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
한 여름날 서울 한강은 낮보다 밤이 훨씬 다채롭고 아름답다. 오후 7시, 한 낮의 태양이 쏟아내는 햇살이 무뎌지면 자전거 탄 시민들이 한강 다리 아래로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엔 열대야를 페달질로 날려버리며 ‘야라’(야간 라이딩) 하는 사람들로 한강 둔치는 자전거 천국이 된다.
해질녘 펼쳐지는 멋진 노을을 바라보며 달리다보면 힘든 줄 모르고 페달을 밟게 된다. 무더운 여름 날씨지만 이상하게 몸과 마음 모두 상쾌하다. 한강의 노을은 그날의 날씨에 따라 모양과 색감이 달라진다. 무덥고 뜨거운 날일수록 강렬한 노을이 펼쳐진다. 부드럽고 포근한 분홍빛으로 저물다가도 어떤 날은 더없이 황홀한 붉은 색채로 하늘을 물들인다.
자전거도로 따라 펼쳐진 도시의 강변 경치를 바라보며 신나게 페달을 밟다보면 헉헉~ 가뿐 숨소리마저 반갑다. 도심에서 소음처럼 들렸던 매미들의 떼창이 응원가처럼 들리고, 온갖 풀벌레들의 노랫소리가 강변에 가득하다. 숨차게 벌린 입 속으로 날벌레가 들어와 본의 아니게 미래의 식량 대안이라는 곤충식을 하게 된다.
강변 카페나 편의점에서 쉬면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나면 무더운 여름밤에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50km 조금 넘게 달렸던 강변 야행 길. 노을 지는 저녁녘 출발해 소나기까지 맞으며 달렸지만 웬만한 열대야도 끄떡없을 내성이 생긴 것 같다. 서울에 한강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싶다.
한강 자전거 라이딩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달려도 좋다. 강변에서 가까운 따릉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원하는 따릉이 대여소에 도착해 자전거 반납이 가능해서 편리하다. 카카오맵에서 ‘서울시 자전거’를 치면 따릉이 대여소 위치가 나온다.
야간 라이딩 때는 자신과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전조등과 후미등을 준비해야 한다. 어두운 주행 환경에서 라이더의 시야를 확보해주는 ‘전조등’과 라이더의 존재와 진행 방향을 알려 뒤에 있는 자전거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후미등’ 두 가지 모두 필수다.
참고로 보다 효율적인 자전거 페달링은 페달을 밟기보다 돌린다는 기분으로 하면 좀 더 빠르고 오래 달릴 수 있다. 강변 편의점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전용기기로 끓이는 한강에서만 먹을 수 있는 라면으로 자전거를 타다가 먹으면 잊기 힘든 맛이 난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듬뿍 나는 날씨지만 자전거 위에선 숨은 차지만 땀은 나지 않는다. 이게 다 자전거 바퀴가 일으키는 바람 덕분이다. 쉴 새 없이 페달링을 하면서 많은 땀이 나지만 강바람에 모두 날아가 버리는 거다.
땀이 바람에 날아가면서 생기는 상쾌한 기분은 덤이다. 이 기분을 몇 번 경험하게 되면 헬스장의 사이클, 러닝머신은 갑갑하게 느껴진다. 자전거 여행기 책을 두 권이나 낼 정도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소설가 김훈 선생이 자신의 애마 자전거를 '풍륜(風輪)'이라 이름 지을만하다.
자전거도로가 지나는 한강공원마다 생태공원, 편의점, 카페, 전망대 등이 자리하고 있어 야간 라이딩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양화대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잠실대교 등 한강 다리 위에 있는 쉼터 겸 카페는 한강 야경 조망이 좋아 꼭 들르게 된다. 모두 엘리베이터가 있어 다리 위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한강을 건너가기 위한 긴 콘크리트 통행로에 지나지 않았던 다리에 전망카페가 생기니 삭막하기만 했던 한강 다리에 정이 간다.
특히 양화대교와 한강대교는 각각 선유도와 노들섬을 품고 있어 여행하는 기분으로 찾아가게 된다. 두 곳 모두 섬 입구에 자전거 보관용 거치대가 준비되어 있다. 노들섬은 자전거를 타고 섬 둘레길을 산책할 수 있다. 선유도에는 선유정이라는 운치 있는 정자에서 야경이 가장 멋지게 보이고, 노들섬엔 노들강변에서 한강야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두 섬 모두 70년대 한강개발을 하면서 잊혀 졌다가 시민들 곁으로 돌아온 반가운 섬이다. 한강 유람선이 오가는 선착장에 설치된 인공 달 ‘달빛노들’도 꼭 감상해야 한다. 일몰 후 달빛노들에서 퍼져 나오는 조명은 30분마다 초승달-상현달-하현달-그믐달을 연출한다.
강변에서 만나는 이채로운 군함(서울함 공원), SF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우주선 같은 뚝섬공원 자벌레 건물, 하늘하늘한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수양버들이 늘어선 서래섬, 잠원한강공원 선상 갤러리와 별다방 카페 등도 야간 라이딩 중 만나는 한강변 명소들이다.
특히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최애’하는 곳이다. 반포대교 아래 잠수대교는 한강다리 가운데 자전거타고 건너기 가장 좋은 다리다. 잠수교 자전거도로를 달리면서 보이는 한강 위로 색색의 분수쇼가 펼쳐진다.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에는 강변에서 야영을 할 수 있는 난지 캠핑장이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리모델링 후 올해 새로 문을 열었다. 캠핑자리가 넉넉해지고 바비큐존, 캠프파이어존이 생겼다. 글램핑이라 하여 캠핑장비 없이 맨몸으로 가도 야영을 할 수 있도록 텐트 등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한강변에서 색다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 난지 캠핑장 안내 및 예약 - https://www.seoul.go.kr/storyw/campingjang/nanji.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