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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Oct 13. 2020

책방과 편의점이 있는 한강다리 전망카페

서울시 동작구 동작대교 노을카페, 구름카페 

한강다리 최고의 전망카페 / 이하 ⓒ김종성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 상쾌한 강바람, 따사롭고 둥근 햇살··· 요즘 서울 한강에 가면 연중 가장 좋은 날씨가 맞아준다. 짧은 가을이라 그런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강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신나게 페달을 밟으며 봄과 여름에 내지 못했던 헉헉~ 가뿐 숨소리를 맘껏 내뱉었다. 화창한 가을날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넓은 한강 위에는 스무 개가 넘는 많은 다리가 놓여있다. 한강을 넘어가기 위해 놓인 길쭉한 콘크리트 통행로에 지나지 않았던 한강다리 위에 관제탑 혹은 등대처럼 생긴 전망대가 세워져 있어 덜 삭막하게 느껴진다. 광진교·잠실대교·한남대교·동작대교·한강대교·양화대교 등에 이런 한강 다리 전망대가 있었으나, 주차와 대중교통편 등이 불편해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탁 트인 한강 풍경이 좋은 전망카페
카페에서 보이는 남산(타워)과 북한산

동작대교 남단 양쪽 자리한 노을카페와 구름카페는 그런 단점을 보완해 리모델링한 전망카페다. 카페 바로 앞에 공영주차장과 버스 정류장이 있고, 도보 3분 거리에 전철 4, 9호선 동작역이 있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온 시민들을 위해 안심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거치대도 마련되어 있다.     


다리 위 작은 공간에 마련한 카페지만 조화로운 배치와 통유리 창을 한 등대 모양의 건물 모습이 손님을 편안하게 해준다. 유리창을 크고 높이 터서 사방의 전경이 눈앞에 보이니 더욱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한강에 떠있는 노들섬은 물론 저 멀리 높이 솟아있는 남산타워와 북한산도 가깝게 느껴진다. 동작대교 양방향으로 하나씩 두 개의 전망카페가 있는데 저마다 전망이 달라 서로 다른 강 풍경을 보여준다.     


* 전망카페 위치 : 노을카페 (동작구 동작대로 335), 구름카페 (동작구 동작대로 350)

* 운영시간 : 오전 10시-자정 (연중무휴)

* 이용문의 : 070-7775-6898, 7730     


북콘서트가 열리는 전망카페

카페 내 편의점
전망 좋은 북카페

전망카페엔 편의점과 책방까지 자리하고 있어 더욱 좋다. 약 175㎡(53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 참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1층 카페 공간, 2층 편의점, 3층 서점, 4층 북카페, 5층 야외 옥상 전망대가 이어진다. 어느 층이나 사방이 둥그런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한강의 경치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같이 온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편의점에서 바리스타가 직접 만들어 주는 맛깔스런 커피와 수제 맥주, 와인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책방과 북카페 공간은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신간들을 구입하거나 읽을 수 있다. 전망 좋은 카페에서 읽기 좋은 책은 역시 소설이다. 어느 소설가의 말마따나, 가장 쉽게 그리고 빨리 여행을 떠나는 방법은? 옆에 있는 소설책을 집어 들고 펼치는 거다.     


3층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 공간은 조금 더 특별했다. 출판사의 직원들이 추천하는 작품을 뽑아 전시하는 곳으로, 책 표지에 짧은 서평이 달린 작은 메모지가 붙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북콘서트(작가와의 만남 행사)와 바리스타 클래스 행사 등 문화 관련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문화가 있는 한강전망카페’를 표방할 만 했다.     


까슬까슬하고 안온한 한강의 야경

카페 옥상의 야외전망대
루프탑 야경

해가 저물면 한강다리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다리와 올림픽도로를 따라 불빛을 단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카페 분위기는 한층 아늑해진다. 노을카페, 구름카페 모두 있는 야외옥상전망대는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으로 유명하다. 한강의 해질녘 노을은 그날의 기온과 날씨에 따라 색과 느낌이 볼 적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 부드럽고 포근한 분홍빛으로 저물다가도 어떤 날은 더없이 강렬하고 황홀한 붉은 색채로 하늘을 물들인다.     


속이 탁 트이는 너른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와 맥주 맛이 특별하다. 노을카페 루프탑은 한강의 노을은 물론 남산타워 야경을 감상하기 좋고, 구름카페에선 반포대교의 명물 달빛 무지개 분수와 세빛 둥둥섬 등을 볼 수 있다.     


카페 루프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저녁녘 일몰과 함께 보이는 파란 하늘이다. 한낮에 뜬 ‘낮달’처럼 신묘한 기분이 든다. 해가 진 뒤에도 남아있는 파란 하늘은 해가 진 직후 하늘이 가장 예쁜 순간이다. 길어야 20분이 안 넘는, 낮과 밤이 교대하는 시간의 하늘을 ‘이내’라 한다. 오로지 이 순간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이내가 가시면 하늘은 비로소 검은색이 된다.

퇴근하는 한강 유람선
한강야경과 잘 어울리는 전망카페

해저물녘 동작대교 북단에서 다리 위 보행로를 걸어 남단의 전망카페에 찾아가는 것도 이채로운 경험이 된다. 오른편으로 내내 펼쳐지는 한강 야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동작역을 오가는 전철이 다리 중앙을 지나며 정적을 깨운다. 열차에서 보이는 한강 풍경 속에 내가 들어있을걸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라디오를 켜 DJ 배철수 아저씨가 까슬까슬한 억새풀 같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 하나하나가 평화롭고 고적한 가을 저녁풍경과 잘 맞았다. 오래들어 꺼끌꺼끌해진 LP판 같은 스팅의 노래, 짙은 애수가 느껴지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목소리, 천주교 사제가 작사한 것 같은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노래··· 오늘도 고생 많았다고, 수고했다고 위로해 주는 듯하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 빛이 너를 집으로 안내해서

And ignite your bones / 너의 맘 속 깊은 곳까지 밝혀줄 꺼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 그리고 내가 너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게

- Coldplay의 노래 Fix you 가운데     


어느새 한강 다리 위로 따듯하고 환한 불빛이 보인다. 노란 형광 불빛을 밝힌 전망카페가 반갑고 등대처럼 안온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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