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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Jun 21. 2021

흥미로운 서울도심여행, 청계천 자전거 산책

서울시 청계천 자전거도로 라이딩

청계천 양편에 조성된 자전거도로 / 이하 ⓒ김종성

청계천은 서울에 찾아온 사람들의 관광지이면서,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심 속 하천이다. 종로구와 동대문구·중구·성동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약 11km의 아담한 물줄기다. 작은 하천이지만 청계천은 한강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도 서울이 품고 있는 역사이기도 하고, 시민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소소한 추억이기도 하다.      


지난 6월 5일 청계천 양편에 자전거도로가 개통됐다. 자전거 길은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동대문구 고산자교(약 6km)까지이며, 왕복 12㎞에 이르는 청계천 구간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도심 순환형’으로 조성됐다. 언제나 차량들로 가득한 청계천변이지만 자전거도로 덕분에 자동차들을 추월하며 신나게 달리기도 하고, 곁에서 흐르는 청계천 풍경을 바라보며 유유자적 페달을 밟았다.      


청계천 자전거 길은 볼거리, 먹거리, 입을 거리로 풍성한 명소들이 많아 도심 자전거 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중랑천과 한강까지 기존 자전거도로와 이어져 있어 서울의 자연을 즐기며 보다 멀리 달릴 수 있다.        


도심 자전거 여행의 진수청계천 자전거도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청계천변 카페와 편의점

서울 곳곳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어서 청계천 자전거도로 이용이 한결 편리하다. 카카오맵에서 ‘서울시 자전거’를 검색하면 도시 곳곳에 자리한 따릉이 대여소 위치가 나온다. 자전거도로에 미끄럼방지 포장을 하고 각 구간 진입로에 LED 표지판을 설치해 야간에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청계천변 산책로나 편의점, 카페에서 쉬어가기도 좋다.        

서울의 많은 하천마다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지만 청계천 자전거도로는 좀 다르다. 종로구·동대문구·성동구의 도심 속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 길을 따라 출퇴근을 하고 장을 보고 도서관·맛집·갤러리에 갈 수 있게 됐다. 청계천 자전거도로는 서울 전역에 동서남북 자전거 대동맥을 구축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핵심 네트워크 추진계획’의 간선망 중 하나로, 가장 먼저 완성된 구간이라니 앞으로 기대가 크다. 

종로에서 을지로까지 여러 건물군이 이어진 세운상가
세운상가 옥상에서 보이는 종묘와 북한산
동대문 평화시장과 전태일 동상

종로구를 지나다보면 청계천에서 가장 붐비는 곳을 만나게 된다. 철거 될 뻔했다가 재생으로 다시 살아난 세운상가(世運商街) 일대다. ‘세계의 기운이 모이다’라는 거창한 뜻을 가지고 1968년 지은 국내 최초의 종합전자상가다. 세운상가는 하나의 건물 이름이 아니라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1.8km에 이르는 4개의 건물군 8개 건물을 통칭한다.      


건물을 이어주는 보행교를 만들고 공방, 맛집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옥상에서 보이는 종묘 일대와 북한산 풍경이 멋지다. 종묘(宗廟)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조선 왕조 역대 국왕들과 왕후들의 신주를 모시고 제례를 봉행하는 유교 사당이다.      


천변에 버드나무가 많아 이름 지은 버들다리 위엔 전태일(1948~1970) 동상이 서있다. 16살 어린 나이에 상경해 재봉사, 재단사로 일했던 동대문 평화시장이 바라다 보인다. 가까이에 전태일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자료가 보관된 전태일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외벽에 온통 전태일이 남긴 글씨로 덮여 있다. 그는 만약 돈을 아주 많이 벌게 되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단다. 나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프거나 슬프면 일을 쉬어도 되는 시간을···      


