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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Sep 23. 2022

4개의 아름다운 수변 길을 품은, 송파둘레길 여행

서울시 송파구 송파둘레길 자전거여행

4개의 하천을 지나는 서울 송파둘레길 / 이하 ⓒ김종성

흔히 둘레길이라 하면 숲이나 산허리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걷기 좋은 완만한 길을 뜻한다. 서울 송파구에는 산이 아니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송파둘레길이 나있다. 지난 해 조성한 길로 무려 4개의 하천을 지난다. 성내천, 장지천, 탄천, 한강을 잇는 21km의 ‘순환형 산책로’다.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데 어른 걸음으로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4개의 코스마다 지하철역이 가까이에 있어 구간별로 나누어 산책해도 좋겠다. 마치 하나의 물길처럼 길게 이어지는 수변길을 종주해보니, ‘송파의 모든 길은 송파둘레길로 통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울 만 했다.

도심속 아늑한 물길 성내천
천변 쉼터

무덥던 여름이 가고 상쾌한 공기와 높고 푸른 하늘에 자꾸만 위를 올려다보게 되는 계절,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은 발걸음을 밖으로 향하게 한다. 2호선 전철을 타고 잠실나루역에 내려 가까운 성내천에 찾아갔다. 도보여행을 하거나 역 근처에서 따릉이 자전거를 대여해 달릴 수도 있다. 카카오맵에서 ‘서울시 자전거’로 검색하면 송파둘레길 주변 따릉이 자전거 대여소가 잘 나온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빌딩숲이 많은 송파구에서 성내천은 구의 랜드마크이자 도심의 숨겨진 보물 같은 존재다. 봄엔 벚꽃으로 장관을 연출하고 가을이 오면 천변에 곱게 물든 나무들, 바람에 사각거리는 물가의 갈대들로 고즈넉하다. 자연생태계가 살아있는 방이습지나 몽촌토성의 탁 트인 산책길도 가깝다. 천변 농지와 텃밭이 자리했던 곳에 각종 화초들을 키우고 판매하는 여러 곳의 ‘플라워 가든’이 들어서 있어 발길이 절로 향하게 된다.

왜가리의 '학수고대'
깜직한 자라 새끼

성내천에는 성인 남성의 장딴지만한 잉어들이 마음껏 유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왜가리와 중대백로들의 깃털이 윤기 있고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는데 풍성한 먹거리 덕분이었다. 긴 다리에 새하얀 깃털이 돋보이는 백로 한마리가 물속을 향해 어찌나 간절히 목을 길게 빼고 서있는지, 고사성어 학수고대(鶴首苦待)가 나올만했다.


아이들이 거북이라고 외치며 손짓을 하는 곳을 바라보니 목이 길게 나오고 몸에 무늬가 없는 게 특징인 자라들이 물 위로 나와 햇볕을 쬐고 있었다. “잉어는 잉어찜으로 자라는 자라탕으로 옛날엔 몸보신 할 때 최고의 보양식”이었다며 한 동네 어르신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장지근린공원
실개천처럼 소담한 장지천길

지하철 8호선 장지역 3번 출구로 나와 진행방향으로 조금 걸으면 장지천을 만날 수 있다. 대규모 복합 쇼핑센터인 ‘가든파이브’를 지나 장지교 밑 산책로로 내려섰다. 장지천은 실개천 수준의 작은 하천이지만, 좌우 하천부지는 꽤 넓다. 수변길 옆에는 각종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장지천길에서 만나는 장지근린공원은 송파둘레길 중 유일하게 숲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장지근린공원 입구부터 70년대 우리나라 산을 살린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는 물론 잎에서 단내가 나는 계수나무, 참나무 가운데 최고의 도토리가 나서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다는 상수리나무 등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길은 청량감을 더한다. 유아숲 체험원, 글마루 도서관, 장사 약수터 등이 있어 들르기 좋다.

탄천 산책로와 자도
모래톱과 새들이 풍성한 탄천

탄천(炭川)은 순우리말 ‘숯내’로 숯처럼 검은 내란 뜻이다. 동네 지명을 딴 다른 하천과 달리 이름 속에 역사와 문화적 함의를 품은 특별한 물길이다. 조선시대 강원도에서 한강 물길을 따라 뗏목으로 실어 온 목재와 땔감으로 탄천 주변에서 숯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하천 물이 검게 변해 숯내라 불렀다고 한다. 흥미로운 전설도 품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법화산에서 발원해 약 36㎞를 흘러 한강으로 흘러가는 긴 물길이다.


수량이 풍성하고 먹거리가 많아 다양한 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철새 도래지이자, 모래밭과 여울을 볼 수 있어 서울에서 보기 드문 하천으로 꼽히는 곳이다. 2002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하천이라더니 하천 곳곳에 모래톱이 섬처럼 떠있고 하얀 백로들과 왜가리, 까만 가마우지들이 어울리는 자연하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가마우지는 다른 새들과 달리 물속으로 잠수를 해 물고기를 잡는 특이한 새다. 본래 철새였는데 이땅에 아예 눌러앉아 사는 텃새가 되었다.

유람선이 오가는 잠실 선착장
가을비와 태풍에 쓰러진 강변 나무들

한강길은 탄천 합수 지점에서 잠실 한강공원을 지나 성내천 합수 지점까지 이어진다. 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부를 지나자 지천과 달리 확 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잠실 유람선 선착장, 캠핑장과 생태공원이 있는 잠실 한강공원은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는 인기 있는 강변공원이다. 내년엔 강변 수영장도 개장할 예정이란다.


공원을 지나다보면 ‘잠실어도’를 만날 수 있는데 잠실수중보의 센 물결에도 물고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계단식 물고기길이다. 무슨 일인지 강변에 사는 여러 나무들이 쓰러지고 부러져 있다. 잦고 강한 가을비와 태풍으로 인해 뿌리까지 뽑힌 모습이 흡사 폭격을 맞은 것 같다. 다른 나무와 달리 물가에서 잘 사는 강인한 버드나무들도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있다.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풍경에 내내 눈길이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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