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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Sep 01. 2021

호젓한 강변 비밀의 숲, 샛강생태공원·고덕수변생태공원

서울시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고덕수변생태공원

호젓하게 걷기 좋은 생태공원 / 이하 ⓒ김종성

난지생태습지원, 강서습지생태공원, 암사생태공원, 대덕생태공원 등 수도권 한강변에 있는 생태공원은 자연이 잘 보존된 특별한 공원이다. 여러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시민들에게 안식을 선사하는 도심 속 보물 같은 존재다.      


강변에 자리한 덕택에 겨울엔 철새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도심에 있을 땐 의식하기 어렵지만, 숲이 우거진 공원에 들어서면 인간 외에 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과 고덕수변생태공원은 울창하고 호젓한 숲과 길을 품고 있어 철마다 찾아가는 곳이다. 산속이 아닌 찾아가기 쉬운 도심 강변에 자리한 숲이라 마음이 편하다. 나무가 울창하고 공기가 촉촉하며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게 어딘가 비밀이 깃든 곳 같다.      


흙길이 좋은 국내1호 생태공원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생태공원의 전망대 샛강교
여의도를 휘돌아 흐르는 샛강

서울 지하철 1, 5호선이 오가는 신길역에 내리면 높다란 하늘 위를 지나는 보행교가 나타난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영등포구 여의동로 48)으로 건너가는 ‘샛강교’다. 샛강교 위에 서면 발 아래로 흐르는 샛강과 우거진 숲이 장관이다. 건너편 여의도 빌딩숲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9호선 전철 샛강역, 여의도역에서도 가깝다.        

샛강은 여의도를 휘돌아 흐르다가 한강으로 유입하는 작은 지류로, 여의도가 본래 한강의 모래섬이었던 걸 알려주는 물줄기다. 1997년 샛강 가에 조성한 이 공원은 생태계 복원과 보전을 위해 조성된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이다. 시간이 지나고 쌓이면서 샛강생태공원은 도심 속 밀림이 됐다. 싱그러운 새소리와 풀벌레들의 노랫소리에 휩싸여 공원을 걷다보면 이곳이 여의도가 맞나 싶다.      


* 공원 방문자 센터 : 02) 3780-0571

걷기 좋은 흙길 산책
푹신한 나무 데크 길

오래된 생태공원답게 흙길 산책로가 있어 좋았다. 푹신푹신한 흙길을 여유로이 걸어본 게 얼마만인지. 걸음걸음이 한결 경쾌하고 기분 좋다. 흙 밟기는 ‘어싱’(Earthing, 땅에 발 딛기)이라 하여 신경이 안정되는 치유법으로 쓰이고 있단다. 공원에는 자연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상업시설이 없으며, 동식물들의 휴식과 수면을 위해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다.     


창포원, 물억새군락, 해오라기숲, 연못 등이 있어 산책이 다채롭다. 해오라기는 머리에 댕기가 달려 있으며 재밌게도 눈이 충혈 된 듯 빨개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새다. ‘버들숲’ 구역엔 물가에서 잘 사는 버드나무들이 치렁치렁한 가지를 늘어뜨린 특유의 모습으로 모여 있다. 맛난 열매 오디를 선사해주는 뽕나무, 향긋한 찔레꽃을 피우는 찔레나무 등 친근한 나무들이 많다. 빌딩과 차량이 많은 여의도 공기는 이 공원이 정화하겠구나 싶은 곳이다. 

