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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패션가 Aug 15. 2024

815런. 쿵쾅쿵쾅!

광복절을 기리며 — 터질 듯이 뜀박질하던 포효와 심장소리들


나는 오늘 러너였다.

815런 대회 참가 러너.

선수 번호 02834.





우리에게 잘 알려진 뛰는(?) 가수 션 님이 매년 815 광복절마다 '잘 될 거야!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으로 SNS를 뒤흔들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연례행사일 것이다.


과거 선착순 100~200명 비공개 방식으로 시작했던 것이,

올해에 이르러,

약 4~5천 명에 육박하는 러너들의 신청이 잇달았다.


이로서 총 기부금 약 13억 원이 모였고,

션 님은 뜻깊게 (사)한국해빗타트 측에 나라를 위해 헌신하였던 분(국가 유공자들의 후손들)들을 위해 쓰일 것을 모두의 바람을 대신하여 전했다.


참고로, 이날 션 님은 81.5km를 뛰고,

여기서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었던 공연과 함께

8.15km를 함께 뛰었다.


블랙의 군중과 태극 물결


공식적인 행사의 시작 일정은 오후 6시,

러닝 시작 시간은 오후 7시였지만,

오후 5시부터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은 수많은 청춘들과 가족단위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북새통을 이뤘다.


둘셋씩 모여 연신 사진을 찍고,

엄청난 군중들의 일률적인 복장과 태극물결을 한 샷으로 담느라 모두 여념이 없었다.


실로 '러닝'의 대중적인 인기와 엄청난 시장을 실감했다.


언제나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나로서는 상당히 경이로운(?) 힌트를 가질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8.15km를 모두 다 같이 뛰다


5,4,3,2,1!

탕!


카운트다운과 함께

선두그룹의 시작은 당연하게 션 님이 알렸다.

우르르르 블랙의 군중들은 물밀듯이 쏟아져 뛰기 시작했다.


내 옆을 휙휙 지나치기도 했고,

내가 누군가를 휙휙 지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한 4km 달리면, 나는 꼭 숨이 턱까지 차더라.

아니나 다를까, 연습 때 그러했던 것처럼 4km가 그러했다.


'지금까지 온 만큼 더 가면 된다!'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 얼마나 & 어떻게 왔지?'라는 생각을 마구 해대며 혼자와의 대화를 끊임없이 했다.


혼자 뛰는 러닝은 내가 끝낼 수 있지만, 대회의 러닝은 내가 끝낼 수 없다.

끝은 낼 수 있다.

나 혼자 거기서 끝내면 된다.


그러니까 그냥 계속 뛰거나 걷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그냥 뛰었다.

결국 완주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공휴일 보다 뜻깊다


비록 기록을 위한 대회는 아니다.

기부마라톤이다.

(마라톤이라고 하기에도 짧은 거리이지만.)


유희가 있었을지언정,

나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광복절 보다 의미 있었다.


빈둥거리며,

혹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유유자적했던 놀이했던 시간들보다 훨씬 더 내가 더 괜찮은 사람 같았다.


그곳에선,

광. 복. 절이라는 세 글자를 누군가가 알려주었다.

또한

'내가 무언가 했다'는 감사와 나눔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대신하여 헌신하셨던 누군가를 위하여' 감사와 경의를 갖는 마음과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건강한 에너지와 뿜어내는 더위와 열기 속에

나 역시 건강하고,

이렇게도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에 감사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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