점까지, 중국동포들의 일상과 먹거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백두산 호프, 연변 냉면 등 거리를 빽빽하게 메운 이색적인 간판들, 노점이나 식당의 이질적인 음식들, 속사포 같은 중국말에 조선족 동포들이 쓰는 북한말까지 생생하게 들려온다.      


2호선 신대방역을 지날 땐 천변 산책로 위에 난 둑방길로 들어섰다. 둑방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있어 지나가는 기분이 참 상쾌하다. 봄엔 화사한 벚꽃길로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길이란다. 두 사람이 지나가면 꽉 차는 작은 오솔길이라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갔다. 빨리 지나가면 갈수록 손해 보는 길이지 싶었다.

아이들도 즐겨찾는 도림천 
신원시장 꽁보리밥정식 


도림천의 상류지역인 신림역엔 두 개의 천변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중고교 시절 친구 따라 다녔던 교회에서 주일마다 선후배들과 찾아갔던 추억의 순대시장이 아직도 번성하고 있어 반가웠다. ‘원조민속순대타운(관악구 신림동)’이란 시장 입구 간판이 무색하지 않았다. 순대시장 맞은편엔 천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50년 전통의 신원시장이 있다.      


신원시장 끄트머리에 칼국수와 보리밥을 파는 식당이 있다. 맛집 방송이 너무 많고 흔하다보니 TV에 나왔었다는 식당 아주머니 말에 처음엔 그리 믿음이 가진 않았다. 4800원짜리 꽁보리밥정식을 시키면 작은 그릇에 칼국수가 나오는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배부르게 잘 먹었다. 

용이 서있는 재밌는 도서관
도림천 최상류에 놀러온 롱다리 백로


도림천 승리교 아래를 지나다보면 하천변 위로 웬 용 한 마리가 물길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다. 이름도 재미난 ‘도림천에서 용 나는 도서관(관악구 신림로 297)’이다. 컨테이너 크기의 아기자기한 미니 도서관으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처럼 동네 아이들이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런 도서관 이름을 짓게 되었단다. 노천카페 같은 도서관 옥상에 앉으면 도림천 풍경과 따스한 햇살이 펼쳐져 책이 더 잘 읽힐 것 같았다.      


저 앞으로 관악산이 우뚝 서있는 도림천 상류는 백로가 길쭉한 다리로 산책을 하고,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는 맑은 물길이 이어졌다. 상류 끝에 서있는 안내판을 보니, 평소 물이 잘 흐르지 않는 건천인 도림천에 흐르는 물은 관악산 계곡수와 한강물을 끌어 올린 물이라고 한다.      


한강에서 30,000톤의 물을 가져와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에 16,000톤, 관악구 동방1교 주변에 14,000톤의 물을 흘려보낸단다. 인공적인 하천에서 생명이 호흡하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나서 시민들 곁을 내내 흘러갔으면 좋겠다.















이전 06화 자전거 라이더의 '최애' 야영장, 한강 난지 캠핑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