가을 전령 고추잠자리
씨알 굵은 물고기

성인 허벅지만한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여의못’ 산책로에서 만난 가을 전령 잠자리들이 반갑다. 잠자리가 반가운 또 다른 이유는 잠자리 떼가 비행을 시작하면 모기의 수가 급격히 줄어서다. 육식을 하는 잠자리에게 모기는 좋은 먹잇감이다.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려온다.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맑은 물줄기가 ‘여의못’으로 콸콸 쏟아져 들어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나오는 지하수다. 샛강의 수량을 유지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 견학을 와서 벤치마킹해 간단다. 공원 중간에 있는 방문자 센터에 들어가면 샛강에 살거나 놀러오는 동식물의 생태에 대해 잘 전시해 놓았다. 자연관찰, 자연놀이 등 시민을 위한 생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생태낙원고덕수변생태공원

강변에 자리한 생태공원
야생동물 관찰대

서울 강동구를 지나는 한강은 다른 지역보다 숲이 울창하고 강물이 깨끗하다. 시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서울시내 유일의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이 구역의 강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배후습지 역할을 하는 곳이 168,300㎡(약 5만평) 면적의 고덕수변생태공원(강동구 고덕동 374-1)이다.    

  

강물정화 외에 다종다양한 야생동식물의 서식처,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도심 속 숲 역할까지 하는 고마운 곳이다. ‘누구나 작은 숲 하나씩은, 자기만의 숲이 있는 게 좋다.’는 어느 시인이 말한 그 숲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싶다. 위 샛강생태공원과 함께 서울시에서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애완동물 출입이 금지돼 있을 뿐 아니라 돗자리를 깔거나 음식을 가져와 먹어서도 안 된다.     


* 공원 방문자 센터 : 02) 426-0755     

가을 전령 쓰름매미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강물에 반사된 햇살이 싱그러운 강변 산책로엔 한강 조망대 쉼터와 조류관찰대가 있다. 강 건너 아차산 자락이 눈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쓰름매미 한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서 애타게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 왠지 마음이 짠했다. 여름철 맴맴~ 우는 참매미와 달리 쓰름~쓰름 우는 쓰름매미는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특별한 매미다.     


고덕수변생태공원은 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이자 삶의 터전이다. 버드나무, 두충나무, 고라니, 두더지, 꼬마물떼새, 맹꽁이 등을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빽빽한 숲속 오솔길을 걷노라면, 도심 속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한 자연의 현장이 펼쳐진다.

두충나무 숲
붉은 귀 거북

공원 산책길을 걷다보면 이정표와 함께 두충나무숲이 나온다. 공원 안 야트막한 동산에 햇볕을 가릴 정도로 울울창창한 두충나무들이 산다. 공원이 조성되기 전 민간에서 상업용으로 식재한 나무라고 한다. 두충나무는 한약재로 쓰이는 나무로 숲속을 걷는 것만으로 건강해지는듯했다. 이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무들이야 말로 이곳의 오롯한 주인이지 싶다.      


인간이 만든 공원엔 '내 눈엔 보이지 않아도 나를 보고 있는 존재들'로 가득하다. 강변 산책로를 걷다가 발치에 뭔가 꾸물거려 봤더니 거북이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지역이 고향인 붉은 귀 거북. 애완용으로 국내에 들여왔다가 마구 방생하는 바람에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동물이 되버렸다. 카메라 액정화면을 통해 눈이 마주친 거북이가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나 돌아갈래!"     

다채로운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원
생태공원과 이어지는 고덕천

숲길 가에 두더지가 파놓은 구멍이 여러 개 있었는데, 호기심에 땅 구멍에서 나왔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작은 두더지 새끼가 보였다. 뾰족한 주둥이와 억세 보이는 발톱이 정말 땅을 잘 파게 생겼다. 나뭇가지로 들어서 숲속에 내려다 주었다. 생명을 사랑하는 이에게 생명이 주는 가장 아름다운 보상은 다름 아니라 동물이 모습을 드러내주는 것이지 싶다.      


공원과 한강이 만나는 끄트머리에 아늑한 고덕천이 흐르고 있어 산책의 풍성함을 더한다. 동네주민 한 분이 해가 저물면 고라니가 숲에 나타나서는 강을 막 헤엄쳐서 고덕천으로 건너간단다. “낮에 이렇게 길이 훤히 보이는데 왜 밤에 헤엄을 쳐서 가요?” “이 사람아, 낮엔 보이잖아!” 답답하다는 듯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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