자유여행자의 천국청계천변 시장 

청계천변에 이어지는 다채로운 시장
자유여행자의 천국

청계천변에는 "너무 싸서 화가 난다!" 라고 써있는 재미있는 현수막이 어울리는 방산시장·광장시장·평화시장·동대문패션타운·동묘벼룩시장·서울풍물시장 등이 도열하다시피 이어진다. 시장마다 특색을 갖추고 있어 서울의 장터를 테마로 여행해도 될 정도다. 예전엔 중장년 아저씨들만 북적거렸는데, 이젠 청년들과 이주 외국인, 해외 관광객까지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시장은 자유여행자의 천국이다. 자유롭게 시장통 골목을 거닐다 만나게 되는 상점, 맛집은 식당은 SNS상의 핫플레이스나 유명관광지의 볼거리와는 또 다른 색다른 발견이자 추억이 된다. 한 여름에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받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도시생활이 때로 헛헛하고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 찾아오는 시민들을 품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전(부침개) 골목
이색적인 곳이 많은 동묘벼룩시장과 풍물시장

재미의 어원은 ‘양분이 많고 좋은 맛’이라는 한자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가 약속을 잡을 때 맛집부터 검색하는 걸 보면 재미는 곧 맛있는 걸 먹는 데서부터 온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청계천변 시장에서도 노점·식당·노포(老鋪, 오래된 가게)에 이르는 다양한 맛집을 만날 수 있어 눈과 입이 즐겁다. 광장시장 전(부침개) 골목, 종로5가 곱창골목,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등이 대표적이다.       


동묘벼룩시장과 서울풍물시장은 보물창고로의 시간여행이라 할 수 있다. 각종 잡화, 구제 의류, 골동품, 수입제품 등을 구경하고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늘 북적거린다. 날짜에 구애받지 않는 상설시장으로, 물건 아까운 줄 모르고 늘 버리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있는 한 이 벼룩시장은 더욱 활성화 되면 되었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인터넷 서점에 밀려 동네 서점들처럼 사라진 줄 알았던 헌책방들이 아직도 천변에 남아있는 것도 반갑다. 살고픈 도시, 가고픈 도시란 화려함과 소박함, 빌딩과 골목, 새것과 헌것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가 아닐까 깨닫게 되는 공간이 많다.      


한강과 이어지는 청계천 하류

청계천 박물관
산책하기 좋은 청계천 하류

성동구 천변가에 지난 1950~60년대 청계천에 있었던 판잣집을 재현해 놓았다. 외관도 눈길을 끌지만 안에 들어가면 장노년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연탄가게와 만화가게, 구멍가게에다 당시의 교실 등을 꾸며 놓았다. 판잣집 바로 뒤에 청계천박물관이 서있다. 조선 시대 한양의 젖줄 청계천을 조명한 4층에서 물길을 따라 흐르듯 1층까지 자연스럽게 청계천의 역사와 문화를 관람할 수 있다.      


고산자교에서 연결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청계천 하류가 이어진다. 상·중류와 달리 인공미가 덜한 자연생태하천으로 동네 주민들이 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천변에 사는 버드나무 아래서 쉬는 사람들, 왜가리며 오리들 모습이 한껏 여유롭다. 하천 위로 지나는 내부순환로 고가도로는 여름날 시원한 그늘 쉼터로 아예 벤치를 마련해 놓았다. 

시민들의 쉼터 청계천 하류
살곶이 다리

물길은 중랑천과 만나게 되고, 곧이어 서울 최고(最古)의 다리가 나타난다. 조선 시대 가장 길었다는 정겨운 돌다리(장석판교·長石板橋) 살곶이 다리다. 살곶이는 '화살이 꽂힌' 자리라는 뜻으로, 조선 태조 이성계와 아들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유서 깊은 다리다. 언제 봐도 역사가 느껴지고 눈길이 머문다.     

 

다리는 64개의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데, 물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 돌기둥에 무수한 흠집을 새겨 놓은 조상들의 지혜가 빛난다. 보물 제1738호로 30여 개의 한강다리 중 유일한 보행전용 다리이기도 하다. 다리 건너편엔 자전거도로를 따라 한강과 서울숲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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