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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May 14. 2021

한강에 떠있는 쉼과 문화의 공간, 노들섬 자전거여행

서울시 용산구 노들섬

1917년 한강대교와 함께 생겨난 노들섬 ⓒ서울시

서울 한강 위를 지나는 총 31개 다리 가운데 한강대교는 좀 특별한 존재다.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열차가 달려가는 한강철교에 이어, 1917년 한강에 처음 세운 최초의 인도교(人道橋)다. 이때 한강대교를 놓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섬이 노들섬(서울 용산구)이다.      


당시 이름은 중지도(中之島)로 백사장이 펼쳐진 곳에 둑을 쌓아 올려 다리를 받치게 했다. 이로써 사람들은 배를 타지 않고 걸어서 한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6·25전쟁 때 폭발로 파손되었다가 1957년 복구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근래 한강대교가 다시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것은 2019년 9월 재개장한 노들섬을 품고 있어서다. 노들섬은 1960년대까지 모래톱 풍성한 한강 놀이문화의 중심지였다. 내 아버지는 노들섬 백사장에서 물놀이 뱃놀이를 즐기던 추억을 들려주곤 했는데, 내겐 흡사 도시전설처럼 들렸다. 이후 한강개발을 하면서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50여 년간 잊힌 섬이었다가 다시 사람들 곁으로 돌아왔다.   

  

음악··쉼이 있는한강 노들섬 

1960년대 노들섬 백사장에 놀러온 시민들
현재 노들섬 강변

부르기도 좋고 자연미가 느껴지는 노들섬의 지명은 용산 맞은편을 노들, 노돌이라 하였고 부른데서 유래한다. 노들의 사전적 의미는 '백로(鷺)가 노닐던 징검돌(梁)'이란 뜻으로 조선 태종 14년(1414년), 노들에 나루(津)를 조성해 노들나루라는 이름이 퍼지게 되었으니 그것이 오늘날의 노량진(鷺梁津)이다.      


섬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전철 9호선 노들역에서 한강대교 인도를 따라 도보로 10~20분이면 다다른다. 섬 입구에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2곳이나 있어서 자전거 이용이 편리하다. 주말과 휴일에 한해 6월말까지(오후 12시~8시) 한시적으로 주차장이 운영된다. 소음과 정체가 일상인 도시 서울에서 하늘과 바람만 느껴지는 특별한 공간이지 싶다.      


* 교통편 및 공연, 행사 안내 : http://nodeul.org 

노들섬을 향해 가는 한강 자전거길
한강대교 위 전망카페

한강변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탔다. 카카오맵에서 ‘서울시 자전거’를 검색하면 서울 곳곳에 자리한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나온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10km 거리에 있는 노들섬을 향해 달려갔다. 노들섬 입구에 2곳이나 있는 공공자전거 대여소에 자전거 반납이 가능해 편리하다. 일반 자전거를 위한 거치대로 마련돼 있어 보관 후 섬을 둘러보면 된다. 도심에서 어렵지 않게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섬’으로서의 매력이 돋보인다.     


요즘 한강에 가면 연중 가장 좋은 날씨가 맞아준다. 청명한 하늘, 상쾌한 강바람, 따사로운 햇살···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봄이라 그런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강북 방향 한강대교에 다다르면 다리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와 함께 전망카페가 솟아있다. 관제탑 혹은 등대처럼 생긴 모양이나 ‘노들직녀카페’라는 이름이 재밌다. 이 카페에서 3분 거리 한강대교 중간에 노들섬이 있다.      

서점과 도서관, 카페를 겸한 노들서가
공연과 소풍을 즐기는 노들마당
노들숲

면적 15만㎡(4만5천평)의 노들섬은 건축시설(콘서트홀 카페 책방 공방 레스토랑)과 옥외시설(공연장 노들마당 노들숲)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나 식당은 밤 10시까지, 야외시설은 24시간 개방한다. 특별한 식물공방 ‘식물도(島)’에서는 시민 참여형 가드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노들서가’에서는 15개 독립책방과 출판사가 계절별로 직접 고른 책들을 선보인다.       


노들마당은 1천 명에서 최대 3천 명까지 수용 가능한 야외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평상시에는  공연이 열리거나 돗자리를 펴고 한강을 바라보며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잔디나 벤치에 둘러앉아 버스킹 공연을 즐기고, 그 뒤로 어린 아이들이 뛰노는 풍경이 참 평화롭다. 여름밤엔 대형 스크린을 세우고 영화나 뮤지컬을 상영하는 야외극장이 되어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자발적인 표류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 음악이나 문화기지라는 말들도 중요하지만, 나는 ‘표류하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내려 오시라’고 주변에 말하곤 한다. 민간의 공간들은 요구가 많다. 뭔가 해야 하고, 사야하고, ‘힙’해야 하고, 취향도 분명해야 하고. 그런 곳에서 쭈뼛쭈뼛하는 대신, 이 공간에 와서 편하게 머물다가 자기도 모르는 취향을 발견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얻어가셨으면 한다. - 노들섬 운영 총감독, 김정빈 교수     


50여년 만에 뱃길이 열린 노들섬 

한강 유람선
노들섬 선착장

약 100년 넘게 사람들의 휴양지로 사랑을 받다가 한강개발을 하면서 노들섬 뱃길도 끊겼다. 2019년 재개장을 하면서 다시 배가 다니게 되었다. 유람선을 타고 노들섬에 갈 수 있게 된 거다. 무려 50여년 만에 다시 열린 뱃길과 노들섬 선착장 덕분에 섬 주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멀리 서해바다에서 한강으로 날아온 갈매기들도 유람선을 반긴다.      


여의도 제1선착장(영등포구 여의동로 280)에서 출발해 30분 후 노들섬 선착장에 다다른다. 특히 저녁시간 노들섬에서 유람선을 타면 한강야경과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노들섬의 인공  달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선상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한강다리 가로등에서 불이 켜지고 선상에서 은은한 음악이 나오면 유람선은 한층 아늑해진다.        


* 크루즈 운항 (수~일요일) : 오후 5시 출발 (여의도->노들섬) / 오후 8시20분 출발 (노들섬->여의도) 

* 유람선 예약 - http://www.elandcruise.com)     

해질녘 보름달로 변하는 ‘달빛노들’
달빛노들 속 전망대

해질녘 섬 둘레길을 따라 노들숲을 지나 선착장에 다다르면, 지름 12m의 거대한 인공 달 설치미술인 ‘달빛노들’이 나온다. 커다란 보름달 형상으로 노들섬의 일몰과 잘 어울린다. 내부에 한강과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2층 높이의 전망 덱이 있어 인기다. 흐르는 강물과 한강철교, 63빌딩 등이 어우러진 절경이 펼쳐진다.      

저녁녘 노들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일몰과 함께 보이는 파란 하늘이다. 해가 진 뒤에도 남아있는 파란 하늘은 해가 진 직후 하늘이 가장 예쁜 순간이다. 길어야 20분이 안 넘는, 낮과 밤이 교대하는 시간의 하늘을 ‘이내’라 한다. 오로지 이 순간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일몰 후 달빛노들에서 퍼져 나오는 조명은 30분마다 초승달-상현달-하현달-그믐달을 연출해 자연미와 생동감 넘치는 예술적 감성을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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