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올데이플레이스 호텔

by B패션가

“도쿄에 몇 번이나 와 봤어요?” 도쿄의 친구들이 묻곤 한다. 나는 대답하기 애매하다.


횟수로는 이미 헤아릴 수 없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냥 퉁 一 쳐버리는 빈도로 말하자면,

일 년에 적게는 2-3번, 많게는 대여섯 번은 오가는 듯하다.


때로는 ‘일’을 위해,

때로는 ‘그냥 놀러 ‘!


이렇게 자주 오가며, 나에게 도쿄의 이동 중심은 언제나 〈 시부야 (渋谷 Shibuya) 〉였다.

어딜 가든 사통팔달로 이용할 수 있는 동선,

묘하게 익숙하면서 낯선 마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이번 여행 역시 망설이지 않고 시부야에 점을 찍었다.


호텔을 고민했다.

예전엔 엑셀도큐, 토부호텔 등에 머물렀다.

요즘에는 ‘디자인 호텔’이라는 새로운 감각의 대명사를 만들며 독특하고 신선한 호텔들이 들어섰다.

그중 나름 신중하게 고른 곳이 ‘올데이플레이스 (All Day Place Hotel)'이었다.



‘올데이플레이스 호텔’의 첫인상


시부야의 인파와 더위를 뚫고 다다른 이곳의 첫인상은 무척 이국적이었다.

1층은 카페와 펍이 같이 있다.

카페와 펍의 어울림이 꽤나 근사했다.


초록 식물 둘 사이로 테라스가 놓여있다.

테라스에는 화이트 피플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오밀조밀 앉아 있다.

뜨거운 대낮에도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쓴 채, 녹아내리는 얼음잔을 사이에 두고 여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저 풍경을 잠시 구경하다, ‘아차! 입구가 어디지’ 라며 두리번거렸다.


안쪽 타일 벽 뒤에 숨은 엘리베이터를 보고서야 찾아냈다. 아주 진지하게 생긴 입구였다.



낯선 하입, 그리고 체크인


체크인 플로우(floor_2층)까지만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스르르 열리는 순간, 조금 머뭇거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눈앞엔 이탈리안 피자 레스토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뒤에 이 집의 인상을 이어서 이야기한다. )

커다란 원형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활기찬 인사가 오갔다.


열기를 가득 품은 몸으로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이십대로 보이는 스태프의 웃음,

낯선 리듬의 인사,

그리고 묘하게 가벼운 공기.


우리는 서둘러 이 낯선 ‘하입 Hype’과 자연스럽게 포개질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친절했고, 호텔부터 시작된 이국의 정서는 덤이었다.

낯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금세 이 하입(Hype) 속에 섞여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입실했다.

엘리베이터 속 셀피 selfie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

906호, 문을 여는 순간의 향


906호.

문을 여는 순간,

코 끝으로 들어오던 냄새.


그 향은 젊었다.

쾌적하고 맑았다.


예전의 도쿄 호텔들은 늘 오래된 공기를 품고 있었다.

흡연의 흔적, 오래된 필터의 냄새.

그래서 입실 직후의 첫 들숨은 언제나 불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음, 냄새 좋다.”

그 말이 절로 나왔다.


피로와 더위가 동시에 가라앉았다.

하얗고 건조한 시트 위에 몸을 던지며,

모든 긴장을 내려놓았다.


입실 그 순간, 그 향은 젊다고 해야 할까?



아침엔 카페에서,

한 번의 저녁 정도는 피자 레스토랑에서.


머무르는 동안, 소소한 일상의 멋과 재미도 있었다.


1층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 투숙객 할인으로 100엔을 할인해 준다.

우리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엔 1층 카페에서 커피를 샀다.


남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아이스 라테.

진하고 고소한 우유의 향,

마지막에 남는 산미의 균형이 완벽했다.


지금도 그 맛이 생각난다.

카페인의 부족을 떠올릴 때마다,

그 한 모금이 간절해진다.


2층의 레스토랑은 언제나 붐볐다.

‘굿 치즈 굿 피자(Good Cheese Good Pizza)’

이름처럼 치즈가 주인공이었다. 이름값을 했다.

직접 만든 모차렐라의 풍미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몸을 채우는 기분을 줬다.


신선한 샐러드, 균형 잡힌 토핑,

화덕에서 나온 피자의 온도까지 완벽했다.



‘굿 치즈 굿 피자(Good Cheese Good Pizza)’


먹고 있자니,

살이 찔 것 같다는 기분보다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가득 차올랐다.

무식한 포만감 대신 올바르게 채워진 포만감이었다.


여행에서 숙소란?!




여행의 피로는 늘 예고가 없다.

짐을 풀자마자 몰려오던 긴장 해방의 무게.

낮잠인지 선잠인지, 그 사이의 몽롱함 속에서 내 몸이 천천히 도쿄의 공기에 적응하고 있었다.


하얀 침대 위로 빛이 스며들고,

밖의 소음이 나지막이 들렸다.


둘 중 누구 하나가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재촉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결국 우리는 문을 열고, 다시 시부야 거리로 나섰다. 익숙하면서도 혼잡한 그 도시에서 나의 여름의 끝이 시작되고 있었다.


목요일 연재